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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나이들어 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

책임, 친절

나에게 일어난 일의 대부분은 나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을 과거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말해 우리가 어떤 일을 좀더 잘 할 수 있는데도 못하는 것은 과거의 사람들, 특히 부모에게서 나쁜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생각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고 꼬이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행동과 감정입니다. 결국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적잖은 용기와 의지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사는 동안에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을 겪습니다. 우리가 태어나서 자란 환경, 가족이나 지인들의 죽음과 이별은 우리 마음대로 할수 없는 것들 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일단 자신과 관계없는 외부의 힘이나 사람들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심리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내담자는 불행의 진짜원인을 자기 안에서 찾아내 고백하게 되고, 자기 불행의 오랜 원천이라 믿어온 부모와의 잘못된 관계로부터 풀려나와 심리적으로 성숙해지고 자유로워집니다. 훌륭한 심리치료사가 되는데 필요한 자질은 훌륭한 부모가 되는데 필요한 조건과 같습니다. 변화를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심, 내담자의 입장에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기울여줄 수 있는 자상한 배려, 무비판적으로 귀를 기울여 주는 태도, 그리고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필요합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주도권은 무심한 사람이 쥐고 있습니다. 어떤 인간관계든 깨어질 때는 어느 한쪽이 먼저 마음이 떠나기 마련이며, 그 사람이 오히려 강자가 되어 원상회복을 위한 약자의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어 버린다.

 

부부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하루하루 그저 견디듯 지루하게 살아가고 있는 부부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 힘겨루기에 관한 것들입니다. 아이들 문제, 돈 문제 혹은 사소한 생활습관과 같은 뻔한 문제들을 놓고 다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배우자를 찾을 때 늘 사랑을 맨 앞에 둡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사람,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사람을 만나 낭만적인 사랑을 하고 그래야 결혼을 할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실제 결혼한 부부들을 보면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학벌, 경제력 혹은 취미나 가치관, 성적 매력 등 과 같은 조건들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됩니다. 이러한 조건들로 배우자를 선택하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둘의 관계는 무너질수 밖에 없게 됩니다. 만일 경제력이 지금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결정적 요인이었는데, 지금 매우 가난하다면 당신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게 될지를 한번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분명해집니다. 사람을 선택하게 되는 마음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십시오. 흔히 말하는 두 영혼의 강력한 결합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인 조건에 대한 욕망과 기대감이 부합한 결과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결혼문화가 점점 이해 타산적으로 살벌하게 변해가고 있는 증거로 혼전계약이 유행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재산을 가지고 있는 배우자가 결혼할 때 혼전에 그 재산에 대한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계약은 서로 믿지 못하는 사람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를 속일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우리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계약을 요구하는 것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설사 부부사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될지 알수 없다는 뿌리 깊은 불신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든, 혹은 그렇지 않든 간에 언제든 그 결혼이 끝나버리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입니다. '왜 우리의 사랑이 식어버렸는가' 하는 탄식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둘 사이의 관계를 지탱하던 본질적 요소가 무엇인지, 지금 그것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분명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랑으로 배우자를 선택하여 그 사랑을 지속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실망과 배신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아는 것,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속지 않을 수 있는 지혜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부로 베푸는 친절이 상대를 더 망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기분이나 생각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 어렵습니다. 원치 않는 생각이나 감정은 떨쳐버리려고 할수록 더 극성스레 달라붙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어떤 행동이 우리에게 즐거움과 만족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알게 됩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나는 어렵다는게 '불가능하다'는 뜻인지 묻습니다. 그러면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용기를 내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들의 삶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보라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은 모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그것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변화에는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합니다.

 

장애인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역경과 싸워 자긍심과 자존심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입니다. 무기력을 느끼는 사람에게 복지혜택을 주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할 문제입니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면 자연스레 자신들의 무기력함을 남들에게 확인받는 꼴이 되어 자립심과 자신감을 포기할 공산이 커집니다. 좋은 취지로 만든 제도가 오히려 자긍심과 재생의 의지를 꺾는 결과를 낳는 것이지요. 나는 사람들을 무기력에서 건져내는 단 하나의 처방은 두려움과 실망을 이겨내는 의지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에게는 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소위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중 어떤 사람은 의료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진짜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스스로 감정을 콘트롤 할 수 있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 그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현재의 상황 즉,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면서도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방치해 둡니다. 필요한 것은 스스로 변화해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감정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감정은 행동을 따라가게 마련입니다. 지금 당장 창문을 열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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