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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필

자기 표현, 교제

교수들은  오래동안 연구실에 처박혀서 모든 일에 관해 생각을 거듭한 끝에 자기 주장을 확립하여 주장이 강하다. 말끝마다 자기 주장을 들고 나와 조금이라도 거기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눈을 뒤집어 까고 분개한다.  확실히 그의 주장은 모두 지당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 왜그런지 알겠느냐? 책만 읽었지,  사람과 교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문에는 조예가 깊지만 인간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하기 때문이다. 사사로운 모임에서 사람의 마음을 붙잡고자 할 때든, 공적인 회합에서 청중을 설득하고자 할 때든, 이야기 내용도 중요하지만 말하는 사람의 분위기, 표정, 몸짓, 품위 목소리를 내는 방법, 사투리의 유무, 어디를 강조하는가, 억양 말하자면 지엽적인 부분이야말로 더 중요하다. 아무 꾸밈없는 논리정연한 화술은 지적 인간이 두세 사람 모인 곳에서나 사사로운 모임에서는 설득력이 있고 매력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많은 인간을 상대로 하는 공적인 장소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세상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들은 연설을 들을 때 어떤 가르침을 받기보다는, 아름답게 들을수 있는 것을 택한다. 원래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은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무식하다는 말을 듣는 것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러한 목적으로 책을 읽을 때는 문체나 말씨 사용법에 주의하면 좋다. 어떻게 하면 좀더 좋은 표현이 되겠는가? 자기가 똑같은 내용의 글을 쓴다고 할 때, 어떤 점이 부족한가를 생각하면서 읽어라. 똑같은 뜻을 가진 글을 써더라도 저자에 따라 표현이 어떻게 다른가?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도 말씨의 사용법이 우습거나, 문장에 품위가 없거나, 문체가 어울리지 않으면 얼마나 흥이 깨지겠는가,  잘 관찰해 두면 좋다.  또 아무리 자유로운 대화라도 아무리 친한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라도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너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배우들이 어떤식으로 말하고 있는가를 주의깊게 본적이 있는가? 잘 관찰해 보면 알겠지만 좋은 배우는 명확히 발음하고 , 정확한 말에 중점을 두는 법이다.  말이라는 것은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념이 전달되지 않는 방법으로 말을 하거나,  듣기 싫은 방법으로 말을 한다는 것은 어리석기 이를 데 없다. 읽을 때는 입을 크게 벌리고 한마디 한마디 명확히 발음 하고, 조금이리도 빠르거나 말씨가 불명료하면, 그 대목에서 지적해 달라고 부탁할 일이다.  혼자서 연습할 때도 자신의 귀로 잘 듣도록해라.  처음에는 천천히 읽어, 말이 빨라지기 쉬운 나쁜 버릇을 고치도록 유의해라. 자기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여 그것을 우아한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좋다. 토론의 연습이 되기도 하고 항상 능숙하게 이야기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연설에서 청중을 기쁘게 하는 데도 청중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들이라 해도 사리분별이 있는 사람은 소수이고, 거의 모두가 보통사람들이다.  알맹이 있는 연설을 요구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 내용이야 어떻든 듣기 좋은 연서을 좋아한다는 것을 명심해라일반적으로 젊은이들은 어떤 부탁을 받으면 여간해서 딱잘라 말하지 못하는 법이다. 싫다고 하면 체면에 관계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게다가 상대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런 생각 자체는 나쁜 것은 아니다.  상대편의 뜻에 맞추어 주고, 기쁘게해 주자는 생각은  상대편이 좋은 사람이라면 좋은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 본의아니게 상대편에게 질질 끌려 갈 뿐이라고 하는 최악의 사태를 가져온다. 자기들의 값싼 관계를 우정이라 부르고, 쓸데없는 금전대차를 하거나 친구를 위한다고 소동에 끼여 싸움을 벌인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계기로 일단 사이가 벌어지게 되면,  이번에는 손바닥 뒤집듯 상대편의 험담을 늘어 놓는다. 일단 사이가 나빠지면 두번 다시 상대편을 생각해 주는 일이 없다. 오로지 지금까지의 신뢰관계를 배반하고 우롱하기를 계속한다. 주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부도덕한 자나 어리석은 자가 접근해 왔을 경우 눈치채지 않게 몸을 피하는 것이 당연하다 할지라도, 필요 이상으로 냉담하게 대하여 적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친구로 삼고 싶지 않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적으로 만들어서 득이 될 것이 없다. 악행이나 우행은 미워하지만 인간적으로 적대시 해서는 안된다. 일단 그들로부터 적의를 받게 되면 힘들다. 친구가 되는 것 보다 낫지만... 중요한 것은 상대가 누구든 간에 '말해서 좋은 것'과 '말해서는 안되는 것' '해서 좋은 일'과 '안되는 일'을 분간하여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일이다. 

 

가능하면 자기보다 우수한 사람들과 교제하도록 노력해라. 우수한 사람들과 교제하면 자기도 그 사람들과 같이 우수하게 된다. 반대로, 자기보다 낮은 사람들과 교제하면 자기도 그 정도의 인간이 되어버린다.  인간은 교제 하는 상대여하에 따라 어떻게든 변하는 법이다. 여기에서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가문이 우수하다든지, 지위가 높다든지 하는 의미가 아니다. 내용이 있는 사람들, 세상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말한다. 예를 들면 사회적으로 주도적 입장에 서 는 사람, 특수한 재능이나 특징이 있는 사람, 특정분야 학문이나  예술에 뛰어난 사람 등이다. 그런 뜻에서 말한다면  신분이 높은 사람들만의 모임을 훌륭한 사람들만의 모임이라고 말할 수 없다. 신분이 높아도 머리가 빈 사람, 상식적인 예법을 모르는 사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할 것은 수준이 낮은 사람과의 교제다. 인격적으로 수준이 낮고,  덕이 모자라고, 두뇌 정도가 낮고, 사회적 위치도 낮은 사람, 자기 자신은 아무 것도 내세울만한 장점도 없고 너와의 교제를 장점 으로 삼는 사람이다.  분별도 있고, 사회적 지위도 확고한 분들이 그런 수준이 낮은 사람들과 교제하여 신용을 떨어뜨리고 타락해 가는 경우는 많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허영심이다. 허영심 때문에 인간은 수없이 많은 나쁜일들을 야기시켰고, 이러석은 행동을 한다. 자기보다 수준이 낮은 사람들과 교제하는 것은 허영심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그룹에서 으뜸이 되기를 바란다. 동료부터 칭찬받고 존경받고 싶고, 마음대로 동료를 움직이고 싶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