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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남자는 늙지 않는다.( 와다 히데키

나이 와 기억력

기억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나이를 먹어서 기억력이 감소하는 것은 생리적으로 뇌가 위축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 결과 새로운 사건을 기억하는 능력이나, 기억한 사실을 유지하는 기억력이 저하한다. 기억을 담당하는 것은 '해마'지만, 그 이전에 시작되는 전두엽 위축이 기억력 저하와 큰 관계가 있다. '감정은 기쁨이나 슬픔이니까, 기억력과 관계가 없다'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감정 노화는 기억력 저하의 큰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에피소드기억'이란 체험과 관련된 기억이다. 에피소드기억 자체는 나이를 먹어도 쇠약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노화함으로써 자신의 에피소드 인식이 되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에피소드화하여 기억한다. 문제는 어떻게해야 머리속에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가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에피소드 기억은 나이를 먹더라도 쇠약해지지 않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에피소드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장년인 경우 감정이 둔화될 뿐 아니라, 사물에 대한 허용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에피소드가 되기 어렵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기억력도 쇠퇴한다. 그러나 이 방법을 실천하려면 자신의 감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침울한 상태에서는 에피소드화가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다. 침울한 상태에서는 실수를 기억하는 것 뿐 만 아니라, '역시 나는 안돼'라는 식으로 자책을 하여 더욱 침울해져버리는 마이너스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그런 점에서 보더라도 감정이 쇠퇴해진 이후에는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

 

 컴퓨터 공부건 주식시장 등의 경제와 관련된 공부이건 감동을 수반해야 한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래 이렇게 해야 하는거야 ’하는 식으로 문득 시야가 열리는 순간이 있다. 이처럼 이해하는 경험이 에피소드가 된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그런 감동이 점차 엷어진다. 책에 참신한 내용이나 몰랐던 내용이 있어도 특별한 감동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책을 읽어도, 그 내용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중장년도 많다.  에피소드 기억을 하는 독서방법 중의 하나로 반론을 세우면서 읽는 방법이 있다. 저자의 판단이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나름대로 가치 판단을 하면서 읽어나가면 재미도 증가할 뿐 아니라, 기억에도 확실하게 남는다. 텔레비전의 경우에는 에피소드로 만들면서까지 기억을 해야할 내용은 많지 않다. 하지만 화면이나 화제가 모두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없이 보고만 있어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텔레비전 시청의 특성이다. 수동적으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텔레비전 시청의 특성은 뇌를 무료하게 만든다. 중장년 이상의 나이가 되면 주변이 너무 조용하면 불안감이 느껴지므로 특별히 시청할 내용도 없는데 텔레비전을 켜놓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경우 아무 생각없이 화면만 바라보는 것보다 '무슨 소리야, 말도 안돼' '그건 아니지 ...'라는 식으로 항상 반론을 펴는 습관을 들이면, 그 내용을 쉽게 기억할 수도 있고, 감정의 노화를 예방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기억에는 입력, 저장, 출력 3단계가 있다. 입력이란 머리에 각인시키는 단계이고 여기에서 기본적인 포인트는 '이해'와 '주의'다. 즉 이해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할 수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기억할 수 없다. 무의미한 패스워드를 기억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 때문이다. 또 감정의 노화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주의'다. 주의력이 떨어지면 산만해지기 때문에 책을 읽어도 건성으로 읽는다.  노인이 우울증에 걸리면 기억력이 떨어지는데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에는 글을 읽어도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어떤 말을 들어도 그 내용이 각인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전에 들은 말도 쉽게 잊어버린다.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을 때는 어떤 내용도 잘남지 않는다. 이것은 결코 기억력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단순히 주의력 수준이 떨어졌을 뿐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이야기를 들은 뒤 질문이나 확인을 한다는 생각으로 귀를 기울인다. 주의에는 '관심'과 '집중'이라는 요소가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나 흥미를 느끼는 일은 나이를 먹어도 기억할 수 있다. 관심이 있는 대상에 대해서는 주의 수준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즉 자기가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은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감정이 노화하면 관심 영역도 좁아지고, 관심의 강도도 저하된다. 더구나 한가지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나이를 먹으면 주의의 요소인 관심과 집중이 모두 약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입력의 또 하나의 조건인 이해의 수준은 나이를 먹어도 저하되지 않는다인생경험이 풍부해지기 때문에 이해력 자체는 오히려 더욱 양호해진다. 나이들어 공부를 해보지만 생각만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이 원인도 감정 노화에 있다. 인생경험이 방해되거나 자존심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즉 이런 것은 이미 알고 있다는 식으로 대충 훍어보기 때문에 문제다. 또 하나 자존심을 내세워 지나치게 어려운 책에 손을 대거나, 모르는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을 기피한다.

 

감정이 노화하면 좀더 보수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자존심은 더욱 강해진다. 이해력은 있지만 그런 쓸데없는 자존심과 허영이 이해를 방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런 자존심은 접어두고 초보부터 시작한다는 겸허하고 솔직한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어느 정도 지위가 올라가면 자존심을 내세워 다른사람에게 질문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회사건 관청이건 지위가 올라갈수록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에게 배우기가 더 쉬워진다. 즉 지위가 올라갈수록 머리 숙일 때 그 가치가 더 올라가는 것이다. 기억의 두 번째 단계인 ‘저장’은 일정한 시기까지 필요한 것을 저장해 두는 것이다. 인간이 새로운 것을 저장할 때 일시적으로 보존되는 장소가 뇌의 해마다. 해마는 그 정보 안에서 필요하다고 판단이 내려지는 부분을 측두엽으로 전사하고, 그 정보는 장기간 기억으로 남는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정보는 해마가 방출해 버린다.

 

에피소드 기억의 경우에는 곧장 측두엽으로 가서 보존되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한 의미기억인 경우에는 이런 메카니즘이 작용한다. 그렇다면 해마는 무엇을 기준으로 필요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는 것일까? 이것은 매우 기계적이고 단순한 작업이다.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에 두 차례 이상 같은 정보가 입력되면, 필요한 정보라고 판단한다. 한번 입력된 이후에 더 이상 입력되지 않으면,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지워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저장을 잘하려면 복습을 해야 한다. 한달안에 복습하여 측두엽으로 전사시키는 것이다. 복습을 습관화하려면 전달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책이나 잡지에서 읽거나 텔레비전을 통해서 알게 내용이나 재미있었던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 주는 것이다. 전달이라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옮길수 없다. 게다가 책에 씌어있는 대로 또는 텔레비젼에서 본대로 옮길 수 없는 일이므로 나름대로 이해하고, 재구성하면서 이야기해야 한다.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기억의 제 3단계인 출력의 트레이닝 이기도 하다. 중장년이 되면 다른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거나, 분명히 기억을 했는데도 떠올릴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출력기능이 쇠약해졌기 때문이다. 출력기능을 향상 시키려면 실제로 출력을 해보아야 한다. 필요할 때에 필요한 것을 이끌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람은 반사회적 행동을 할 때 감정이 고양된다. 역설적이게도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행위는 감정노화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반사회적, 반도덕적 행위가 감정의 노하를 예방하는 이유는 나이를 먹을수록 강렬한 자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 두뇌의 노화와 인생경험 때문에 약한 자극에는 반응을 보이기 어렵다. 깊이 없는 TV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나 대사를 충분히 예상해버려 시시하게 느껴진다. 결과를 쉽게 예측하게 되면 자극이 없을 뿐 아니라, 흥미나 관심도 가질 수 없다. 도박은 그에 대치되는 행위다. 항상 예상을 뒤엎는 불확실성이 넘치기 때문에 강력한 자극을 준다. 감정에 직접 작용하여 젊음을 되찾게 하는 요소가 있다. 바둑, 장기, 카드게임 같은 승부도 감정의 노화를 예방해 준다. 게임에 질 경우에는 감정이 강한 자극을 받아서 어떻게든 다음에는 이기기 위해 연습을 한다. 이런 연습이 의욕을 낳고 의욕은 두뇌 회전을 촉진시킨다. 특히 자신 있는 승부일수록 자기애도 충족시켜 준다. 이길 수 있는 승부를 하면 감정의 노화를 예방한다는 의미에서도 마음이 든든하다. 그러나 자극이 강할 경우에는 거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

   

나이를 먹어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거나, 필요한 존재라는 인정을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기애를 충족시켜 주는 자신감과 에너지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려면 젊은 사람에 대해 나름대로 내세울 수 있는 것, 말하자면 일종의 세일즈 포인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노인이 체력이나 용모로 승부를 걸 수는 없다. 젊은 사람에게 이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돈, 지식, 인생경험이다. 다음 세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소외당하는 노인, 방해만 되는 노인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 나는 돈으로 승부할 수 있다.

* 나는 지식으로 승부할 수 있다.

* 나는 포용력과 상담능력으로 승부할 수 있다.

 

돈은 많은 사람도 있고 부족한 사람도 있다. 상담 역시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지식은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갖출 수 있고 당연히 갖추어야 한다. 나이를 먹으면 식욕과 성욕은 떨어지고 모든 일에 흥미를 잃기 쉽다. 그런 상황에 놓이더라도 ‘현명해지고 싶다거나’, ‘현명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욕망은 유지해야 한다. 나이를 먹어서 사회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필요한 존재가 되지 못하는 것은 불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