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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조지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삶을 즐기는 놀이

남은 인생의 절반 정도를 충실히 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그는 분명 앞으로 남은 삶에서 크나큰 즐거움을 발견할 것이다.  지금 무슨 일을 하는가보다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내가 하는 일 중에 사람들이 존경하는 일이라고는 없다. 나는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있지도 않으며, 남의 칭송을 받을만큼 거창한 자선 활동에 헌신하고 있지도 않다.  모아 놓은 재산도 없으며 새로운 일을 쌓고 있지도 않다. 어쩌면 나는 지극히 하찮은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자선 단체에 가입해 있을 뿐이다. 나는 노숙자들을 위해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식당에서 일을 돕고, 주에서 시행하는 시험이 있을 때면 근처 학교에 나가 3,5학년 학생들 시험감독을 아왔다. 그 외 시간에는 집안 일을 하거나, 정원을 가꾸거나, 산책을 하거나, 수영을 즐긴다.”  75세인 그는 그래도 아침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은퇴가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네가지 정도다. 첫째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레 퇴직했을 때 둘째 봉급외 수입이 없을 때 셋째 가정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일터를 도피처로 삼았던 경우 넷째 건강이 악화되어 본의 아니게 퇴직한 경우 은퇴는 성인 발달 과정에서 또 하나 의 이정표라고 볼 수 있다.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은퇴를 맞이할 수 있다면, 그 역시 축복할 일이다. 은퇴가 심각한 인생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은퇴와 연관된 문제들이 20세기에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것은 가볍게 지나칠수 없는 사실이다. 노동 생산성과 사회 보장제도가 발달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1970년에는 65세된 성인 남성중 50%만이 노동인구에 포함 되었고, 1986년에는 이 비율이 31%로 낮아졌다. 그리고 2000년을 기준으로 살아있는 모든 하버드 졸업생중에서 은퇴한 사람은 15%를 차지한다.

 

75세까지 소득을 올리며 자기 일을 계속해온 20명은 대부분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그중 6명은 변호사,  4명은 의사, 5명은 중소기업 사장이었다. 75세에서 80세 사이에도 여전히 일을 계속하는 하버드 졸업생들은 은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일꺼리가 필요해서, 도전과 사람들과 돈을 좋아해서, 경제가 어려워서, 일이 즐거워서, 젊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

 

보람 있게 은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활동으로 다음 네가지를 꼽을 수 있다.

1. 새로운 사회적 만남이 필요하다. 때로는 손자 손녀들과의 관계가 이를 대신하기도 한다.

2. 놀이 활동이다. 놀이를 하다보면 자만심은 버리되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은 간직할 수 있다.

3.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창조성을 위해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고독이 필요하다.

4. 은퇴 후에도 평생 공부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성숙한 삶의 결실을 얻는 동시에 호기심을 되살릴 수 있다.

 

은퇴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임무는 자만심은 버리되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놀이는 창조 활동과 비슷한 점이 있긴 하지만 창조 활동처럼 뚜럿한 목적이 있는 활동은 아니다. 65세를 넘어서 세속적인 지위는 더 이상 중요한 목표가 되지 않는다. 노년에는 삶을 즐길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 성인들은 놀이와 일이 별개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노인들이 하는 놀이활동이 하찮게 여겨질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세월과 함께 변해가기 마련이며, 자신의 나이를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프로이드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놀이를 그만두게 되며, 놀이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포기해 버리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했다. 직업을 가진 성인이라면 냉철한 태도로 일하는 것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아이나 은퇴한 노인이라면 즐겁게 놀이를 즐기는 것이 더 잘 어울리고 자연스럽다.

 

고용주가 나이든 직원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는 근무 년수가 오래 될수록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65세쯤 되면 퇴직을 강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직무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젊은 사람에 비해 까다로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대로만 하려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직장을 다니고자 한다면, 자신의 현재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일이 최우선이라거나,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거나 하는 욕심은 접어야 한다. 아무 생각없이 평원을 거닐거나, 형편없는 실력으로 골프를 친다거나, 서툰 솜씨로 수채화를 그리는 것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그런 활동에서도 전에 못지 읺은 자유와 의미를 얻을 수 있다.

 

놀이와 마찬가지로 창조성도 노년에 이른 사람에게 젊음을 가져다 준다. 놀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창조성은 좀 더 승화와 밀점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승화는 거친 본능을 종교로 바꾸어 놓고, 무의식적인 충동을 예술로 변화시키며, 모래 속에서 진주를 만들고, 불순물을 걸러 순금을 만들기도 한다. 다시 말해 창조상은 놀이보다 더 강한 열정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은퇴 이후의 윤택한 노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교육이다. 배움을 통해 맛보는 즐거움은 노년의 심리적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는 능력은 노년에 젊음을 선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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