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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 가야마 리카)

일도 사랑도 당당하게

무조건 자신을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는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조건이 좋은 남자와 결혼해서 안정된 생활을 누리면서도, 욘사마에게 목을 매는 주부들이 많다는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고졸 여성에게 있어서 결혼은 생활재로서 결혼을 통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이른바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반면 전문대나 중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전업주부를 희망하는 여성들은,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남편이 꼬박꼬박 월급을 갖다주는 것을 결혼의 조건으로 꼽는다. 그들에게 결혼은 의존 그 자체다. 전문직 여성에게 결혼은 생존을 위한 것도, 의존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들에게 경제력은 결혼의 조건이 아니다. 단지 자신들의 일이나 직장생활을 존중해주고, 가사를 도와줄 수 있는 남편감이면 충분하다. 결혼후에도 자신의 생활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전문직 여성들의 결혼을 보존을 위한 결혼이라고 부른다. 보존을 위한 결혼에도 두가지가 있다. 가족이기 때문에 무조건 존중하고 편들어 주는 '가족애에 근거한 보존'과 어떤 일을 하는지 그 내용까지 이해하고 협력하는 '동료애에 근거한 보존'이 있다. 보존에 근거한 결혼은 쉽지 않다. 자신을 이해 해주는 사람이니 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겠지 생각하던 배우자가 일 이야기만 꺼내면 따분해하며 속상할 수 있다. 보존을 위한 결혼을 생각한다면 가족에게 근거한 보존을 원하는지 동료애에 근거한 보존을 원하는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남편중에는 우리 집사람은 무식해서 사회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연애 프로그램이나 본다니 하며 남들 앞에서 아내를 깍아내린다. 남편들이여 각성하라. 아내들이 아무 생각없는 단순한 여자로 취급받으면 욘사마에게 목을 매는 것이다. "휴일에 쇼핑하러 나가면 나 말고는 다들 부부동반이나 아이들을 데려온 사람들 뿐이에요. 결혼해서 가족이 생기면 평생토록 배신 당하지 않고, 사랑받으며 살수 있고, 이 지긋지긋한 고독에서도 영영 해방 될 수 있겠지. " 물론 휴일에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가족들인 것은 아니고, 결혼이 평생 변하지 않을 사랑을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 결혼하지 않더라도 좋은 일, 신나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나도 가족이 있으면 좋겠어요 . 무조건적으로 아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 학력이나 직업은 아무래도 좋아요. " 그녀가 말하는 가족으로서의 남편은 절대로 자신을 배신하지 않고, 바다와 같은 사랑으로 감싸주는 사람일 것이다. 조건은 아무래도 좋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녀가 바라는 것이야말로 비현실적인 만큼 어려운 조건이다. 평소에 이성적이고 사리 판단이 분명한 사람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처럼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갈구하며 철부지 어린애 마냥 떼를 쓰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상담을 하다보면 유독 결혼문제 앞에서는 이성과 판단력을 잃고 갑자기 마법에 걸리는 경우를 흔히 보게된다. 일단 마법에 걸린 사람에게는 결혼은 그런 것이 아니며, 남편이 있다고 해서 영원히 고독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곧이 곧대로 듣지 않는다.

 

왜 평소에 이성적이던 사람이 결혼문제가 닥치면 마법에 걸려, 결혼만 하면 외로움에서 영원히 벗어난다고 믿어버리게 되는것일까? 문제는 그들이 결혼 문제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계기에 있다. 일에 몰두하고 취미를 즐기면서 이렇다할 좌절이나 상처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에는, 굳이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현실이 힘겹고 고단해지면, 자연스럽게 결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인 현실에서 달아나기 위해 선택한 결혼이기 때문에 남편으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호를 기대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 현실에 좌절하고 상처받아서 안락한 결혼생활을 꿈꿀 무렵이면, 그들의 나이가 대개 30대 중반 이후가 된다.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런 연령대면 가족으로서의 남편은 커녕, 남편감 자체를 찾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이 가로막고 나서는 셈이다.

 

"여성의 신체는 섹스를 하거나 출산을 하지 않으면 여성의 에너지가 갈 곳을 잃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여성으로서의 성을 실현하려는 신체의 의지를 무시하고 억압하면, 그 병폐가 나타나고 마침내 신경불안에 시달려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없게 되고, 시기심에 눈이 멀어지게 된다. 자궁에 마음이 있기 때문에 빈집으로 내버려 두는 것은 좋지 않고, 불임수술을 하는 것도 피하도록 한다. 힘들게 배란하고서도 정자를 만나지 못해 헛되이 배설되는 난자의 슬픔이 월경 전 긴장 증후군 같은 신체트러블을 낳기도 한다. "

 

요즘은 예전에 비하면 개인의 선택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이 높아진 편이다. 이렇게 살아야 하고 저렇게 살면 안된다는 사회규범이 무너지면서 개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삶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결혼하라고 들볶거나 체면을 앞세워 압박하는 일이 줄면서, 여성들도 일을 우선하거나 결혼을 미루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일 통해 얻는 기쁨과 자신이 사회 속에서 필요한 존재라는 자부심이 그녀의 혈중 아드레날린을 촉진시키고, 그녀를 맹렬 직장인으로 폭주하게끔 만든다. 여하튼 요즘에는 일하느라 혼기를 놓친 사람들이 많다. 여성들이 결혼하지 않고 일에서 보람을 찾으려는 이유는 누군가의 꼬임이나 속임수에 넘어가서가 아니다. 그리고 결혼하면 생활수준이 떨어진다거나, 아이를 낳아 키우면 힘들게 살기 싫어서라는 이기적인 발상 때문도 아니다. 어떤 한가지 일에 몰두할 때 느끼는 뿌듯함과 도취감, 사회에서 제구실을 다하고 있는 충족감, 그리고 노력에 대한 보상인 월급을 받는 기쁨, 이러한 것들은 남자에게나 여성에게나 자기 가치를 높여주고 삶의 의미를 가져다주는 대단히 본질적인 감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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