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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나의 소원은

이번 여름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손자에게 붙잡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하루 종일 손자와 지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어떤 이들은 손자의 재롱을 보며 좋겠다고 하지만, 일상의 모든 것을 손자에 맞춰 왼 종일 지내다보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녹초가 된다. 무더운 여름날 중노동도 이런 중노동이 없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리고 아이는 또 얼마나 불행한지를 경험한다.
 
무더운 여름날 아이는 나가자고 칭얼거리며 때 쓰고, 울고 억지 부리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근처에 있는 아쿠아리움이다. 하지만 17개월 아이에게는 어두컴컴한 이곳도 마땅치 않아 칭얼거리기만 한다. 다시 무더운 날씨에 유모차를 밀고 탄천을 나간다. 그제야 아이는 흐르는 하천을 보고 오리를 보고, 물물.., 깍까 깍까라며 쉴 새 없이 자기가 아는 모든 낱말을 동원해 중얼거린다. 그렇게 세상과 소통하려 애쓴다.
 
내가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백범 김구 선생이다. 김구 선생은 오로지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하여 한 평생을 보냈다. 지도자라면 국가를 위한 자신만의 가치, 철학을 가져야 한다. 우리 정치인 중에서 그런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광복절만 되면 안타까운 것이 김구 선생이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지 못한 것이다. 만일 그때 김구 선생이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었더라면...
 
“... 한반도 역사상 1945년 해방직후 상황은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한 때였다. 남의 손으로 해방을 맞았지만 주체적 노력으로 극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반도를 장악한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 국내 정치에 관해 일관적인 방침이란 게 없었으므로, 국내정체세력이 현명하게 대처했더라면 분단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족분단을 강대국의 논리에 의한 결과로만 볼 수는 없다. 최소한 남한의 이승만과 북한의 김일성이 집권하는 것을 막을 수만 있었다면, 분단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역사의 전개 과정을 단순히 인물로 치환할 수는 없겠지만, 나라와 민족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역시 지도자가 중요하기 마련이다. 남한과 북한은 아무런 정통성도 자질도 없는 문제 많은 자를 지도자로 선택해 결국 파멸을 자초했다...” (남경태의 ‘종횡무진 한국사’에서)
 
‘나이 소원’은 1947년 백범일지가 출간될 때 수록된 글입니다. 백범의 사상과 철학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내용이라 소개합니다.
 
나의 소원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하느님이 물으신다면 ‘내 소원은 대한독립 입니다’하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 입니다’할 것이고,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 큰 목소리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 입니다’하고 대답할 것입니다.
 
동포 여러분! 나 김구의 소원은 이것 하나밖에 없습니다. 독립하지 못한 나라의 국민으로 칠십 평생을 서럽고 부끄럽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완전하게 자주 독립한 나라의 국민으로 살다가 죽고 싶습니다. 철학도 변하고 정치나 경제의 학설도 잠깐이지만 민족은 영원합니다. 온 세계 사람들이 한 몸처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민족마다 좋은 나라를 만들고 서로 돕고 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민족의 완전한 자주독립나라를 세워야 합니다. 우리민족은 곧 세계의 주인공이 되어 온 세계 사람들을 사이좋고 즐겁게 살도록 할 것입니다. 이것은 허무맹랑한 꿈이 아닙니다. 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이러한 꿈을 가지고 힘써주기 바랍니다. 그러면 머지않아 우리 민족이 놀라울 만큼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자유 있는 나라의 법은 국민으로부터 오고, 자유 없는 나라의 법은 어떤 한 사람이나 한 무리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독재가 됩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독재의 나라가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독재의 나라에서는 국민들이 노예나 다름없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리나라 양반정치도 일종의 독재정치였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민족의 문화는 사라져버렸습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도 집권층이 원치 않으면 말할 수조차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만이 발전할 수 있고 높은 문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곧 언론의 자유, 투표의 자유, 다수결에 따르는 것, 이 세 가지입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로 국민들의 생각에 따라 나라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나라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생각이 아주 중요한데, 그래서 교육과 문화의 중요성이 생깁니다. 국민들의 생각은 교육과 문화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합니다.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른 나라의 침략으로 무척 괴로웠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강한 나라가 되어 또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는 없습니다. 오직 한 없이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입니다. 문화는 우리에게 가진 것에 만족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게 해줍니다. 이런 마음을 갖는다면 지금 가진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높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민교육의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합니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맘껏 누리되 그 자유를 내 가족과 이웃, 우리 국민이 잘 살게 하는데 써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의 힘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마음을 새로이 가져 화합의 정신을 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 국민들은 모두 환한 얼굴과 어진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며 세계 인류는 우리의 문화를 사모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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