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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심(롤프 하우블 지음,이미옥 옮김)

직장에서 발생하는 시기심

성인이 되면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따라서 직장 동료들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에 속한다 . 오히려 배우자나 자식들보다 동료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러다 보니 신뢰할 수 있는 동료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동료들이라면 당연히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천진난만한 태도이다. 도리어 동료들 사이에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경우가 더 흔하다. 일반적으로 직장인 대다수는 직장 환경이 좋다고 말하지만, 이런 환경은 금새 바뀌기도 한다. 나쁜 환경의 원인 가운데 흔히 거론되는 것이 동료의 시기심이다. 시기심은 비교를 통해서 일어난다. 직장이란 비교가 되는 곳이다. 무엇보다 상관이 부하직원들을 비교하게 된다. 이런 비교는 결과로 나타나고 이는 직업적으로 얼마나 성공하게 될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또한 봉급의 액수와 우리 자신의 가치 까지도 결정한다. 직업에서 얼마나 성공했느냐가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료들과의 관계는 늘 복잡하기 그지 없다. 친구 또는 적? 친절한 동료도 양가죽을 쓴 늑대일 수 있다. 최근들어 많은 기업들의 분위기가 변한 것 처럼 보인다. 혼자 경쟁하며 출세를 위해 다른 사람을 가차없이 밟아버리는 문화는 거부감을 일으키고, 대신 팀워크가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은 말만 이렇듯 번지르르하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회사원들을 상대로 상담하는 사람들은 온갖 형태의 시기심과 마주한다. 이들은 좋은 성과를 내고자 하는 의욕이 야심에 찬 고무적인 시기심을 통해서 생겨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뛰어난 실적을 내는 동료들을 보면, 다른 직원들도 그를 본보기로 삼아 일에 매진한다. 시기심의 이런 기능이 없다면, 직원들은 우울한 시기심을 품게될 가능성이 다분한데, 이는 출세에 대한 희망이 깨지면서 마음속으로 사표를 낸 상태가 되는 것이다. 직원들은 자발적인 의욕이나 책임감 없이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기가 해야 할 일만 하게 된다. 이는 회사는 물론 자신에게도 해가 되는데, 그들의 잠재된 능력을 활용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위축되기 때문이다. 직장의 평화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는 동료들 간의 협동심을 깨는 적대적인 피해를 주는 시기심이다.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생존의 위기를 느끼게 되면,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성공을 파괴하고자 시기심을 품을 수 있다. 이런 파괴적인 시기심은 흔히 한 조직의 여러 부서 사이에 적대적인 분열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고, 회사 전체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직원들과 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회사는 없으므로 회사에서는 특히 소문이 성행하기 쉽다. 대부분의 중요한 결정, 이를테면 임금책정, 승진, 해고 등 직원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들은 비밀리에 이루어진다. 소문은 반드시 거짓인 것이 아니라, 어쩔수 없이 비공식적으로 돌아다닐 뿐이다. 회사 내의 공식적인 대화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다시말해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그래서 직원들은 회사에서 알려주고자 하는 정보만 알게된다. 반대로 소문은 비교적 통제할 수 없는 대화다. 소문은 사람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해석이 덧붙여지고, 침묵을 깨며 공식적으로 이에 대한 해명을 유발한다. 소문은 자신에게 이로운 관심사를 관철시켜 공개적인 토론을 거치지 않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또한 동료들 사이에서도 보기싫은 적수를 쓸어버릴수 있게 해준다. 소문은 우선 즉흥적으로 생겨난다. 그리고 대개 익명이다.

 

우리는 어떤 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증명되었거나 정당한 근거가 있어서-믿지 않는다. 오히려 어느 정도까지는 반대로 이루어진다. 즉 어떤 것을 믿기 때문에 그것을 진실이라고 간주한다. 모든 확신은 사회적으로 결정된다.  그러므로 진실은 우리가 속해있거나, 속하고 싶은 집단이 진실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사회적 지식은 우선 믿음에 근거를 두며, 확인된 진실에 근거를 두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지식의 주된 가능은 진실이 아니라 사회적인 통합이다. 이를 통해서 개인은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알수 있고 자신의 가치도 인정받는다.

 

어떤 직장이든 사람들은 잡담을 나누며, 이는 직장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잡담의 경우 한 동료가 다른 동료 또는 여러 동료에 관해서 지극히 사적인 정보를 얘기한다. 그가 얘기하는 동료는 그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털어놓지 않았고, 적어도 잡담의 형태로 얘기를 듣고 있는 동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잡담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누설하는 셈이다. 동료에 관해 지극히 사적인 얘기를 하는 사람은 사실 그 동료가 스스로 결정해서 자기 얘기를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잡담의 특징이다. 누설은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당사자의 등 뒤에서 말이다. 그것도 당사자가 없을 때. 

 

잡담은 다양한 기능을 충족시킬 수 있다. 잡담이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동료에 대한 정보가 유포되는 경우,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이를 통해 그를 알게 되고, 그렇지 않을 때보다 그를 더 잘 이해하고 함께 일하기도 수월해진다. 그다지 도움은 되지 않지만 무해한 잡담도 있다. 이런 잡담은 가까이가기 힘든 동료의 사소한 걱정꺼리를 듣게 되면, 그가 더 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다. 유해한 잡담도 있다. 한 동료에게 일어난 일을 얘기하면서 사람들은 함께 분노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한 사람을 공격함으로써 공감을 얻어내려 한다. 한 동료의 명예를 가차없이 손상시킬 목적으로 하는 잡담은 위험하다.  잡담 시간의 분위기는 여기 참석한 모든 사람이 뭔가 얘기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니 그런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그럴듯한 얘기를 지어낼 수 있다. 그러면 그런 허황한 소문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따지는 사람도 생긴다. 무엇보다 농담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시기하는 대상을 이를테면 봉급이나 권력을 더 많이 소유한 사람을 비하할 수 있다. 그러면 시기심은 농담을 통해서 일시적으로 진정된다.

 

직장에서 시기심과 미움이 팽배하면 모빙(mobbing)이 일어날 가능성도 다분히 있다. 직장에서의 모빙이란, 일을 함께 하는 동료들끼리 한 동료를 집요하게 괴롭히고, 그를 무능한 사람으로 몰아가거나 적어도 무능하다고 인정하는 행위이다. 이렇게하는 이유는 목표로 겨냥한 동료를 제거하려는데 있다. 따라서 이처럼 공격적이며 집단적으로 가하는 폭력은 대부분 모든 사람의 근무 능력을 떨어뜨린다. 다른 사람을 모빙하는 사람은 그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주기도 하고, 일하고 있는 자료를 없애버리기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울 수도 있다. 또는 그 사람이 옆에 있어도 없는 것 처럼 대화할 수 있고, 등뒤에서 비웃는 등 수 많은 방법이 있다.

 

여자들은 실패할 것을 예상하고 반대로 남자들은 성공하리라 예상한다. 다시말해 여자들은 자신들이 그 과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 전제하고 일을 착수한다. 이와 반대로 남자들은 처음부터 성공을 예상한다. 이렇듯 일의 성공 여부에 대한 기대치가 애초부터 달라서 남자와 여자는 실제로 나타난 성과도 다르게 평가한다. 남자들은 성공을 기대하기 때문에 성공하면 저기 능력의 결과로 본다. 성공하지 못하면 노력 부족이거나, 여건이 좋지 않았거나 제수가 없었다고 여긴다.이렇듯 방어자세를 취하면서 이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믿음을 갖는다. 그런데 여자들은 애초부터 실패를 기대하므로 성공하면 당황한다. 좋은 조건이었고, 운이 뒤따라 주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여자들은 자신이 무능하다고 믿어 버리게 된다.이런 식으로 믿으면 여자들은 시기심에 찬 소문에 흔들리고 만다. 성공한 여자들은 그처럼 시기심에 찬 비방을 들었을 때 멀찌감치 거리를 두지 못할 때가 많다. 이는 자신의 직업적 성공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한 탓이다.  자신은 성공을 당연하 srjt으로 믿지 않는다면 소문은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가하는 비판과 감정적인 면에서 적중하는 것 같다.  성공을 위해 상사와 성접촉을 한 적이 결코 없음에도 부당하게 높은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는 느낌 말이다. 

 

여자들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남자 동료의 시기심이 아니다. 신여성들은 남자들이 시기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직업세계에는 여전히 남자가 많고, 특히 높은 자리는 그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남자들이 시기하리라는 점은 미리 각오하고 있는 것이다. 여자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여자들의 시기심이다.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서 해방된 여자들은 자신의 성공이 다른 여성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고 믿기에, 여자들 사이에 연대감이 형성되기 바란다. 하지만 여성들 사이에는 예상과 달리 연대감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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