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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 가야마 리카)

결혼의 조건

 

등급을 매겨 자신보다 못나 보이는 여성을 경멸함은,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밖에 없는 주부들의 내면에 도사린 불안이다. 행복하고 성공한  결혼은 남편과 아내가 선량한 자녀를 낳아 기르며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은 아니다. 유전적으로 우량한 체질을 지니며, 그것을 자손에게 전할 수 있는 남녀만이 행복을 얻을 수 있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판단의 문제점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점이나 사주처럼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믿는 민간 풍습이 있다.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처럼 과장하지만 않는다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본인의 선택도 아닌, 타고난 요소를 가지고 타인을 판단하는 태도이다. 설사 혈액형에 근거한 성격판단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고 하자. 그렇다 할지라도 누구 누구는 B형이니까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든지, AB형 여자는 사귀지 않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단정 짓는 것은 곤란하다. 열등감이나 죄의식은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그것은 결혼과 출산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최근에는 국가까지 나서 미혼이나 미출산에 대해 죄의식을 조장하려 한다. 인간답게 사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자립심이며, 그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일과 결혼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일과 결혼에 바탕을 둔 사회적 자립심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또 취직과 결혼이 곧 사회적 자립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즉 사회적 자립심이란 스스로 책임을 지려는 심리이며, 만족감과 성취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과 결혼이 사회적 자립심을 대신할 근거나 의미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일과 결혼이 아닌 것에서 자립심을 얻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상대에 대해 먼저 호감을 갖고, 그 호감이 궁금함으로 바뀌는 과정을 겪는다. 궁금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에 대해 정보를 모으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 사람과 사귀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앞날을 그려보게 되는 것이다. 결혼하면 두 사람이 벌어들일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나은 생활수준을 유지할지 따져보고, 또 사귀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을 때 부모나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머릿속에 그려보게 된다. 그런데 대개 이런 시물레이션을 그려보다가 사랑에 이르기 직전에 물러서고 만다. 조건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거나, 늦은 결혼이니 만큼 주변 사람들의부러움을 살만한 멋진 상대여야 한다는 이유로 사랑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포기하고 만다. 그래놓고 좋아하는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고 말한다.

 

“나는 부자로 살고 싶어 결혼하는 것인만큼, 사랑같은 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좋다고 한다면 뭐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조건을 떠나서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자 한다면, 앞날을 미리 지나치게 그려보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머리 속에서 그리는 상상의 모습에 가려져, 정작 사랑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그를 통해 사회적인 자립심도 얻고자 하는 사람이리면, 결혼후의 생활수준이나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대해서는 자유로워져야 한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스스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외적조건이나 사회적 시선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이 정한 기준에서 벗어나 사랑으로 맺어진 커플을 보면, 속으로 부러움과 선망을 느끼면서도 자신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보통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세상과 맞서 싸울 용기를 갖추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눈 앞에 기회가 찾아왔을 때, 먼 앞날의 일을 그려보고 따져 보고 주저하다가, 그 사랑을 포기한다면 과연 나중에라도 그만큼 가치있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을 의탁할 안식처나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줄 상대를 바라면 살아간다. 그렇지만 그것이 반드시 결혼을 통해야만 백퍼센트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전에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사랑과 안식을 얻고 싶다면, 상대에게 먼저 사랑과 안식을 베풀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이란 단순히 편안하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남자의 외적 조건만 보고 결혼해 놓고는, 결혼후 생활이 완벽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금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는지 어떤지는 본인 말고는 아무도 알 수 가 없다. 아내로서도 어머니로서도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아야 여성으로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에서 깨어나고 자유로워져야 한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지 ,스스로 묻고 답을 찾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잣대를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서 가꾸는 결혼이라면 망설이지말고, 그곳에 뛰어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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