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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심(롤프 하우블 지음,이미옥 옮김)

시기심과 경쟁, 감사

경쟁은 시기심의 효과에 속한다. 야심찬 고무적인 경쟁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늘 자기가 우월해지려는 노력이다. 이런 경쟁은 향상될 가능성이 있는 한 멈춰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그 가능성이지 경쟁자가 아니다. 적대적인 피해를 주는 경쟁은, 반대로 경쟁자에게 신경을 집중한다. 최고가 되는 것이 관건이기에 경쟁자를 이겨야 하는 것이다. 한가지 형태의 경쟁에서 다른 형태로 넘어가는 과정은 명예욕의 문제다. 여기에서 명예욕이라 함은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와 원하는 재산을 획득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명예욕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어느 정도 현실적인 파악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병적인 명예욕이 된다. 우리는 그런 명예욕을 지닌 사람들이 양보하지 않고, 불손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들이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엄격한 이유는 늘 과도하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데 만일 인정하면 참을 수 없고 수치스러운 실패를 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거만함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양자 택일의 방식을 갖고 있다. 그들은 원하는 것을 모두 갖거나 아니면, 차라리 전혀 갖지 않는 쪽을 택한다. 전자는 자신들을 가치있는 사람들로 보이게 하고, 후자는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적대적인 피해를 주는 경쟁으로 빠지는 경향이 큰 사람은

* 다른 사람에게 누가 우월한지 시합해 보자고 한다.

*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의심이 많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약점을 이용하리라 예상한다.

*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불공정한 수단까지 동원한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자신도 상대를 이기기 위해 그런 수단을

   기꺼이 사용한다.

* 이런 사람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공격 성향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새로운 경쟁자를 항상 염두에 둔다.

  이들은 이런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를 해두어야 직성이 풀린다.

* 이들은 경쟁자들과 사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래야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상대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들의 자기가치 의식은 남들이 보내는 박수갈채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경쟁자가 없으면 이들은 무슨 일이든

   관심을 잃어버리는 속성을 갖고 있다.

* 이들은 창조적이지 못하다. 경쟁자를 이기는게 목적인 사람은 온 힘을 총동원해서 승리에만 집착할 뿐이다.

* 경쟁자를 이길 수 있는 기회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이들은 경쟁자를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다.

경쟁이 애초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경쟁은 현실적으로 자신을 시험하는 중요한 구성 성분이다. 경쟁을 통해 자신의 힘을 현실적으로 평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밀접한 관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이런 역사적 과정을 '개인주의'라고 한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 무엇보다 큰 원인중 하나는 분업이다. 분업은 직업이 점차 전문화되고, 이런 전문직의 수요에 맞추어 임금을 지불함으로써 발생했다. 다른 사람이 제공할 수 없는 노동력을 갖춘 사람은 노동시장에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따라서 고용자들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또는 시기하는 편에서 말하자면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더 많은 능력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여성 정신분석학자 카렌 호나이가 단정하듯이 '이렇게하여 노동 세계에서는 경쟁사회가 중심이 되었으며, 여기서 부터 경쟁은 삶의 다른 영역으로까지 퍼져나가게 되었다. 경쟁은 우리 직업세계를 지배할 뿐 아니라, 우정, 남녀관계, 가족관계에도 파고들어 경쟁이 가진 파괴적인 씨, 즉 과소평가, 불신, 미움, 시기심 등을 모든 인간에게 퍼뜨렸다' 경쟁사회에서 성공하려는 사람은 이 사회에 적응하여야만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쟁이라 할지라도 사회적, 문화적으로 발생했으므로 자연스러운 것으로 간주해야한다.

 

만일 경쟁이 없는 규칙의 경기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우수한 개인을 칭찬하고, 개인을 최고가 되도록 부추기는 시스템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만일 도핑 처럼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승리하려는 선수에게 분노를 터뜨린다면, 그것은 한낱 위선에 불과하다. 1등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패배자로 규정하고, 인정하지 않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선수들은 무리한 수단까지 동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스포츠 뿐만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이런 관점을 취한다. 경쟁자를 이길수 없으면 적대적인 피해를 주는 시기심이 나타나 상대를 비방한다. 이는 승리하려는 의지와 또 다른 면이다.

 

우리는 하루 동안 얼마나 자주 '고마워' 라고 말하는가? 이 간단한 인사말은 감사의 표시로 늘 하는 말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도움을 받고도 감사의 뜻을 표사하지 않는다면, 이는 단순히 불친절한 것을 넘어서 감사할 줄 모르는 불손함이며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까지 망가진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먼저 서로 아는 사이여야 하고, 또 도움을 청함으로써 이 관계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급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어쩔수 없이 인정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도움이나 요청하는 열등한 인간으로 생각하기 쉽다. 이는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게다가 도움을 받게되면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다.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해야 하는 것이다. 감사는 주고 받는 행위를 적절한 관계로 만들어 주는 사회적 원칙이다. 감사는 미래에 갚아야 할 빚이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언젠가 되돌려 줘야 한다. 계약 관계와 달리 도움은 정확히 계산할 수 없는 것이기에 대등하지 않더라도 호혜를 기대하게된다.

 

도움을 받은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감사는 당연한 의무다. 도움 받은 사람은 이를 계기로 도움을 준 사람에게 종속된다. 도움을 제공한 사람은 상대가 안고 있는 부담 , 즉 도움을 받았다는 부담감을 벗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만일 도움을 준 사람이 어떤 보답도 허락하지 않는다면, 도덕적으로 그가 휘두를 수 있는 힘이 얼마나 큰지 감지할 수 있다. 특히 그 도움이 한번에 그치지 않고 나중에 보답하라고 하지도 않으면서 계속 도와 주는 경우에는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도움을 주는 사람은 무엇보다 사심이 없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지만, 이는 상대의 분노를 유발한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빚을 갚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때 도움을 받은 사람은 도움을 준자가 자신을 예속시키려는 목적에서 '감사를 바라지 않는게 아닐까 '의심할 수 있는데, 이 의심은 어쩌면 맞을지 모른다. 도움을 준 사람이 여러 가지를 포기하면, 도움을 주는데 드는 비용 뿐만 아니라 그 도움으로 훗날 자기가 받을 수 있는 도움조차 포기하므로 . 따라서 그런 상황에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결과다.

 

감사의 빚을 청산할 수 없는 상태이기에 도움을 준 사람과 거리를 유지하게 되는 경우가 때때로 있다. 게다가 도움을 받은 사람은 그런 상태에 대해 언급하기도 상당히 어렵다. 어떤 사람이 사심없이 봉사하고, 겸손하게 반응하며 다른 사람에게 부탁도 거의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그에게 감사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를 높이 평가하던 사람이 몇 달이 지나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도와줄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에게 감사해야 하고 의무감을 느껴야 하고 애정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어려워 그는 도망친다. 시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도움의 손길. 그들이 갈망하는 재산을 가진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는 그런 도움을 거칠게 거절한다. 그것은 자신들에게 수치심을 주고, 이로써 자신들의 시기심이 불타오르기 때문이다. 시기심을 품은 사람들은 제공하는 도움을 미심쩍게 보게 된다. 개별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감사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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