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뉴스에서 스스로 무용지물이라 여기며, 노쇠한 몸을 이끌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이들 황폐한 인생을 조망하다가도곧바로 원기 왕성한 85세 마라톤 선수나 CEO들, 젊음을 간직한 노예술가들의 화려한 삶을 소개한다. 현대의학이 가져다준 장수라는 선물은 인간에게 저주일까 아니면 축복일까? 인간은 남은 생애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어떻게 늙어가야하는지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으뜸가는 지혜다. 우리는 누구로부터 그 지혜를 얻을 것인가? 하버드대학 성인발달 연구는 3개 집단 총 814명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세집단은 모두 60여년전 이전에 집단별로 정신적, 신체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던 10대들로 선별 되었으며, 연구는 그들의 전 생애에 걸쳐 면밀하게 진행되어 왔다. 인간이 성장하고 늙어가면서 만족스러운 삶, 또는 그렇지 못한 삶에 이르는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구체적인 실증자료는 물론 이론적 틀도 제공할 것이다.
노년이란 모름지기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발자국이 지뢰밭 너머까지 이어졌다면 지금 바로 그 발자국을 따라가라. 정신질환을 앓지 않으면서 노년을 보내는 대다수 노인들은 죽음이 임박한 몇 달 전까지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산다. 이 노인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우울증에 시달리는 일이 적으며, 치명적인 병에 걸리기전까지는 건강상태도 비교적 양호하다. 노인들 대다수는 자신의 생명을 사랑하며 건강하게 살아간다. 노화라는 피할 수 없는 위기를 극복해 나가면서, 끊임없는 새로운 삶을 창조해 낸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슬픔과 상실, 패배의 순간에도 얼마든지 삶에서 훌륭한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고 우리에게 확신을 불어넣어준다. 노인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을 아침에 일어나고 싶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84세 노인이 대답했다. “살고, 일하고, 이제까지 몰랐던 것들을 배우기 위해서, 그리고 내 아내와 소중한 순간들을 나누기 위해”
"...공인회계사였던 피렐리는 47세에 교외에 있는 수영장과 테니장이 딸린 대저택에서 가족들과 평화롭게 살았다. 63세에 관상동맥 혈전증이 심각해져 사업에서 물러났다. 자신이 늙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모든 사업을 자식에게 물려주었다. 65세즈음, 그는 사업에서 얻은 모든 지분을 자신을 믿고 의지하던 동료에게 되돌려주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남은 생애를 아내와 하고 싶던 일을 하면서 조용히 보내려고 했다. 화려하게 성공한 여느 사람들과 달리 피렐리는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언제 놓아야 하는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평생 아껴오던 귀중한 우표들을 경매로 팔았다. 칠십 노인이 된 피렐리는 백발이 성성했지만 플로리다 해변에 있는 겨울 별장에 다녀와서인지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최근에 혈관이식 수술을 받긴 했지만 여전히 활력이 넘치고 건강해 보였다. 은퇴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으며 생활에 만족했다. 피렐리는 이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느긋해졌다. 고통스러웠던 유년기는 차츰 긍정적인 추억으로 바뀌었으며, 마음에서 감사와 용서가 들어찼다. 피렐리는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이 관용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세월이 약이라고 생각했다. 오래 묵은 원망을 키우기보다는 관용의 자세로 감싸안는 것이 성공적인 노화에 훨씬 도움이 된다. 그는 심장절개수술까지 받았지만 신체적인 활력을 유지했고, 꾸준히 테니스를 쳤다. 지루함을 모르고 살고 있는 일흔 나이의 피렐리는 인생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60세 성인중 평균 3분의 1만이 80세를 넘긴다. 그러나 성인발달 연구 세집단 중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60세 성인의 70퍼센트가 80세를 넘겼다. 성인 발달 연구로 부터 찾아낸 주요성과는 다음과 같다.
* 우리에게 일어났던 나쁜 일들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한 노년은 우연히 만난 귀인 덕분에 보장되기도 한다.
* 인간관계의 회복은 감사하는 자세와 관대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 이루어진다.
* 50세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면, 80세에도 행복한 노년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50세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다고 해서 80세에 건강하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 알콜 중독은 분명 실패한 노년으로 이어진다.
* 은퇴하고 나서도 즐겁고 창조적인 삶을 누려라. 오래된 친구를 잃더라도 젊은 친구를 사귀는 법을 배워라.
* 객관적으로 신체건강이 양호한 것보다 주관적으로 건강상태가 좋다고 느끼는 것이 성공적인 노화에 훨씬 더 중요한 요소다.
"...일하면서 조금씩 나의 부족함을 채워나가고, 무난하게 잘 사는 법을 배우기까지 6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나의 삶은 병든 부모, 전쟁, 상대적 빈곤, 결혼 실패, 회의, 술, 방황 등 비참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러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알며, 비교적 안정된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사랑하는 아내와 살고 있으며,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노년에 대한 논쟁에서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느 쪽이나 다 옳기 때문이다. 노년에 비참해 질수도 있고 즐거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긍정적으로 늙어간다면, 변화나 질병, 갈등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노년과 성공적이지 못한 노년 차이는 “바로 즐거움을 누릴줄 아는 여유가 있는가, 없는가" 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다. ” 분명 성공적인 노년에 이르는 길은 수없이 많을 것이며, 어느 한가지 길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목표는 분명하다. 긍정적인 노화란 사랑하고 일하며,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배우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것이다."
마지막 연구가 진행되던 당시 터먼 여성들 모두 70세에서 79세에 이르는 일반 노인이 되었고, 하버드 출신 3분의 1은 80세 이상의 고령 노인기에 들어서고 있었다. 이너스티 출신은 반 정도만이 60세에서 69세에 이르는 노인기를 넘기고, 70세가 된 이너시티 출신자의 노하 수준은 터먼 여성집단과 하버드 출신 집단의 80세와 비슷했다. 이와 같은 건강상의 차이는 이너시티 집단의 낮은 교육수준, 비만, 심각한 알콜중독, 지나친 흡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이 네가지 원인만 잘 다스린다면 사회적 신분, 아이큐, 소득이 낮더라도 건강에는 그리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향적 연구는 사건 발생 당시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므로, 기억력에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전향적 연구 덕분에 우리는 행복한 노년을 성공적으로 맞이한 노인들과 조기사망한 이들의 성장 배경을 대비해 볼 수 있다. 조기사망은 단지 신의 주사위놀음으로 결정되는가 아니면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인가? 성공적인 노화에 대한 연구들이 있긴했지만 대부분 60세나 7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삼았으므로,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할만한 전향적인 자료가 불충분했으며, 조가사망에도 언급이 없었다. 마지막 20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첫째 병에 걸렸더라도 아픔을 겪지 않고 살아가고, 둘째 은퇴한 뒤에도 창조성과 놀이를 즐길 줄아는 능력을 회복하며, 셋째 지혜를 쌓고, 넷째 정신적 숭고함을 가꿔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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