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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마음 (월터 프리먼지음 진성록 옮김)

뉴런들과 뉴런 집단들의 동역학

 

 

뇌는 신체의 다른 모든 장기들과 마찬가지로 세포들로 이뤄진 하나의 집합체이며, 각 세포는 어느 정도 자율권을 누리는 행위자들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각 세포는 사회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많이 닮았다. 여러가지 면에서 뉴런의 하나의 세포이다. 다른 세포들과 다를 게 없다. 뉴런은 막에 완전히 싸여있다. 뉴런의 유전물질은 세포질 안에 박혀있는 세포핵 속에 들어있다. 뉴런은 미토콘드리아로부터 활동에 필요한 힘을 얻는다. 그러나 다른 세포와는 달리 뉴런은 두 종류의 실을 뻗는데 그것들은 막의 연장이다. 한 종류는 마치 나무처럼 수상돌기이다. 하나의 뉴런은 수상돌기 가지들을 여러 개 갖는 것이 보통이다. 이 가지들은 거듭하여 갈라진다. 또 하나의 가는 실은 축삭이다. 뉴런 하나에 하나씩 있으며 이것 역시 옆으로 퍼지는 가지들을 갖고 있다. 인풋은 수상돌기를 통하여 뉴런으로 들어오고 아웃풋은 축삭을 통하여 뉴런을 빠져 나간다.

 

각 뉴런 수상돌기나무에는 시냅스가 수천 개나 달려있다. 그 시냅스들은 공간을 차지한다. 수상돌기나무는 성장을 거듭하면서 접촉이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는 표면을 끊임없이 더해 나간다. 그런 성장은 어린 시절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성장이 이뤄진다. 공간을 확보하려는 시냅스의 경쟁은 치열하다. 연결을 유지하느냐에 여부는 시냅스가 활발하지 못하다면 연결들은 쇠할 것이고 시냅스들도 사라질 것이다. 심지어 뉴런까지도 없어져버릴 수도 있다. 나이 들어서도 신경 연결들의 건강을 지키려면 근육처럼 운동이 필요하다. 평생에 걸쳐 활기찬 커넥션을 성장시키고 지켜나가는 것이, 시냅스의 수와 힘을 강화시켜 학습하고 기억하고 적응하기 위한 기본 바탕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커넥션들도 매일 운동을 필요로 한다. 뉴런은 평생 동안 여러 가지 상태를 보인다. 휴식상태가 있고 다양한 정도로 흥분되거나 억제된 상태가 있고 학습을 통해 변화되는 상태가 있다.

 

수상돌기들은 각자 받아들인 펄스 인풋을 파동으로 바꾼 뒤에 그 펄스를 흡수하여 통합하는 반면에, 축삭들은 뉴런의 아웃풋을 펄스열로 전한다. 축삭의 펄스는 높이가 대체로 고정되어 있다. 그렇게 때문에 아웃풋의 강도는 펄스율에 의해 전달된다. 축삭의 가지가 무수히 많아도 한 가지에는 언제나 한 펄스밖에 지나가지 않는다. 펄스가 시냅스에 닿으면 시냅스는 화학물질인 신경전달 물질을 배출한다. 이 신경전달물질은 수상돌기까지 퍼져나가고 거기 막 속에 있는 배터리 같은 것의 스위치를 올린다. 이제 수상돌기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시냅스에서 펄스에 의해 촉발된 수상돌기 전류는 그 펄스가 지속되는 1천분의 1초 동안에 급격히 높아졌다가 서서히 휴식의 수준으로 돌아간다. 전류는 오로지 폐쇄적인 고리 안에서만 흐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전류는 처음 시냅스에서는 막을 가로질러 흐르고, 그 다음에는 수상돌기의 내부를 따라 세포체로 흐르고, 마지막으로 유발지역에서 시냅스까지는 세포 밖 액체를 따라 다른 방향으로 흘러 그 순환을 마무리 한다. 뉴런 안에서 일어나는 고리 전류의 흐름은 막의 전위에 나타나는 변화로 잘 드러난다.

 

뉴런은 원래 엄청난 수로 분열되고 증식되는 배아세포에서 자란다. 축삭과 수상돌기들은 성장을 시작하면 삐른 속도로 가지를 뻗으며 세포체들을 서로 연결해나간다. 그때 적절한 연결을 이루는데 실패하여 죽는 뉴런들도 많이 나온다. 비록 그렇다 할지라도 성인의 대뇌피질에는 세포체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있다. 세포체들의 밀도는 매우 높다. 축삭과 수상돌기, 시냅스, 그리고 서로 연결된 뉴런들에다가 혈관과 아교세포라 불리는 지지세포들이 더해진 이 촘촘한 네트워크가 바로 신경망이라고 부르는 조직을 형성한다. 뇌의 회백질과 척수를 이루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뉴런 집단을 이루는 뉴런들 사이의 연결은 지향적인 행동의 실질적 토대를 제공한다. 뉴런들 사이의 연결의 힘은 낮은 수준의 지속적인 활동으로 유지된다. 그 사이에 피질은 학습과 습관적인 사용을 통하여 시냅스에 힘의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다른 뉴런을 흥분시키기도 하고 다른 뉴런으로부터 자극을 받기도 하는 뉴런들은 상호협력적인 피드백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각 뉴런은 이웃에 있는 뉴런들과 직접적으로 다른 곳의 뉴런들과는 일련의 시냅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뇌는 각 뉴런으로부터 몇 개의 연속적인 시냅스를 통하여 두루 닿게 되어 있다.

 

뉴런 집단은 수많은 복잡계에 들어있는 거시적인 앙상블(프랑스어 ensemble은 전체적인 어울림이나 통일. 조화 의미의 프랑스어이며 음악에서 2인 이상이 하는 노래나 연주를 말한다)들과 비슷하다. 거시적인 앙상불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뉴런과 같이 반자율적이면서도 독립적인 요소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 각 요소들은 다른 요소들과 느슨한 상호작용을 가져야만 한다. 그리고 물질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거대한 원천이 있어야 하고, 폐기물과 열을 처리할 수 있는 무한한 하수구가 있어야 한다. 거시적 앙상불은 하나의 세포 속에 들어있는 화학적 조합에서부터 생태학적 네트워크 사회적 조직,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같은 기후세계 심지어 은하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다양하다. 각각의 경우 미시적인 요소들 혹은 분자들의 행동은 앙상불에 의해 억제되며 미시적인 행동은 앙상블의 거시적 행동패턴을 참고하지 않고는 결코 이해되지 않는다.

 

뉴런들이 집단적인 활동을 통하여 세포의 단계를 뛰어넘어 유기체의 수준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는 첫 단계가 바로 거시적인 상태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절대로 편협하지 않다. 지휘권을 잡으려고 나서는 뉴런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미리 설정해 놓은 궤도도 없다. 뉴런들은 수상돌기와 축삭의 성장을 통해서 해부학적 연결의 밀도를 어느 정도 확보하면, 개별적으로 행동하기를 그만두고 집단의 일원으로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각각의 뉴런은 그 집단에 기여도 하고 집단으로부터 지령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해부학적 연결의 밀도가 어느 선을 넘어설 경우 집합체 안에 들어있는 뉴런이 뉴런집단에 들어있는 뉴런처럼 되도록 자신들이 상태를 바꾸게 된다. 이제 그 뉴런들의 행동도 변한다. 이런 식으로 한 존재 양식에서 다른 존재 양식으로 옮겨가는 뉴런의 변모가 상태전환의 한 예이다. 이제 뉴런의 행동수준은 집단에 의해 결정된다. 뉴런 각각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이것이 신경동역학을 구축하는 첫 번째 벽돌이다.

 

뉴런집단은 점끌개를 하나 갖고 있다고 일컬어진다. 뉴런집단이 다양한 강도와 시간적 길이의 자극에는 같은 수준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뉴런집단의 펄스와 파동이 취할 수 있는 강도의 범위가 그 집단의 상태공간을 규정짓는다. 그 공간 중에서 뉴런집단이 안정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범위를 끌개유역basin of attraction이라 부른다. 사발처럼 우묵하게 생긴 곳에 공을 떨어뜨릴 경우 처음 떨어진 위치가 어디든 상관없이 그곳에서 낮은 지점으로 굴러가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생긴 표현이다. 뉴런 집단의 진동능력은 뉴런 집단의 인풋을 전달하는 축삭에 전기충격을 가하면 나타난다. 그 전기충격은 마치 종을 망치로 때리는 것과 비슷하다. 종은 소리가 점점 약해져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갈 때까지 특유의 주파수로 울게 된다. 피질의 활동에서는 종의 울림이 유발전위나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점은 뉴런들이 대규모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거시적인 실체를 하나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만약에 어떤 동물을 대상으로 전위파동을 유발하는 전기자극을 무시하도록 훈련시킨다면, 그 동물은 그 자극에 길들여지고 진동률이 감소한다. 이는 습관이 그 자극에 따른 이득만을 선택적으로 줄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뉴런들은 미시적인 차원에서는 개인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면서 감각 인풋을 뇌와 척수로 받아들이고, 운동 아웃풋을 근육과 선(분비기관, gland))으로 옮겨 나른다. 아울러 뇌 속의 뉴런들은 시냅스를 통하여 서로 작용을 한다. 그리하여 거시적인 상태의 뉴런 집단을 창조해 낸다. 이것이 개별적인 뉴런들의 활동을 억제한다. 지향성의 기본적인 특성은 뇌 안에서 활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우리가 습관적인 행동으로 경험하는 것들은 이 궤도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지향적인 행동이 믿어도 좋을 정도로 순서대로 일어나는 것은 학습으로 형성된 끌개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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