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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조지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통합의 시간

통합은 인생의 마지막 나날을 잘 마무리 짓기 위해 꼭 필요한 과업이다. 궁극적인 의미에서 성공적인 노화는 삶의 쇠퇴 과정까지 훌륭하게 관리해냄으로써 성취할 수 있다. 암과 심장병을 앓다 세상을 떠난 저명한 언론가 마빈 배럿은 78세 노년에 다음과 같이 썼다. "노년은 끝없이 아득하게 펼쳐진 평원에 서 있는 것 같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고 걸어온 발자취마저 사라져 버렸다. 그저 그곳에서 할 말을 잃고 놀란 채로 서 있을 뿐이다. 스무 살 이후로는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그 막막함과 공포에 질린 채로 말이다."

 

노년에는

* 약상자 속의 약병 수가 점점 늘어난다.

* 손에서 발까지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낮잠을 잔다.

* 뼈마디가 쑤시고 아프다.

* 밤 운전은 더 이상 엄두도 못낸다.

* 신발을 짝짝이로 신는다.

 

위급한 상항에 처했을 때 겁먹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역시 소중한 재능이다. 통합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해서 모든 삶의 과업을 완벽하게 성취했디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루어 놓았던 과업들이 통합의 임무를 성취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긍정적인 노화를 위해서는 늘 변화와 질병, 불안정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신체적인 쇠퇴를 피한다고 해서 행복한 노년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노화가 진행되면 몸으로 조금씩 쇠퇴를 느끼게 된다. 성적 욕망도 사라져 점점 금욕적으로 되어간다. 욕망을 포기할 수 밖에 없어서가 아니라 점점 더 느긋해지고 관대해지므로,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통합의 임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것이다. 삶의 마지막 장은 위엄 있는 수도사의 거처 같아야 한다. “잘 사는 것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잘 늙는 것이다. ‘

 

긍정적으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기쁨과 사랑, 그리고 어제까지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다. 건강하게 나이든다는 개념 자체가 뜬 구름 잡는 것일지도 모른다. 잘 늙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복잡하고 문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달려있는 좀처럼 실현하기 어려운 것 아닐까? 노년에 이르면 삶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일이 드물다. 그러므로 건강한 노화를 정의하기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정신적 건강은 신체적 건강보다 측정하기 어렵지만, 노화과정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아흔이 넘어서도 늘 활기 차게 행동하고,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지낸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울하거나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을 두고 건강한 노화라고 할 수 있듯이, 삶에 만족하는 동시에 활력이 넘치는 것도 역시 건강한 노화라 할 수 있다. '건강하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의사로부터 병에 결렸다고 진단 받는 것과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스스로 아프다고 느끼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세계 보건기구에서는 건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이 행복한 상태이며 단순히 질병에 걸리지 않은 상태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말년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경제적 빈곤이 아니라, 사랑의 빈곤이다. 사랑을 가슴 깊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라면, 곁에서 아무리 사랑을 쏟아봐야 소용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