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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심(롤프 하우블 지음,이미옥 옮김)

구매중독

증가하는 소비사회의 물질적 풍요는 소비를 심리적으로 다루게 한다. 소비를 심리현상으로 다루면서 소비재는 다른 고통을 보상해야만 하는 심리현상으로 선호되고 있다. 두려움과 무기력을 유발하는 근원은 아주 많다. 사회가 돌아가는 상항을 파악하는 것은 힘들기만 하고, 사람들의 관계는 더 이상 밀접한 관계가 아니다. '노동 시장에서 자신은 단지 하나의 상품이며, 변하는 수요의 장난감으로 전락했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려움과 무기력을 상쇄하려는 희망은 소비를 늘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소비재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소비재에 거는 희망이 크며 클수록 실망도 그만큼 커지고, 기쁨과 즐거움 없이 살아야 할 정도로 추락한다. 소비사회는 늘 새로운 소비재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들이 판매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돕기 위해 구매한다구매중독자들은 특히 시기심이 강하다. 구매 중독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분이 나빠요. 시내에 나가 비닐 봉지 두 개에 가득 물건을 사서 들어오면 만족하죠. 나처럼 물건을 많l이 사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만족스런 기분도 그날 뿐이더군요.”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 이는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사는 기술도 포함된다. 목표는 금욕이다. 고대 금욕은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에대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비판적인 간격을 두고 재산을 보는 것이 외부 거리를 유지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재산이란 그 사회에서 갈망 할만한 가치가 있고, 또 시기 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관리한다는 것은 욕망이 자신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갈망하는 재산을 얻기 위해 고집스럽게 노력하고, 이 재산을 소유한 사람을 시기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금욕주의자는 자신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취하는데 말하자면, 그는 자신의 욕망이 지닌 무절제함을 비웃음로써 분수를 지킬 수 있다. 이런 문화적 배경을 가진 자기관리는, 원하는 재산을 불공평하게 갖고도 시기심을 갖지 않고 사는 법을 배우라고 요구 한다. 시기심은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시기하는 자는 소유하면 정말 좋은 것이라고 기대하는 재산이 자신에게 없을 때, 이 상태를 심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는 재산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고, 행복과 만족을 가져다줄 다른 재산을 찾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시기하는 자는 무엇에 증독된 사람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탐욕스럽게 원하는 재산에 중독되어 정작 자신이 소유한 물건을 향유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재산을 보면서도 행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셈이다.

 

유명한 젊은 화학자가 있었다. 그는 우울증으로 힘들어 했다. 젊은 화학자의 삶은 그가 지휘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는 가장 먼저 출근하여 가장 마지막에 퇴근했다. 계속해서 다양한 일련의 시도를 동시에 해보곤 했다. 동료들은 그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쫓아서 끈질기게 일하는 모습을 두려워 했다. 그는 동료들보다 앞서 있어야 했고, 이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사사건건 개입했다. 또한 그는 일을 동료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혼자서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다른 사람과 나누는 성공은 그에게는 실패나 다름없었다. 논리적으로 모순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지적 받으면, 그는 이를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였다.

 

자기 가치 운동은 칭찬을 교육의 이상으로 내세우면서, 지난 몇 십년 동안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게 되었다. 이 운동은 아이들에게 칭찬을 해주면 가장 잘 발달할 것이라는 확신을 근거로 한다. 이런 관점이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아이들에게 어떤 실망도 안겨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시기심을 품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 역시 그런 결과 중의 하나인데, 시기심이 결함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은 시기심이 매우 위험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애초부터 시기심이 자라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만약 노력하지도 않는 아이들에게 칭찬을 잔뜩해 주게 되면, 우리는 이들에게 끔찍한 잘못을 저지르는 셈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편적인 잣대로 스스로 정당하게 판단하는 작업이다. 아이들은 위험에도 처해봐야 하고, 실패도 하고, 실망도 해봐야 한다. 장애를 극복해야 하고 끔찍한 일도 직접 부닺혀봐야 한다.

 

자존심은 우리가 그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획득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심리치료이자 교육과정인 감정이입과 이해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서 자존심을 키우려 시도하고 있다. 스스로 어떤 때는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하다가 또 어떤 때는 하찮은 사람으로 간주하는 사람은, 그 원인을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갈망하는 재산을 다른 사람보다 적게 가진 데서 찾는다.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것이다. 즉 '그들이 재산을 갖지 않았다면 자신이 더 많이 가질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시기하는 자가 스스로 이룬 성과를 평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공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공허한 몸짓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것을 도외시한 채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허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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