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은 몸이 성하고 배가 부르면 행복하다. 흔히 인간도 마찬가지라 생각하기 쉽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조건이 충족된 상태지만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당신이 가장 현대적인 도시 뉴욕에 있다고 가정해 보라. 근무시간대 혼잡한 거리나 저녁시간 모임에 가보면, 한사랑 한사람 저마다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당신은 사람들에게서 불안감과 지나친 긴장감, 소화불량, 경쟁 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무관심, 무력감, 주변사람을 무시하는 태도 등을 보게 될 것이다. 주말의 도로에서는 일을 잊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거움을 찾아나선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즐거움을 찾아 가는 행렬은 가장 느린 차의 속도에 맞추어 모든 차량이 한결 같은 속도로 진행한다. 운전자들은 경치를 구경하는 것은 엄두도 못되고 앞차 꽁무니만 쳐다본다. 차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차를 앞지르고 싶어 안달하지만, 도로가 혼잡하기 때문에 마음만 급할 뿐이다. 즐거운 저녁 한때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자. 이들은 행복한 시간을 기대하며 나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술을 마시고 주정하는 것이 쾌락에 이르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빨리 취해서 상대방과 거리낌 없는 관계가 되고싶어 한다. 술이 적당히 되면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신세 한탄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겪는 여러가지 불행의 일부분은 사회제도에 또 일부분은 개인적인 심리에 그 원인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개인적 심리도 사회제도의 산물이다.
나는 삶을 즐기고 있다. 한해 한해를 맞을 때 마다 나의 삶은 점점 더 즐거워질 것이다. 이렇게 삶을 즐기게 된 비결은 '내가 가장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대부분 손에 넣었고 본질적으로 이룰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깨끗이 단념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삶을 즐기게 된 주된 비결은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였다는데 있다. 청교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죄와 어리석음, 결점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나는 나 자신의 결점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법을 배워 나갔다. 나는 외부 대상들 즉 세상 돌아가는 것, 여러분야의 지식, 그리고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외부에 대한 관심은 어떤 활동할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데, 그 관심이 살아있는 사람은 결코 권태를 느끼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게만 몰입하는 사람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죄인,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 그리고 과대망상에 걸린 사람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죄인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니다. 죄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을 가르킨다. 이런 사람은 끊임없이 자기 탓을 한다. 어릴적 엄마 무릎에 앉아 배웠던 도덕 규칙들은 잊은지 오래 되어서 이제 그 죄의식은 잠재의식 속으로 가라앉아 술에 취하거나 잠들 때 나타난다. 비록 이런 죄의식은 잠재의식 속에 갇혀 있기는 하지만 모든 일에 흥미를 잃게 만든다.
자기도취는 어떤 의미에서는 습관적인 죄의식에 정반대되는 개념이다. 자기도취는 자신을 찬미하며, 또 남들에게 찬미를 받고싶어하는 태도다. 물론 자기도취는 어느 정도까지는 정상적인 것이고, 탓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자기도취는 큰 해악이 된다. 자기 도취적인 사람이 '화가가 되면 존경을 받을수 있다'는 사실에 이끌려 화가 지망생이 되었을 경우 그는 그림이란 목적에 이르기 위한 단순한 수단일 뿐이므로 그림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자신이 인정받는 것과 관련된 것 말고는 어떤주제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기대했던 찬사 대신 실패와 조롱만이 그를 기다린다. 자기 자신 외에 다른 관심사가 없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 아니며, 사람들에게 훌륭하다는 느낌도 줄 수 없다. 세상 사람들에게 칭찬 받는데만 관심있는 사람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 과대망상에 빠진 사람은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과는 달리 매력있는 사람이 되기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사랑 받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남들이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많은 정신병자들과 역사상 위인들 대부분이 이 부류에 속한다. 권력에 대한 욕구 역시 허영심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인간 본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비난받을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욕구의 도가 지나치거나 뒤떨어진 현실 감각과 결합될 때 큰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 빠진 사람은 불행한 인간이 되거나, 어리석은 인간이 된다.
인간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므로 권력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삶은 언젠가는 극복할 수 없는 장애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실을 의식하지 않으려면 정신병자가 되거나, 막강한 권력으로 이런 진실을 경고하는 사람들을 투옥하거나 처형할 수 밖에 없다. 불행의 심리학적 원인은 다양하지만 모두 공통점이 있다. 전형적인 형태의 불행한 인간은 어린시절 정상적인 만족을 누리지 못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결국 어느 한가지 만족을 소중하게 여기며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활동과 상반된 것은 외면하며 인생을 외골수로만 몰아가게 된다. 그런데 요즘에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간 불행한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절망의 늪에 빠져 어떤 만족도 추구하지 않으며, 고통을 잊으려 기분 전환만 추구한다. 술에 취해서 누리는 행복은 불행을 잠시 중단시키는데서 오는 순간적이고, 소극적인 행복이다. 자기도취나 과대망상에 빠진 사람은 행복을 얻기 위한 수단이 잘못되기는 하지만, 그나마 행복하다고 느끼며 행복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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