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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 가야마 리카)

결혼해도 생기는 고민들

싱글생활의 장점

* 자아실현형: 시야가 넓어진다. 폭넓은 교우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일을 계속할 수 있다. * 자유선호형: 행동이 자유롭다. 시간에 구속되지 않는다. 자유롭게 살 수 있다.

* 경제이익형: 가족을 부양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여유롭다.

 

결혼했을때의 이득으로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있다.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가 생긴다. 외롭지 않다 등 추상적인 내용이 많다. 시댁과의 관계가 두렵다. 타인과 함께 사는 것이 피곤하다 등 절실하고 현실적인 것들도 있다. 욘사마에 열을 올리는 주부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렇다.  남편은 성실하고 매정한 사람도 아니니 이렇다할 불만은 없다.  하지만 웬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뻥뚫린 것처럼 허전하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남편들은 호강에 겨웠다고 콧방방귀를 뀔지 모른다.  다정하고 세심한 남편이라면 '아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다 사주겠다.  집안 일이 힘들면 반찬은 사먹어도 된다'며 아내를 달랜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들은 아내는 '뭘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 도리어 짜증 낼지 모른다. 

 

옛날 여성들은 결혼을 해서 아내가 되면, 어머니가 하던 역할을 그대로 물러받았다.  그러나 요즘 여성들은 남편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결혼한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더구나 지금의 20-40대 여성 중에는 아들보다 귀하게 자란 여성들이 많다. 그래서 과거와 달리 아내도 남편으로부터 자상한 어머니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결국 남편과 아내 모두, 상대가 어머니처럼 챙겨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원만한 결혼생활을 꾸려가기가 힘들다.  서로에게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원한다. '아내를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고 말하는 남편을 보면서  '참 성실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면서, 무슨 일을 해야할지 모르는게 말이 되느냐'며 펄쩍 뛰었다. 남편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말해야 할지 그녀 자신도 모른다. 결국 남편이 자신의 바라는 것까지 헤아려서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20-60대 부부를 대상으로 결혼후 남편과 아내에 대한 애정과 만족도를 살펴보았다. 결혼한지 5년이하에서는 남편과 아내 모두 비슷한 정도의 만족도를 나타낸다. 그러나 그 후 남편의 만족도는 급격히 높아지다가 약간 떨어지는 반면, 아내는 결혼한지 14년이 지나면 만족도와 애정이 급격히 떨어진다. 결혼해서 15년이 지나면 남편은 결혼 당시보다 아내에게 만족도가 높은 반면, 아내는 결혼 당시의 애정이 완전히 식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결혼한다면 누구와 하겠냐는 질문을 받으면 당연히 대답에 차이가 난다. 젊은 세대든, 나이든 세대든 남편중 절반 이상이 지금의 아내라고 대답한 반면,  여성들은 다른 사람 또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아내들도 남편에 대한 불만이 무엇이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아내들은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이 못마땅하면서도 정작 남편에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여성들은 남편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 막무가네로 요구만 하는 것 이다. 사실은 무엇을 원하는지 아내 스스로도 모르니 남편들은 우선 무엇인지 알아내는 일부터 해야 하는 실정이다. 뭐하나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이는 주부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 초조, 불만에 시달린다. 주부들이 지속적으로 느끼는 뭔가 부정적인 감정과 기분,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생활 감정. 이를테면 뭔가 하고 쉽기는 하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지금처럼 살아도 되는지 회의가 들고 제대로 살고 있는지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결혼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사회에서 인정받고, 어른 대접받는 등의 실리적 측면보다,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낼수 있으며, 자녀나 가족이 생겨서 좋다는 대답이 많다즉 결혼은 사회적, 실리적인 것에서 정신적, 내면적 만족감을 기대하고 결혼한 여성들이 결혼후에도 정신적, 내면적인 결핍감에 시달리고 불만을 품는다는 점이다. 독신생활을 해소해줄 수 있는 안정된 결혼 생활을 꿈꾸지만, 결혼 뒤에도 여전히 불안과 회의를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생활이 불안해서 결혼한 사람들도 결혼해서 처음 몇년동안 배우자와 결혼 생활에 만족하면서 지내는 것 같다. 하지만 5년 10년이 흐르면서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자녀가 생기고 부부 간에 이해가 깊어지면 결혼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져야 할 것 같은데, 도리어 부정적인 감정이 강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심리학자는 '남편이 아내에게 무심하고 아내를 너무 만만하게 여기는데서 생기는 감정의 불일치' 라고 말한다. 뭔가 채우지 못한 욕망이 있는데, 그 욕망이 구체적으로 모르는 상태가 여자들의 불안과 초조를 부추긴다. 그 부정적인 감정을 남편의 몰이해와 결혼생활의 문제 탓으로 돌려버린다부부간의 만족도가 높았던 결혼후 초기 몇년 동안에도 아내에 대한 남편의 이해도가 각별히 높았던 것은 아닐 것이다.

 

'갓난 아기는 배고픔과 같은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로 체험한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그것이 공복으로 인한 배고픔이고, 음식물 섭취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갓난 아기는 배고픔 이라는 고통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 그런데 갓난 아기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로부터 구해주는 사람이 어머니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자기들이 울기만 해도 어머니가 그 본질을 이해해 주고, 공포를 해소해 주는 그런 경험을 하며 자란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 욕망을 배우자가 헤아려서 채워주기 바라는 사람들- 보통 여자에게서 많이 관찰 되지만 남자가 그런 경우도 있다- 은 결국 상대에게 어머니의 이같은 공상기능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할 것이다.  어머니라면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채워 줄 것이다.  (* 공상: 아기를 어르면서 불안을 완화해주는 어머니의 마음상태그런데 배우자에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달라'고 요구하는 아내나 남편은 상대방이 언어를 통해 시도 하는 대화 조차 거부하고 떼쓰는 아이처럼,  자신을 이해해 주지않는다고 짜증을 내고 비난을 퍼붓기만 한다. 왜 이들은 언어를 배우기 이전의 아기와 똑같은 행동을 할까?  또 그것이 어머니가 아닌 배우자에게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머니가 공상에 가까운 과잉보호로 키워서 그럴까?

 

혼자 지내는 생활을 힘겨워 하는 이는 가족도, 친구도, 직장동료도 자신을 이해 해주지 않는다고 불만과 불안에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해 주고 헤아려 주는 누군가를 상상한다. 그래서 결혼만 하면 배우자가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고, 그러면 영원히 고독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상상하면서 결혼을 선택한다. 그러나 자신의 완전한 만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헤아려 주기를 갈구하는 마음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를 누군가가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단 마음속에 자리잡게 되면,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욕이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혼자 싸우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함께 있어도 외롭다면 혼자여서 외로운 편이 낫지 않은가. 이런 생각으로 그들은 독신을 고집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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