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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정복(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질투

 

걱정 다음으로 불행의 유력한 원인이 되는 것은 아마 질투일 것이다. 질투는 인간의 감정 가운데서 아주 보편적이고 뿌리 깊은 격정이다. 질투는 한 살짜리 어린아이에게서도 뚜렷이 드러나는데, 교육자라면 누구나 이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사람은 무조건 엄격하게 그리고 예외 없이, 분배의 정의를 지켜 관심이나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질투는 민주주의의 기초다. 민주주의 이론에 추진력을 제공해온 격정이란 곧 질투라는 감정이다. 고상한 도덕관도 다른 여성에 대한 적의를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똑 같은 일이 벌어진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 모두를 경쟁자로 보는 반면, 남성은 동일한 직업을 가진 남성들에 대해서만 이런 감정을 갖는다는 점이다. 당신은 경솔하게 한 예술가 앞에서 다른 예술가를 칭찬한 적이 있는가? 한 정치가 앞에서 같은 정당에 속한 다른 정치가를 칭찬한 적이 있는가?  만일 그런 경우가 있다면, 틀림없이 당신 이야기는 질투심이 폭발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질투는 평범한 인간 본성이 가진 여러 가지 특징 중에서 가장 불행한 것이다. 질투가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불행을 안기고 싶어하고, 또 처벌을 받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을 때는 반드시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고 질투하는 자신 역시 불행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 대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괴로워 한다. 그는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에게서 그들이 가진 장점, 자신이 가지고 싶었던 그들의 장점을 빼앗는다.  부모에게서 사랑 받는 것과 같은 특별한 종류의 행복은 만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타고난 권리다. 따라서 이러한 권리를 빼앗긴 사람은 자연히 마음이 상하고 비뚤어지게 된다. 즐거운 일이 생기면 그 일을 충분히 즐겨야지, 그 일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에 비하면 즐겁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현명한 사람은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 때문에, 자신의 즐거움을 망치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좋은 환경 속에서 즐거움을 누리면서, 마땅히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을, 대부분 착각이겠지만 자신보다 훨씬 행복할거라고 상상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는 버릇을 버려라.

 

당연한 이야기지만 질투는 경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는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행운에 대해서는 질투하지 않는다. 사회적 신분 제도가 확고하게 지켜지고 있는 시대를 생각해보자. 부자와 가난한 자의 구별은 신이 정해준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는, 결코 신분이 낮은 계급이 높은 계급을 질투하지 않는다. 거지들은 자신보다 형편이 나은 다른 거지들은 질투를 해도, 백만장자는 질투하지 않는다. 현대는 특별히 질투가 만연해 있는 사회다. 가난한 사람은 부자를, 가난한 나라는 부유한 나라를, 여자는 남자를, 정숙한 여자는 정숙하지 않으면서도 잘사는 여자를 질투한다. 질투가 다른 계급과 민족, 다른 성 간의 정의를 이룩하는 주요한 원동력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질투의 결과로 빚어진 정의는 자칫하면 최악의 것, 즉 불행한 사람들의 즐거움을 증가시키기보다 오히려 행복한 사람들의 즐거움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는 정의가 되기 쉽다.

 

옛날 사람들의 질투의 대상은 이웃사람들 뿐이었다. 이웃사람들 말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교육과 언론을 통해 실제로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지만, 추상적으로나마 여러 계층의 사람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영화를 통해서 부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알고 있고, 신문을 통해 다른 국가들의 사악함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다. 현대인의 심리는 불만에 가득 차있고, 이미 삶의 의의를 상실했다. 자신은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여러가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누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서 깊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인의 심리는 증오로 더 쉽게 기울어진다. 현대인이 누리는 즐거움의 총량은 원시사회에 비하면 엄청나게 커졌다. 그러나 동시에 어떤 즐거움을 반드시 누려야 한다는 의식 또한 훨씬 증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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