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심을 다루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번째 방법은 건설적이다. 시기하는 사람은 시기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그 물건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는 그 물건의 주인처럼 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므로 시기심은 그에게 하나의 자극이 된다. 두 번째 방법은 파괴적이다. 시기하는 사람은 자신의 부러워하는 자의 꼬락서니를 눈뜨고 못봐 주겠다는 태도를 취하며, 자신은 그와 같은 위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물건의 주인이 잘못되기를 바란다. 파괴적인 시기심에 대해 이를 특정집단 아니 심지어 사회전반에 시간이 흐르면서 타인을 시기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시기심을 자극하는 현상과 그것을 억누르는 현상이 생겨난다. 게다가 시기심이란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시기심 역시 다른 모든 감정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시기심을 유발하는 사회적 조건과 개인적 조건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누구도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태어난 사회와 집단의 문화적 환경을 공유하게 된다. 이들 가운데 어떤 부분은 뼛속 깊이 자리 잡고 있어,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우리의 세계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이해한 다음에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 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상황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야만 이런 상황들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을수 있고,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살고 싶은지 어떤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삶의 특정 부분이 아니라 모든 부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시기심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시기심, 특히 파괴적인 시기심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가능하면 이 불쾌한 감정과 이 감정이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사실 타인에게서 시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재산이란 없다. 하지만 동일한 재산이라 할지라도, 모든 사람이 그것을 소유하길 원하지 않는다. 만일 교육에 중요한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면, 이웃집 사람이 값비싼 리무진을 타고 다니더라도 시샘하지 않겠지만, 반면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두 가지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이웃을 부러워한다. 한편 시기심이란 개인적인 감정일뿐 아니라 집단적인 감정이므로, 한 사회에 소속된 전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시기하는 그런 재산도 있게 마련이다. 이런 재산은 집단적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원시사회의 경우 재산, 음식, 자식, 건강이 사람들에게 시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배불리 먹고 자식이 많으며 장수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부러움을 살 수 밖에 없다. 복지국가에서는 대다수가 아니라 소수만이 가질 수 있는 재산이 시기의 대상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수가 소유하게 된다면, 그다지 시기심을 유발하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재산이 시기의 대상물로 등장한다. 우리처럼 복지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과 물질적인 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직장을 갖는 것? 어떤 시점에서 그렇다. 여가를 즐기는 것? 출세를 위해 녹초가 되도록 일하는 사람에게 그렇다. 사회적 지원을 받는 것? 가족과 친구 관계가 느슨한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갖는다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바이다. 복지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재산은 행복과 만족이다. 자신은 그렇지 못한데 다른 사람이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시기심'을 최고로 자극하는 요소라 할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재산을 부러워할 뿐 아니라, 아름다움이나 재능처럼 어떤 사람과 분리할 수 없는 재산도 부러워한다. 이런 재산을 간절히 원하지만 충분히 갖추지 못한 사람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결핍과 직면하게 된다.
평등이라는 이상은 어떠한 형태로든 누군가가 나보다 우월하면,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 민족의 사회적 상황과 헌법이 아무리 민주적이라 할지라도 모든 시민은 주변에서 늘 자기보다 우월한사람을 발견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곧장 이 측면만을 주의깊게 바라보게 된다. 모든 것이 균등하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이라도 차이가 발견 되면 병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이때문에 평등하면 할수록 평등에 대한 욕구는 더욱 채워지기 어렵다. 실제로 차별대우 받는 사람과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많은 경우 차별대우는 정의감과는 모순된다. 이를테며 우리는 누군가 불이익을 당하거나 차별대우를 받으면 부당하다고 간주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정의감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더라도 세계는 여전히 불공평 할것이라는 점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자기가 부러워하는 재산을 타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목격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시기심을 느끼는 경우는 늘 존재하게 마련이다. 시기심을 극복하는 방법은 포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포기보다 힘든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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