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심 과 비교

비교하지 않으면 시기심도 없습니다. 자신이 갈망하지만 소유하지 못한 재산을 다른 사람이 가졌다는 사실을 시샘하는 것이 시기심이라면, 시기심은 자신을 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데이비드 흄은 시기심의 가장 핵심요소는 '사회적 비교'라고 분명히 빍히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일반론에 따르면 사람은 재산의 가치를 늘 상대적으로 인지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 재산과 비교하게 되는데, 그 비교 기준에 따라 더 가치가 있거나 또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기쁨을 얻는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 나아짐으로써 그 간격이 좁혀지면 기쁨이 줄어들 뿐 아니라, 긍정적인 불쾌감도 생긴다. 이는 예전의 상태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교는 차이가 있다. 누구도 임의의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과 비교하는 것을 선호한다. 철학자를 시기하는 작가는 거의 없으며, 다른 종류의 글을 쓰는 작가나 다른 국가의 작가 아니면 다른

시대에 속한 작가를 시기하지 않는다. 프랜시스 베이컨도 비슷하게 접근한다. 그는 사회적으로 동일한 부류 사이에 존재하는 또는 시간이 흐르면서 동일한 부류에 속하게 되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가까운 친척이나 동료,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출세를 시기하는 경향이 많다. 이는 자신의 불행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고, 사람들은 자신이 아니라 출세한 사람들을 보고 있다고 의식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출세에 관해 더 많이 얘기할수록 시기심은 더욱 강해진다.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하여 동일한 사회적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평등이 생긴다. 출세한 사람은 한 때 자신과 비슷한 조건에 있던 사람들에게 열등 의식을 심어주며, 같은 조건에서 출발했음에도 '왜 자신은 그런 성공을 이루지 못했는지'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일까?  사회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정체성이란 차이를 인지함으로써 나오게 되니까 말이다. 내가 누구인지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분함으로써 알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서로 완전히 다르다기보다는 어떤 특정한 부분에서 다르다. 사회구성원 간의 비교는 우리 자신이 갖는 가치의 근원이다. 물론 유일한 근원은 아닐지라도. 자신을 다른 사람하고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모습을 과거의 자기와도 비교한다. 다시말해 자신이 되고자했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사회적 비교에서 나오는 자기 가치는 사람들이 갈망하는 재산을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졌느냐 적게 가졌느냐, 또는 그들과 똑같이 가졌느냐를 기준으로 한다. 적게 소유했다면 자기가치는 약해질 것이고, 더 많이 소유했다면 강화된다. 무엇을 비교하느냐는 누구를 비교 대상으로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

 

매년 대략 3억 9000만명의 독자, 특히 여성독자가 통속 주간지를 읽는다. 통속 주간지는 유명인사들의 삶, 사랑과 고통을 사진과 함께 싣는 신문과 잡지를 말한다. 원래는 귀족들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 이었으나, 요즘에는 다루는  인물이 다양해졌다. 배우, 가수 ,운동선수, 텔레비전 진행자... 이른바 스타라고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이 모든 인물은 독자들보다 훨씬 유명하고 부자이며, 사회적 지위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인물들은 사람들에게 시기심이 일어나도록 부채질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은 듯하다. 대부분은 유명인사들을 인정해 줄 뿐아니라, 사랑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속주간지들은 시기심을 자극할 만한 글을 싣는다. 한편 유명인사들을 미화함으로써 독자들이 이들을 자신과 비교할만한 대상에서 제외하게 만든다. 동시에 그런 주간지들은 독자들에게 자기들의 우상이 살아가는 사생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를 읽음으로써 독자들은 역사회적 작용을 겪게된다. 우상의 사생활에 대한 보도는 이중적인 기능을 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정보는 우상을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즉 그들도 독자들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서 시기심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유명인사들의 사치스런 삶은 배후로 밀려난다. 그런 정보들은 무엇보다 그들의 사치스런 생활 뒤에 숨어있는 부분들이다. 예를 들면 알콜중독, 마약중독, 시고, 심각한 질병, 가정 폭력, 이혼과 방탕한 생활에 빠진 자식들 등 비극적이면 비극적일수록 더 좋다.

 

시기심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만듭니다. 고대 아테네의 민중들은 각각의 시민에게 5년, 훗날 10년까지 추방할 수 있는 형사소송 절차를 만들었다. 이 법정의 중심에는 세계적으로 위대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다른 시민들에 비해서 어떤 형태로든 상당히 탁월하여 군중 가운데 우뚝 솟은 인물이다. 이들에 대한 감탄의 배후에는 사회적 신분의 차이를 공평하게 하려는 시기심이 숨어 있다. 다시말해 누구도 더 빼어나서는 안된다.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평등을 실천하려는 노력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 갈망하는 재산을 조금밖에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의 시기심은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진 많은 재산을 정당화하라고 요구하게 된다. 그들이 왜 그렇게 많이 소유하는 것인가?  따라서 시기심은 한 집단 또는 사회전반에 존재하는 사회적 불평등이 한계를 넘어서 사회적 연대감을 위협하는 것을  막아줄 수도 있다.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는 현상은, 사회 전반은 물론 개인에게도 해롭다. 경쟁은 실력없는 사람들을 실력이 좋은 사람들로 교체하여 사회를 더 발전시키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뛰어난 개인에 대한 적대감은 사회가 활력을 잃지 않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