자신을 세상에 아무 쓸모 없는 존재로 여기며 사랑도, 관심도, 배려도, 친절도 받을 가치가 앖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가족 안에서 사랑이 존재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모두 절망하게 된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든, 착한 짓을 하든 나쁜 짓을 하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사랑 아니 칭찬은 커녕 관심 조차 보이지 않는다. 돌려받기 위한 사랑은 전혀 아이를 감동시키지 못하므로, 아이가 반응하든 말든 언제나 널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어야 한다. 어릴 적 가족을 회상하며 난 늘 가족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 존재의 무가치함이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그를 괴롭힌다. 결혼을 했지만 그는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닌다. 직장에서 관리자 직책을 맡고 있음에도 사람들의 요구를 전혀 거절하지 못한다. 늘 자기 욕구보다 다른 사람의 욕구를 우선시 한다. 이들은 어디를 가도 있는 듯 없는 듯, 남들 눈에 띄지 않으려 애쓰며 자기 존재를 감춘다. 평생 투명인간으로 살아야 하는 무거운 운명의 굴레를 짊어지고 힘겹게 살아간다. 남들의 가벼운 농담 한마디에 가슴 깊이 상처를 받으면서도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못하며, 쏟아지는 분노를 풀 길이 없다.
그 원인이야 어떠하든 가족 내에서 관계가 부재한 상황은, 아이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존재라는 깊은 자괴감을 심어줄 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커서 자기 부모와 똑같은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위협을 느끼며 두려움에 떤다. 부모가 되면 오히려 아이가 자신을 거부한다고 여긴다. 사랑을 베풀려면 먼저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한다. 물질적, 도구적으로 모자람 없이 뒷받침 해주면서도 애정표현을 하지 않는 가족이 있다. 배려도, 지지도, 대화도, 동정도, 이해도, 공감도 이 가정에는 없다. 서로 상대방의 정서적 행복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나, 자신이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을 길이 전혀없다는 면에서 관계가 부재한 가족과 무척 비슷하다. 흔히 그런 가족에게는 일과 야망이 최우선이다. 부모는 일을 핑계로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질 기회를 미리 차단한다. 스스로 사랑 받을만한 존재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과 가까워졌다가 상처 받을까 두려워 하는 것이다.
'도대체 부족한게 뭐야?' '입혀주고, 먹여주고, 모든 걸 다해주잖아. 그런데 넌 왜 그렇게 멍청하니?,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돼.' 좋은 집에 살고, 좋은 학교에 보내고, 사치스러운 물건과 옷을 사주고, 남들 못지 않은 여가 활동도 즐기고, 용돈도 많이 준다. 모든 면에서 부족함 없이 아이를 뒷받침 해준다. 하지만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 따뜻한 애정과 배려를 얼마나 보여주는가?
*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 불안, 초조, 미래에 대한 근심에 얼마나 귀 기울리고 반응하는가?
사실 이들도 아이들에게 정서적 배려를 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부모의 심리를 한꺼풀 벗겨 보면 그런 배려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지 모르고, 또 그 방법을 알아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이는 어린 시절 거부당한 경험이 아직도 무의식 속에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며, 또 다시 거부당할까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감정없는 가족은 함께 지내는 것 자체가 몸시 불안하고 위태롭다. 이들 부모는 자신이 사랑 받을 자격, 사랑할 능력이 있다고 전혀 깨닫지 못한다. 어린 시절 경험한 거부당한 아픔을 반복하지 않으려, 정서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는 일에 지나치게 열중한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며, 결국 자기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감정에 반응하지 않게 된다. 이는 모두 거부 당하지 않기 위한 방어행동이다.
공생적 성격을 띤 가족관계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이들의 행동이 같아야 하고, 심지어 생각까지 같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어떤 차이나 개성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가족은 똘똘 뭉친 하나의 존재이며, 그 구성원은 가족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공생관계를 맺는 가족은 고립된 섬처럼 완전히 닫혀있다. 모든 욕구를 가족내에서 충족 시키고자 한다. 공생관계의 가족에서 자라고, 신혼살림도 친정 아주 가까운 곳에 차린 집을 방문했다. 그녀는 태어나 집을 한번도 떠나본 적이 없었으며, 결혼해서도 자신이 자란 집과 똑같이 복제하려고 했다. 게다가 부모도 그를 놓아주지 않고 딸의 삶에 깊숙이 관여했다. 남편 역시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부부가 함께 하는 자리를 피함으로써 상처받고, 거부 당하지 않는 방법을 체득했다. 반대로 아내는 집안에 틀어박혀 튼튼한 성을 쌓음으로써 자신을 보호했다. 공생관계는 결국 가족을 서로 얽어놓아 가족중 누구라도 거리를 두려하면 가족을 위협한다고 느낀다. 그런 부부는 상대방이 자기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늘 불평하며 싸운다.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세상에 필요한 존재이며 칭찬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점을 스스로 느끼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인식을 고치는 것이다. 공생하는 가족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모범생이다. 체제에 순응하며 아주 열심히 공부한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다른 아이들과 융합하지 못한다. 소심하고, 말이 없고, 수동적이고, 자신을 감추려는 방어적 행동을 보인다. 물론 학교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 상황이 급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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