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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조지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생산성, 의미의 수호자

 

생산성: 만족스러운 인생의 열쇠

노년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를 가장 강력하게 시사해 주는 것은 에릭슨의 생산성 과업을 달성했는지 여부다. 생산성 과업은 다음 세대를 돌보는 것까지 포함한다. 부모는 자녀를 돌보아야 한다. 자녀들에게 나이든 부모를 돌볼 의무는 없는 것인가? 그렇다. 리어왕의 비극도 따지고 보면, 자식이 부모를 돌보아야 한다는 전제 때문에 시작된 것이 아니었던가? 건강, 적응 그리고 생물학적 필요성에 비춰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즉 젊은이들을 키우기 위해 나이든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지 그 반대의 경우는 아니다. 부모를 보살피느라 자기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성장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물론 중년에 이르면 부모를 돌보아야 한다.그러나 감사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와 부모를 도와야지, 자기 자신의 발전을 희생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보살펴야 하는 것은 아니다.

 

63세의 호프는 삶의 과업의 중요도 순으로 배열한다면 내 손자 소녀들에게 전통, 문화, 환경 등 과거를 전수하는 것이고 (의미의 수호자), 그 다음으로 다음 세대를 지도하기 위해 젊은 사람들을 돌보는 것(생산성)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인생 초반에는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정체성이나 친밀감, 직업적 안정과 같은 조금은 이기적인 과업을 성취하지만, 중년에 이르면 자기가 가진 무엇인가를 다음 세대에 물려준다.40세 이후 부터는 학교에서 받은 지능지수 검사들이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분야에서 기술을 꾸준히 연마하는 일이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결혼생활을 만족스럽게 오래 지속하는 필수요건을 꼽으라면 아마도 생산성, 헌신, 인내, 유머감각일 것이다. 가르치는 일 또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총체적인 일이다. 누군가에게 기술을 가르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의미의 수호자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개성이 점점 더 뚜렷해진다. 그 현상에 대해 저마다 기질이 명확해져 가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점점 융통성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노년으로 갈수록 완고해지는 것은 창의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랜 세월에 결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선택을 발전시켜온 결과다.

 

생산성 과업의 미덕은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데 있다. 한 가지 단점은 어느 한 사람에게 특별히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의미의 수호자라는 과업에는 정의라는 덕목이 내재되어 있다.  정의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어느 한편에 치우침이 없고, 가능한 한 주관을 배제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열정적인 변호사들이 필요하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도 필요하다. 젊은 성인들이 생물학적 후손을 만들어 낸다면, 노인들은 사회적인 후계자를 양성해 내는 임무를 맡고 있다. 생상성 과업을 마치고 의미의 수호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경험이 풍부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체적으로 허약해진 탓도 있다. 아무리 사이가 나쁜 부부라도 감정이 사그라들 때까지 기꺼이 기다릴 수만 있다면, 반드시 행복한 결혼생활이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