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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 가야마 리카)

부모그늘에서 벗어나기

 

과거에는 없었던 장시간에 걸친 부모자식 관계는 온갖 사회문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 예컨대 10대 시절의 폭언과 폭력은 많이 사라졌지만, 대신 20대나 30대 자식들이 부모에게 모진 말을 해대거나 마음 속에 원망과 배신감을 품기도 한다. 또 반대로 유아기나 아동기 때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한결같이 서로에게 의존하는 부모자식들도 많다. 부모의 태도도 문제가 많다. 자식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자식으로 하여금 의존심만 키우고 부추기는 결과를 빚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따져보더라도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평생 의좋게 살아갈 수는 없다. 물론 극히 일부의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대개는 부모가 자식보다 먼저 늙어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런데도 그 후에 벌어질 상황이 너무 무서운 나머지, 현실을 똑바로 보고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부모 자식들이 늘고 있다.

 

요즘 부모들 가운데는 자녀의 독립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자식들에게 노후를 의지하려는 생각도 희박하다. 각자 자신의 나이와 싸우면서 부모 자식 관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부모 자식의 공동목표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관계 속에 있는 부모는 자신의 노쇠와 죽음을 외면할 수 없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 결혼해서 손자를 안겨주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새대의 탄생은 자신의 죽음을 의식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노쇠와 죽음이라는 현실을 환기시키는 자식의 독립이나 결혼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부모 자식의 관계가 자녀결혼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서로의 경험 차이 때문이다. 자식의 결혼을 바라든 바라지 않든 그것은 부모의 자유이다. 그러나 자녀들은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어린애인 채로 평생을 살아갈 수는 없다. 아무리 싫어도 부모와 자식은 함께 늙어 -성숙해-갈 수 밖에 없다. 그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자녀는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자녀가 단순히 신체적으로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숙하기 위해서 부모가 해야할 일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노쇠와 죽음을 직시하는 것이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줄이고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제어하는 방법을 익혀 나가야 한다. 미혼 여성들은 결혼을 생각할 때 현실과 동떨어진 생활수준을 바라는 기대 심리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결혼이나 출산 문제 이전에 젊은이들이 부모의 생활비 보조가 끊길까봐 겁을 내거나, 가난한 남자와 결혼해 쪼들리며 살까봐 전전긍긍하는, 그 쓸데없는 두려움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인 해법이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부모도 자녀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든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 않으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부모 세대는 '무엇인가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 '무언가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어 하는 것 같다. 결혼후 생활 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우려해 독신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제 힘으로 벌어먹고 살기가 부담스러워 결혼을 희망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지 않고, 편하게 살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양자는 똑같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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