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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조지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행복의 조건

삶에 적응하는 모습을 통해 성공과 인간 성장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책이다. 짧지 않은 세월에 결쳐 이런 자극을 받으면서 나는 전문가로서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근본적인 행복과 건강에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이 출간되는 이 시점에서도 하버드 대학교에서 성인발달 연구는 진행중이다.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보장되지 않는 삶의 영역이 분명히 있고, 바로 거기서 행복의 조건을 재구축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평생 누릴 행복을 찾아가기에는 아직은 늦지 않았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의 말처럼 '삶을 배우려면 일생이 걸린다. 늘 배우며 살아라.'

 

행복한 삶에도 공식이 있을까?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1930년대 말에 입학한 2학년생 268명의 삶을, 72년간 추적하면서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왔다.  268명의 대상자들은 대학 2학년생 시절 이후로 참전, 결혼, 이혼, 직업적 성공과 실패를 겪고 아버지와 할아버지 역할을 거쳐 은퇴 후 삶에 이르기까지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과 심리검사를 받고 답변서를 제출하였으며 수  차례 면담을 거쳤다. 이 연구는 1938년 백화점 재벌 윌리엄 T. 그랜트의 후원 아래 하버드대학교 공중 보건학부가 시작했다. 증상과 질병에 초점을 둔 당시 의학계의 주된 흐름에서 벗어나  총체적으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원동력을 무엇인밝히겠다는 취지에서 였다. 1960년대 연구 대상자들이 40대에 접어들었고, 극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네명은 상원의원, 한명은 대통령 자문위원, 한 명은 대통령이 되었다.  베스트셀러 소설가도  한명 있었고, 심각한 정신질환을 겪은 사람도 20명에 이르렀다. 50세에 이른 대상자 중에는 3분의 1이정신질환을 앓은 경우가 있었다.

 

베일런트는 사람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많고적은가보다는 그 고통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그가 주로 사용한 분석도구는 ‘무의식적 방어기제’ 였다.  프로이드의 딸 안나 프로이드가 공식화한 방어기제는 스스로 인정하는가,  부정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실제 삶을 얼마든지 가공하고 왜곡할 수 있는 무의식적 생각과 행동을 말한다.  베일런트는 방어기제란 아주 기본적인 생물학적과정에 대응하는 정신세계의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크고작은 도전에 직면할 때마다 우리의 방어기제는  감정적인 기복에 따라 출렁인다. 우리가 흔히 정신병이라고 이름 붙인 것들은 대부분 방어기제를 현명하게 발달시키지 못했다는 반증일 뿐이다.  방어기제를 잘 활용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양심적이고, 유머러스하고, 창의적이고, 이타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방어기제를 부정적으로 사용하면 정신병 진단을 받고 이웃으로부터 외면 당하고, 사회적으로 부도덕적이라고 낙인 찍힐 것이다.

 

한사람의 삶에서 특정 시기만 훑어보면 크나큰 판단 착오가 일어날 수 있다.  20세에 이타주의의 표본처럼 보이던 사람이 알고 보니 정신파탄자일수 있고, 젊은 날에 그야말로 구제불능으로 보이던 사람이 훗날 정신적으로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연구대상자들이 은퇴할 즈음 베일런트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노화를 예견하는 일곱가지 주요한 행복조건을 꼽았다. 첫 번째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이고,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이었다. 50대에 이르러 이중 5-6가지를 충족했던 하버드 졸업생 106명 중 절반은 80세에도 행복하고, 건강한 상태였고 7.5%는 불행하고 병약한 상태였다. 

 

사회에 순응하는 능력도 대학이나 성인기 초반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만, 그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어릴적 성격도 시간이 지나면 영향력이 줄어든다.  충분히 오랜 기간동안 한 사람의 삶을 뒤따라가다 보면,  건강한 삶을 가로막았던 조건들이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콜레스테롤 수치를 잘 살펴보아야 할 시기가 있는 반면  무시해야 할 시기도 있다. 대학시절 규칙적인 운동은 노년의 신체적 건강보다 정신적 건강에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또한 우울증은 신체건강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격렬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만성적인 신체적 질병에 더 잘 걸렸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일찍 사망했다. 베일런트의 또 다른 관심사는 인간관계의 힘이었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지를 결정짓는 것은 지적인 뛰어남이나 계급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관계다. 행복의 조건에 따뜻한 인간관계는 필수다. 부모가 아니더라도 형제 자매나 친척, 친구, 스승과 그런 관계를맺을 수 있다. 47세즈음에 형성된 인간관계는 방어기제를 제외한 어떤 변수보다 훨씬 더 이후 인생을 예견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형제 자매 간의 우애가 특히 큰 영향력을 끼친다.

 

베일런트는 1939년에 보스턴 이너스티 소년원에 수감되어던 소년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범죄를 연구하면서,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거나 전과가 없는 평범한 소년들을 표준 집단으로 삼은 글루엑 연구를 포함시켰다.  그리고 192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아이큐가 높은 천재들을 연구하던 스탠포드 터먼 연구도 함께 포함했다.  68-70세 사이의 이너스티 그룹은 78-80세 사이의 터먼이나 하버드졸업생 그룹과 유사했는데, 이는 대부분 교육수준이 낮고 비만도나 음주, 흡연 정도가 높아서 빚어지는 차이 었다.  이 네가지 변수만 통제 된다면 부모의 사회적 계급,  아이큐,  현재 수입의 수준은 중요하지 않다고 베일런트는 말한다.

 

긍정적인 감정은 부정적인 감정보다 더 상처받기 쉽다.  긍정적인 감정이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슬픔은 고통에 처한 순간 즉각 표출된다. 반면에 감사와 기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은 건강과 더 끈끈한 인간관계를 낳을 수 있지만 단기적 으로는 오히려 그 때문에 실제로 위험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부정적인 감정은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고립시키게 하지만, 긍정적인 감정은 거부나 상심 같은 흔한 상황 앞에 취약하게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학 연구자들은 여러가지 간단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성과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사람은 기본적인 욕구만 충족되고 나면, 단지 돈 때문에 크게 더 행복해지지 읺는다. 그러나 결혼과 믿음은 행복의 조건이다. 문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고통과 전제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로 행복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