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길러온 역량은 대체로 불안하고 미숙하다. 그러므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또한 아직 불안하고 미숙하다. 기계 고치는데 시간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수리공으로서 역량이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이들이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그들이 인생에서 필요한 지적, 사회적이고 영적인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시간을 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에서 일은 곧잘 해결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문제에 직면하면 완전히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행동한다. 문제는 시간에 있다. 개인적인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문제를 분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불안감을 견뎌내지 않으려 한다. 언젠가 문제는 그대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대로 사라져버리지 않는다. 문제는 직면해서 해결하지 않으면 그대로 남는 것이며 영원히 정신적인 성장과 발전의 장애가 되고 만다.
군대에서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참모나 지휘관이 문제를 가만히 앉아서 들여다 보고만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들여다 보고 있으면, 언젠가 문제는 저절로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도 이와 같은 지휘관에 비유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부모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낼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대개의 부모는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면서도 세월이 흐른후 이렇게 이야기 한다. “우리 아이가 크면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되리라 생각했어요”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먼저 그것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건 내 문제가 아니야' 하는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개의 사람들은 “이 문제는 다른 사람들 또는 내가 조정할 수 없는 사회적 상황이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이나 사회가 나를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 " 이렇게 문제로 인한 고통을 회피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자기의 문제에 대해 항상 비참해 하거나 우스광스러울 정도로 책임지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정신과 의사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모두가 노이로제(신경증) 아니면, 성격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이다. 간단히 말해서 두 경우에 속하는 사람들은 책임지는 것에 대해 병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신경증 환자는 세상과 갈등이 생겼을 때 자기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격장애 사람들은 세상과 대결할때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치부해버린다.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신경증보다 다루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그들이 문제의 근본원인을 볼 줄 모르고, 자기 자신보다 오히려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격장애자는 자신을 분석 진단할 필요를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우리의 책임이 무엇이며 또 무엇이 우리의 책임 밖의 것인가를 분간하는 문제가 인간 실존의 가장 큰 문제인데 그것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책임을 어디에 둘 것인지 평가하고 또 평가해야 한다. 이 평가와 재평가를 제대로 성실하게 하고자 하면,거기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러한 각각의 과정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자기자신을 스스로 돌이켜보고 반성하는 습관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아이들은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당하는 혼란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
신경증 환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못살게 굴고, 성격장애자는 자기 이외의 사람을 못살게 군다. 성격장애의 부모가 제일 못살게 구는 상대가 바로 자신의 아이들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모든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부모 노릇하는 데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아이들을 필요에 따라 돌보아 주기보다는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 자기 아이들이 태만하거나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되면 성격장애의 부모는 그것이 학교와 다른 아이들 때문으로 비난한다. 성격장애자들이 자기 문제에 대해 외부-배우자, 자녀, 친구, 부모, 고용인, 환경, 학교, 정부, 인종차별주의, 남녀차별, 사회제도 등- 로 책임을 돌리며 비난하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것이며,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자기의 책임을 내던져 버림으로써 그들 자신은 편안할지 모르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포기함으로써 영적 성장이 멈추게 되고, 사회는 쓸모 없는 짐만을 떠안는 꼴이 되고 만다. 결국 성격장애자는 자기 고통을 사회에 던져주는 것이다. “네가 문제해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네가 문제 일부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따른 책임을 회피할때 그 책임을 다른 어떤 개인이나 조직 등에 떠넘긴다. 이것은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책임지는 괴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시도한다. 아이가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그만큼, 부모는 우리에게 지나친 지배권을 갖게 된다. 사실 부모는 우리를 잘 키울 책임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는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있다. 부모가 억압적인 태도로 아이를 가르치면 아이들은 자발적인 선택능력을 제대로 기르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훗날 아이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제한적이지만 건강한 성인에게는 무한대로 주어지기 때문에 선택능력의 미숙은 큰 문제가 된다. 대다수의 정신과 환자에게 존재하는 무기력함은 자유에 대한 고통을 피하고 싶은 욕망에서 생겨난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삶이나 문제에 대해 책임질 줄 모른다. 그들이 느끼는 무력감은 사실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치유되고 건강해지려면 조만간 성인의 생활 모두가 개인의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그들이 이런 것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때에만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런 것을 수용하지 못하면 그들은 영원히 자신들을 희생자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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