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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야할 길( M. 스캇 펙 지음,신승철

사랑과 정신치료 그리고 종교

 

정신과에서 신기한 말들과 신기한 기술들로 정신의 매듭진 것들을 풀어 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정신치료를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만드는 그 본질적인 요소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무조건 적극적인 말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신기한 마술같은 말도 아니며 기술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적인 참여다. 치료자가 기꺼이 자신을 던져, 환자의 성장을 돕기 위해 감정적인 관계에 뛰어들어 환자와 자신과 투쟁해 나가고자하는 의욕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성공적인 정신치료의 근복적인 요소는 사랑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관계는 어떤 관계든 서로 정신치료적 관계다.

 

나는 아내의 비판보다 아내의 칭찬을 더 좋아한다. 그녀의 힘을 길러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의존성을 길러주려고 했다.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내 이미지는 공급자 그 자체였다. 내 책임은 돈을 벌어주는 것이 끝이었다. 내가 원하는 집이란 편안한 장소이지 도전의 장소는 아니었다. 정신치료와 사랑은 똑같다. 물론 정신치료는 나의 관심을 당연하게 여기며 나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가르침을 요구하지도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운 일이다. 이처럼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상담을 하는 것은 진료실에서와 똑같은 정도의 치밀한 노력과 지기훈련이 요구되지만 조건은 더 나쁘다. 다시말해 가족이나 친구들은 더 많은 노력과 사랑을 요구한다. 사랑의 결핍이 정신병의 주요 원인이 되며 사랑이 실제로 정신치료의 기초적 치료 요소가 된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끊임없이 버림당하고 매를 맞았는데도 정신치료의 도움 없이 성숙하고 건강하며, 경우에 따라 성자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었는가? 반대로 어떤 환자들은 분명히 다른 사람들보다 유능한 정신치료자에게 애정 넘치는 정신치료를 받았는데도 왜 정신적 성장을 이루지못할까?  이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세계는 근본적으로 혼돈스럽고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는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때그때 즐기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또 세계란 비정하게 먹고 먹히는 곳이라 믿는 환자는 세계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무자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을지 모르겠다. 또 세계란 근본적으로 선한 곳이며, 따라서 그곳은 좋은 것만 생겨나므로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또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끌던지 세상은 살아지게 마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세상은 조금이라도 나쁜 짓을 하면 얻어맞고 쫓겨나는 곳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은 모두 다르다. 환자의 세계관은 항상 그들의 문제에 근본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세계관을 교정하는 것이 치료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치료자의 기본지식이다.

 

많은 사람들의 종교성 발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들은 그들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믿는 것을 따라 믿는 경향이 있으며, 어린시절 자아 형성과정에서 세계의 본질에 대해서 들은 것을 그대로 진리로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문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가족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우리 성장발달에 가장 기본이 되는 문화는 가족문화이고, 부모는 그 문화의 지도자인 것이다. 더욱이 가족 문화의 영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말해준 신과 사물의 본질이 아니라, 부모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세계다. 즉 그들이 서로에게, 스스로에게 어떻게 행동하는가이다. 우리가 자라면서 세계의 본질에 대해 배우게 되는 것은 가족이라는 작은 우주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종교나 세계관을 발전시키려면 다시말해 최대한 현실 세계와 그 안에서의 우리 자신의 역할에 부합되는 종교와 세계관을 발전시키려면, 우리는 계속 우리의 이해를 갱신하고 더 넓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해의 범위를 확대시켜야 한다. 우리들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보다 더 좁은 이해 범주에서 살아간다. 그러므로 개인을 둘러싼 특수한 문화, 부모, 어린시절의 경험 등이 우리 이해 범주에 미치는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인간세계가 이렇게 혼란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서로 접촉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도, 현실의 본질에 관해 굉장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견해가 각 개인이 이미 경험했던 작은 우주관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개인마다 자신이 지닌 견해가 옳다고 믿으면서 살고 있다.

 

정신적 성장이라는 것은 우주에서 출발하여, 보다 큰 우주로 들어가는 여행이다. 우리가 가진 이전의 경험들로 이루어진 작은 우주로부터 탈피하고, 또 전이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배울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계속 인식망을 확장하고 시야를 넓혀가야 하는데, 이런 것들은 새로운 정보들을 세세하게 소화하고 통합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세계는 어떤 법칙을 따르고 있으므로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은 편견이나 미신을 따르고 있는 그대로를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려고 하는 뿌리깊은 나쁜 버릇이 있는 나약한 자다.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 없었더라면 인간은 더 잘 되었을지도 모르며, 하느님이란 단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과자일뿐 아니라  독이든 과자일지 모른다는 의심마저 생긴다. 하느님이란 인간의 마음에 있는 환상이라고 결론 짓는게 합리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파괴적인 공상,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신앙은 꼭 치료를 받아야 할 인간 병리의 보편적인 형태라고 결론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하게 된다. 하느님을 믿는 것은 병일까? 그것이 전이의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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