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뇌의 마음 (월터 프리먼지음 진성록 옮김)

감정과 지향적인 행동

 

 

습관적인 일상과 목표추구를 위한 혁신, 그리고 그곳에 없는 어떤 자극에 대한 강력한 반응의 혼합이 지향성의 정수를 이룬다. 우리의 행동은 하나이 지속적인 고리를 통해 나타난다. 이 고리는 세 단계로 나눈다. 첫 단계는 우리 뇌 안에서 미래의 상태에 대한 목표들이 출현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지는 과정이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그 목표 쪽으로 맞춘다. 두 번째 단계는 행동을 하고 그 행동에 따르는 감각적 결과를 받아들이고, 행동의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 전개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학습을 통해 우리의 뇌를 조절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 세 단계를 거치는 동안에 뇌와 몸에서는 역동적인 작용이 벌어진다. 우리 몸으로 다가올 행동에 필요한 준비를 시키고, 그 행동을 현실로 옮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는 감정이 창의적인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열어주는 원칙으로도 여겨진다.

 

지향성의 생물학과 감정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나는 감정을 물리적 의미의 파워로서가 아니라 뇌동역학 표현으로 묘사할 것이다. 이런 식의 접근을 통하여 나는 지향성과 지각, 그리고 의미 구축의 필수적인 요소로서 감정을 통제하고 이용하는 것에 관한 이슈문제를 명백히 설명할 수 있기 바란다. 침착한 고요의 상태로부터의 떠남을 표현하는 단어로는 감정이 썩 잘 어울린다. emotion은 바깥을 향한 움직임 혹은 의도가 아닌가. 강정적인 상태가 즉시적이고 노골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 개인이 곧 이 세상을 향해 행동으로 실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코앞에 다가오는 해악을 피하거나 피난처를 발견하려고 노력할 때도 그런 지향성이 보인다. 중요한 특징은 이렇다. 그런 행동들이 생명체의 내부로부터 곧잘 솟아나오고, 행동들이 미래의 어떤 상태를 향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이때 미래의 상태는 그 동물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조건과 역사에 대한 지각에 따라서 그 동물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이런 간단한 형태의 감정은 행동주의자들에 의해 동기부여 혹은 동인으로 불려진다. 생명체는 미래의 어떤 상태를 추구하여 이 세상과 교류하면서 행동을 진화 시켜 나간다. 그럴 경우 지향적인 운동을 떠받치기 위해서는 신체의 적응이 요구된다. 그런 준비 중에는 근골격계를 이용하여 적절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포함된다.

 

급박한 행위에 수반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우리의 애착과 생계와 안전, 그리고 주변세상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바꿀 가능성 등 미래를 예상하게 하는 느낌이나 퀄리아가 감정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환희, 비탄, 두려움, 격노, 희망과 절망으로 알고 있다. (퀄리아는qualia: 어떤 것을 지각하면서 느끼게 되는 기분, 떠오르는 심상이다.) 자율신경계의 활동으로 야기된 신체의 변화, 즉 헐떡임과 한숨, 쭈뼛 서는 머리카락, 맥박의 고동 혹은 빨개진 얼굴 등을 통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의 감정상태와 행위 그리고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들의 감정상태와 행위에 대한 이런 지각이 우리 자신의 상태와 그 다음 행동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낸다.

 

고전적인 플라톤의 관점에서 보면 이성은 감정과 대조를 이룬다. 사려 깊고 생산적이고 사회적 규범과 일치하는 행동은 이성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반면에 우리가 사전계획이라고 부르는 논리적 분석을 가치지 않은 것 같거나, 우리 자신과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에게 원하지 않은 해를 안겨주는 행동은 감정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나의 관점을 말하자면 두 종류의 행동 모두가 감정적이고 의도적이다. 그 행동들이 그 사람의 내면으로부터 나오고 단기 혹은 장기적 목표들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두 가지 행동은 명백히 다르다. 행동들은 뇌의 다양한 부위들 간의 협력에 의해 제어된다.

 

물질주의자들과 인지주의자는 분석의 출발점을 피부나 눈, 귀 혹은 다른 부위의 감각수용기로 잡는다.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가 에너지에서 활동전위로 변화되는 지점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축삭다발들이 정보를 뇌간으로 옮기는 경로역할을 맡는다. 뇌간으로 들어온 정보는 뇌간핵을 릴레이로 거쳐 시상으로 모인다. 이 시상이 뇌간의 꼭대기에 있는 중앙감각정보센타이다. 정보는 이미 수용기에 의해 색깔과 움직임 혹은 음색과 같은 특징에 따라 세분화되고 분류되어 있다. 시상은 그렇게 분류된 정보를 다시 정리하여 일차감각피질 안의 작은 영역들로 보낸다. 이 영역들은 다루는 정보의 특징에 따라 전문화되어 있다.

 

감각수용기가 미리 정해놓은 목적지로 정보를 배달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시상 안에서는 각각의 중계핵이 다른 핵들을 억제한다. 가장 강하게 자극받은 핵이 주변의 다른 핵들을 진압해 버린다. 인지주의자들은 이런 형태의 상호작용을 승자독식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자극의 돌출성이 주의를 확 잡아당김으로써 대뇌피질로 보낼 정보를 고른다고 생각한다. 일차감각피질이 이 특징들의 표현들을 결합하여 물체의 표현들로 엮어낸 뒤 그것들을 이웃한 연합영역으로 보낸다. 예를 들어 선들과 색깔들의 결합은 얼굴을 구성할 것이고, 여러 개의 음소들은 하나의 문장을 이룰 수 있고, 피부조직에 가해지는 압박들은 몸짓을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대상들의 표현들이 연합피질에서 전두엽으로 옮겨진다고 믿는다. 그러면 전두엽에서 대상들이 개념으로 추상화 된다는 것이다. 이 개념에는 의미와 가치가 곁들여지게 된다. 아무튼 이들 반응의 연쇄 속에서 감각이 지각으로 변한다. 운동피질의 뉴런들이 자신들의 축삭들을 직접 뇌간과 척수 속으로 보낸다. 그러면 거기서 축삭들은 피질과 특정근육 집단들을 자극하는 운동뉴런들의 풀로 연결된다.

 

인지주의자들은 전두엽을 운동 활동의 선택과 조직화가 일어나는 곳으로 보고 있다. 지향적인 행위들이 시간을 두고 공간속에서 일어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 공간은 개인적인 영역이다. 그 안에서 동물들은 그전의 탐험들을 돌아보면 즉시적으로 떠오른 목표들을 향하여 움직임을 계속한다. 인지주의자들은 해마에 있는 공간세포 집합체가 인지지도를 형성한다고 믿고 있다. 이 지도는 마치 컴퓨터의 메모리 뱅크처럼 각 동물의 내면에다가 이 세상을 나타낼 공간정보들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공간- 시간 고리로 도식화한 것을 이루는 변연계의 뉴런집단들이 끌개풍경을 구축하고 지속시킨다는 것이다. 변연계에서 나가는 유출의 대부분이 감각계로 감에도 불구하고 적은 양은 직접 두 개의 주요 운동계로 간다. 근골격계를 지휘하는 편도체 그리고 근육의 사용과 감정적 표현을 떠받치기 위하여 심장과 폐, 피부와 내분비선을 통제하는 시상하부가 그 운동계이다. 편도체는 감정적 행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두엽은 두 가지 의미에서 운동신경이다. 좁은 의미에서 운동피질이 팔다리와 머리, 눈의 위치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전두엽은 미래 상태에 대한 예측을 만들어 내고 변연계가 안내하는 지향적인 행동에 따른 결과들을 내놓는다. 전두엽은 각 개인을 독특한 존재로 만드는 경험의 세부적인 구조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사회적 학습과 연습, 실천에 결정적인 존재이다. 변연계의 자기규제인 기능들 중 근본적인 한 부분을 제공하는 것은 바로, 신경조절물질이라 불리는 뇌화학물질들을 분비하는 뉴런들이다. 이 뉴런들은 모든 척추동물의 뇌간의 한가운데에 박혀있는 화학적으로 전문화되어 있는 핵들에서 발견된다. 신경전달물질이 뉴런을 즉각 흥분시키거나 억제하는 반면에, 신경조절물질들은 시냅스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낮춘다. 신경조절 뉴런들은 뇌의 많은 부위로부터 인풋을 받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의도적 행동을 만들고 통제하는 과정에 변연계로부터 받은 인풋이다. 신경조절뉴런들은 양쪽 대뇌반구 모두의 신경망 전반으로 스며들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각각 다른 화학적 구조를 가진 중요한 신경조절물질은 10여개가 있다. 전반적인 각성(히스타민), 진정작용과 수면유발(세로토닌), 감정과 운동의 조절(도파민), 24시간 주기 리듬의 조정(멜라토닌), 가치창조(보상 호르몬 CCK), 고통이 완화(엔도르핀), 공격적 행동으로부터의 해방(바소프레신), 어머니다운 행동이 촉발(옥시토신), 학습과 각인의 결과로 시냅스의 이득이 일어남에 따라 생기는 변화의 용이함(아세틸콜린과 노드아드레날린의 경우 지향성을 늘 새롭게 고쳐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맡는다. 이 변화들은 누적적이다. 하나의 새로운 팩트나 기술 혹은 통찰이 학습되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시냅스의 변화들이 그 변경 사항을 전체 고리 속으로 그리고 신경망 속에 깊이 박혀있는 의미의 전체 구조 속으로 녹여낸다. 신경조절물질들은 자신들이 행동을 결합하여 사람과 동물의 내면의 상태들을 만들어 낸다. 여기서 말하는 상태라는 것이 바로 우리가 기분이나 기질, 감정, 태도와 기질이라는 표현으로 묘사하는 마음의 풍경을 말한다.

 

변연계의 메시지는 모든 감각피질로 보내진다. 한 가지 목표의 선택으로 감각기관들을 똑같은 맥락에 놓기 위해서이다. 그 목표가 먹이를 찾는 것이든 피난처를 찾는 것이든, 아니면 도파민 수용기들이 활성화될 때 일어나는 파워와 포용력의 느낌을 추구하는 것이든 관계없이, 모든 감각피질로 변연계의 메시지가 가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이 찾고 있는 것에 대해 틀린 것이든 맞는 것이든 어떤 생각을 품고 있다. 감각의 재귀(sensory recursion은 어떠한 것을 정의할 때 자기 자신을 참조하는 것을 뜻한다)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향적인 행위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 감정이 없다면 기억하는 일도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다. 각패치의 뉴런들이 높은 자율성을 간직하는 것과 똑같이 글로벌패턴 안에 들어있는 패치들도 상당한 수준의 개별적인 질서를 유지한다.

 

하나의 자극이 그 생명체에 갖는 의미의 총체는 글로벌 차원의 피질신경망에서 나온다. 의미는 그 동물의 전체 역사에 따라 달라진다. 그 역사는 학습동안에 일어나는 시냅스의 변화에 의해 신경망 깊이 박힌다. 의미는 변연계의 통제 아래에 놓인 신체감각이 제시하는 현재의 환경에 의해서도 다듬어진다. 그리고 의미는 역시 변연계의 통제를 받고 있는 뇌간의 신경조절 핵들이 만들어내는 감정과 정서의 상태들도 포함한다. 의도적인 행위들, 특히 비언어적인 신호를 요구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실행을 준비할 때 일어나는 감정까지도 의미가 된다는 말이다. 의미를 만들어내는 바로 그 글로벌 상태들이 소중한 것을 선택하게 만들고, 운동계가 의도적 행동을 연속적인 움직임으로 엮어내도록 안내하는 그 AM패턴을 제공한다.

'뇌의 마음 (월터 프리먼지음 진성록 옮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식과 의미  (3) 2024.07.14
자각, 의식, 그리고 인과관계  (3) 2024.07.14
감각과 지각  (0) 2024.06.28
뉴런들과 뉴런 집단들의 동역학  (0) 2024.06.23
의미와 표현  (1) 202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