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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세계사 (남경태)

서양사- 요약

문명의 빛이 처음 내리 쬐인 지역은 오늘날 터키에 해당하는 아나톨리아 고원으로 추정된다. 그와 동시에 남쪽 나릴 삼각주에서도 이집트 문명이 싹튼다. 구 문명의 초승달이 삼각주 일대를 환하게 밝힌다. 초승달의 양끝이 만나면서 오리엔트 문명이 생겨나고 인류 역사상 최초의 국제사회가 형성되지만, 이 지역은 갈수록 확대되는 문명을 담당할 중심지가 못된다. 오리엔트 문명은 점차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유럽대륙의 동쪽 끝자락인 크레타와 그리스에 전해진다. 이후 오리엔트는 문자(알파벳)와 종교(그리스도교)의 두 가지 큰 선물을 서양문명에 전함으로써 뿌리의 역할을 다 한다.

 

크레타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오리엔트 문명의 한 자락을 거머쥘 수 있었으나 큰 문명을 담을 그릇은 못되었다. 그래서 서양문명의 뿌리는 곧바로 그리스 반도로 넘어간다. 포도와 올리브 밖에 자랄 수 없는 척박한 토양,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일찍부터 해상활동에 나서서 동부 지중해 일대를 주름잡으면서 수많은 식민시를 건설했다. 그러나 문명의 뿌리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심을 되찾으려는 오리엔트의 강력한 도전을 물리쳐야 했는데 그것이 페르시아 전쟁이다. 여기서 승리한 아테네를 중심으로 그리스는 오리엔트와 질적으로 다른 문명을 건설한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서양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서양 역사가 온전한 나무로 성장하려면 그리스라는 하나의 뿌리로만은 부족했다. 그리스의 서쪽에서 생겨난 로마문명은 지중해 세계 전체를 터전으로 삼는다. 강력한 도전자 카르타고의 산을 넘고 지중해를 한 바퀴 도는 제국체제를 갖추면서 비로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게 된다. 그러나 제국의 힘이 약해지자 로마인들이 이민족이라 부르며 두려워했던 북방의 게르만 민족들이 제국의 선진문명을 이어받아 차세대 주역으로 떠오른다. 로마 제국이 무너진 뒤 게르만 민족은 로마문명을 기반으로 로마 게르만이라는 새로운 문명을 건설한다. 여기서 오리엔트의 마지막 선물인 그리스도교가 결합되면서 서양문명은 줄기를 키워낸다.

 

정치적으로는 분권적이고 종교적으로는 통합적인 기묘한 사회가 서양의 중세다. 하나의 신성한 정부를 둘러싸고 여러 세속정부가 경쟁과 다툼을 벌이면서 서서히 오늘날의 유럽세계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서유럽국가들의 원형이 생겨난 것도 이 시기다. 아직도 힘에서는 동방에 뒤져있던 서유럽 세계는 십자군전쟁으로 그리스도교권을 확대하고자 한다.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 전쟁으로 유럽은 하나의 문명권이 된다. 여기에 이베리아와 스칸디나비아 등의 변방지역까지 차례로 유럽세계의 일원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후기로 접어들면서 교황권이 쇠퇴하면서 중세는 뚜렷한 해체조짐을 보인다. 이제 서양문명의 굳건한 줄기는 화려한 개화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중세의 줄기가 피워낸 꽃은 세 송이다. 먼저 유럽세계의 막내인 포르투갈과 에스파냐는 대륙의 서쪽 끝이라는 지리적 여건을 충분히 활용한 대서양 항로를 개척한다. 이들이 유럽으로 가져온 막대한 부는 유럽문명을 세계의 중심으로 만드는데 커다란 밑천이 되었다. 한편 정세가 복잡한 북이탈리아에서는 인간을 신에게서 해방시킨 르네상스 문화운동이 일어난다. 인문주의 파도가 알프스를 넘어 북유럽으로 밀려들면서 원래부터 종교적 모순에 참여했던 독일 지역에서는 종교개혁의 물꼬가 터진다. 이제 중세의 큰 특징이었던 종교적 통합성은 무너지고 유럽세계는 다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는 곧 전쟁을 통해 개별국가를 이루려는 움직임이다.

 

중세질서가 안전히 사라진 다음에는 각개약진밖에 없다. 새로 탄생한 유럽 국가들은 영토와 주권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프랑스와 영국을 선두로 각 국은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아직도 중세의 잔재를 버리지 못한 독일은 신설로마제국 명패를 합스부르크제국으로 바꿔달고, 로마 가톨릭이 지배한 옛날로 돌아가고자 애쓴다. 해가지지 않는 제국이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얻었던 에스파냐는 불운하게도 합스부르크 제국의 본거지가 되면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반면, 영국은 활발한 시민혁명으로 가장 먼저 정치적 안정을 이루고 대외 진출에 나선다. 구체제 상징이던 프랑스는 뒤늦게 시민혁명을 일어나고 이 혁명은 유럽 전역에 메가톤급 폭발력을 발산한다. 이것으로 서양문명의 첫 번째 열매인 민족국가가 유럽의 새로운 질서를 담당할 주역으로 떠오른다.

 

유럽세계는 영토분할이 끝나자 자연히 시선을 바깥으로 향한다. 영국을 비롯한 갓 태어난 유럽의 국민국가들은 활발히 세계정복에 나선다. 그러나 빵은 제한되어 있고 입은 많다. 뒤늦게 국민국가를 이루고 식민지 경쟁에 뛰어든 독일은 자신의 몫이 별로 남아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남의 것을 빼앗는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분할이 완성된 20세기 초반 독일은 영토 재편을 획책하는데, 그것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인 제1차 세계대전이다. 전쟁 와중에 또 하나의 구체제인 러시아가 제국명패를 버리고 최초 사회주의 국가로 탈바꿈 한다. 1차 세계대전은 전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시민사회의 역사가 짧은 독일과 이탈리아는 파시즘이라는 신무기로 무장하고 다시 유럽의 질서에 도전한다. 이렇게 해서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은 17세기 초 30년 전쟁으로 시작된 전쟁을 통한 질서재편의 종결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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