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라는 거대한 미로

 

오늘도  인간에 관하여 인간의 성격· 태도에 관하여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일들은 나이가 들어도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너의 나이로는 좀처럼 얻을 수 없는 지식이다.  이러한 인생의 지혜를 젊은이에게 가르쳐 주는 사람이 좀처럼 없는 것을 나는 전부터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들 자기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학교 선생님이나 교수도 그렇다.  자기의 전문분야를 조금 가르칠 뿐이지, 그 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아니 가르치지 않는다기보다 가르칠 수 없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그것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부모도 가르칠 수 없는 것인지,  바쁜 생활에 쫓기고 있어 그런지, 무관심해서 그런지,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가르칠 수 없다. 이것은 어떤 뜻에서는 옳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일은 이론으로는 모른다.  실제로 사회에 몸을 담아보지 않고서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전에- 즉 젊은이가 미로 투성이의 땅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거기에 발을 들여놓은 경험자가 대략의 약도를 그려서 넘겨줄 정도의 일은 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상에는 시간을 질질끌며 요령없이 보내는 사람이 많다. 커다란 의자에 기대 앉아 하품 하면서 “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엔 좀 시간이 모자라고....” 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이 실제로 있어도 이런 사람은 무엇인가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은 가버린다. 한가로이 세월을 보내는 것은 네 나이에서는 아직 허용되지 않는다. 너는 이제 겨우 사회에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행동적이고 근면하며 끈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종일 책상에만 붙어 있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라고 권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무엇이든 좋으니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20분이니까, 30분이니까' 하며 가소롭게 여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1년후는 상당한 손실이 된다. 순간순간을 의미있게 사용해 주었으면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보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해라. 소비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은 공부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놀이도 때에 따라서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다. 인간은 놀이를 통해서 성장 하고, 제 몫을 하는 인간이 되어간다. 그러므로 놀고 있을 때에도 빈둥빈둥하고 있으면 안된다.  놀 때는 노는데 온 정신을 집중시켜 주기 바란다. 하지만 놀이에 휘말려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한다고 해서 너두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나는 나라고 생각할 일이다.  먼저 네가 즐기고 있는 놀이가 어떤 놀이인지 생각해 봐라. 계속하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봐라. 즐거운 듯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즐거워야 한다. 물론 친구와 식사하고 술을 마시는 것도 포함된다. 그렇다고 일부러 자기방식을 강요하거나, 상대를 비난해서 미움을 살 필요는 없다.  남은 남이며 자기 좋을대로 하라고 내버려 두면 된다.  그렇지만 자기 건강에 대해서만은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건강에 관심없는 사람은 하는 수 없다. 독서에도 시간을 할애하자. 배울 것이 많은 사람과의 대화에도 시간을 남겨두자. 가능하면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좋다. 노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다. 자기의 놀이를 찾아내어 맘컷 즐기일 일이다. 그렇지만 남의 흉내를 내어서는 안된다. 자기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볼 일이다. 무엇이 진실로 즐거운가를 물어보고 즐겁다고 생각되는 것을 하면 좋다.

 

공부나 일, 지식인이나 명사와 함께 하는 대화는 아침 나절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단 저녁 식사의 식탁에 앉으면 그 후는 휴식시간이다. 특별히 긴급한 일이 없는 한 좋아하는 것을 하며 즐겨도 좋다 . 마음맞는 동료들과 카드놀이도 좋다. 한번에 한 가지일만 하면 하루 동안에 시간은 충분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번에 두가지 일을 하면 일년이 있어도 시간이 모자란다. 무엇을 할 때 한가지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한번에 한가지 일을 하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절대로 내일까지 미루지 않는다.  다른 일에 정신을 팔지 않고 한가지 일에 확실히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의 능력은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천재라는 확실한 증거가 아닐까?

 

집중하지 않는 사람은 이야기 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자기 스스로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화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은 이야기하는 상대를 관찰하는 일도 없고, 이야기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도 없다. 그들은 그 장소에 관계없는 일 그리고 쓸데없는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모든 일은 집중할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둘 중 하나다.  일단 한다고 결정하면 상대가 무엇이든 간에 눈과 귀를 똑바로 집중할 일이다. 듣는 말은 한 마다도 흘리지 않고 들으며, 눈 앞에 일어나고 있는 일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확실히 본다는 결심이 중요하다. 

 

나는 공부에 필요한 비용, 사람과의 교제에 필요한 돈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공부에 필요한 비용이란 필요한 책과 우수한 선생에게 배우는 비용을 말한다. 훌륭한 사람과 교재하는 비용도 포함된다. 사람과의 교제에 필요한 비용은 지적인 교제에 필요하다는 말이다. 불상한 사람을 위한 자선비용도 포함된다. 신세진 분들에게 사례나 앞으로 신세지게 될 분들에 대한 선물비용도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나' 제 분수에 맞게' 라는 말이 있다. 건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은 어디까지가 손이 미치는 범위이고 어디서부터가 손이 미치지 못하는 범위인지 알고 있다. 엉성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