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감정의 주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감정이 불편한 사람들은 ‘몰라, 아무렇지도 않아’라며 감정을 무조건 무시하고 억누른다. 때로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꼼짝도 못하고 허우적거린다. 여러분은 감정과 잘 지내고 있는가? 감정이란 무엇일까? 우리 삶과 늘 함께 하는 감정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 우리는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나침판이 있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주는 요술램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모두는 각자 인생에 걸 맞는 나침판과 요술램프를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감정이다. 감정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할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해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며 잘 다루어 감정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감정은 꼭 필요한 것인가?
인간은 누구나 감정을 느끼고 그것에 반응하며 살아간다. 감정은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 매일 매순간 느끼고 있는 것이 감정이다. 감정이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기쁘고 즐거운 감정도 있고, 서운하고 화가 나고 긴장하고 불안을 느끼고 슬픔에 눈물 흘리기도 하고, 가슴이 뻥 뚫린 허전함을 느낄 때는 괴롭다. 이런 감정이 꼭 필요한 것일까? 니코 프리다는 감정을 정의하는 세 가지 요소를 제안했다. 첫째 감정은 자극이나 대상이 개인의 관심사나 목표와 관련될 때 일어난다. 둘째 감정은 일어나는 즉시 특정 행동을 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두려움을 느끼면 몸이 얼어버리고 벗어나 도망가려하고, 부끄러움을 느끼면 얼굴을 숙이고 자신의 몸을 숨기려 한다. 셋째는 감정마다 독특한 신체변화, 표정, 몸짓이 함께 나타난다. 화가 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고 호흡이 빨라지고 표정이 찡그러지게 된다.
감정, 정서, 느낌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정은 emotion이라는 단어를 우리말로는 ‘정서’로 번역된다. 감정으로 번역되는 affect는 생리적 측면을 강조할 때 사용된다. ‘너 요즘 기분이 어때?’ 기분은 mood를 말하는데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상태를말한다. 감정은 기분과 달리 감정을 일으키는 자극이 있고 시작과 끝이 있다. 느낌 feeling으로 주관적 측면이 강조될 때 사용된다.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구분 없이 사용되고 있는데 감정이란 용어가 일상에서 많이 사용된다. 아이들에게 감정을 물어보면 ‘기분 나뻐, 기분이 좋아’라며 두 가지로 구분하여 대답한다. 좀 더 자라면 ‘화나, 불안해, 슬퍼’ 등으로 구분하고 긍정적인 감정 안에서도 편안함, 행복, 감동, 흥미 등의 다양한 감정으로 구분하여 표현된다.
감정은 크게 유쾌한 감정, 불쾌한 감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유발 자극이 자신의 바람을 이루는 방향으로 작용할 때 유쾌한 감정으로, 방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때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 유쾌한 감정은 긍정적 감정, 불쾌한 감정은 부정적 감정으로 표현한다. 긍정 부정이라는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부정적 감정은 불필요하고 나쁜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감정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다. 불쾌한 감정은 생존과 적응을 돕기 위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감정이 주는 정보를 파악하여 잘 활용하여야 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는 굉장히 많다.
* 화
인간이 자주 살아가는 동안 자주 느끼는 감정이 무엇일까? 화가 아닐까? 화는 자신의 경계가 침범당하고 자신의 목표, 원하는 것이 방해 받을 때 자존감이 상했을 때 주로 발생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경계가 있다. 그 경계를 침범 당했을 때 또 누군가가 내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했을 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짜증이나 신경질이 나고 화가 난다. 다른 사람이 자신과 생각이 다를 때도 자신이 기대하는 반응을 해주지 않을 때도 화를 낸다.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이루어져야 하고 다른 사람의 사정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게 배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 화를 내게 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 자체는 내 몸과 마음이 상처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화가 나면 신체적으로 흥분되고 긴장된다. 또 화를 나게 한 대상자에게 보복하고자 한다. 그 상대에게 직접 화를 냄으로써 마음에 성처를 입히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함으로써 은밀하게 해를 입히기도 한다.
* 불안과 두려움
불안이란 미래의 위험이나 위협에 대한 걱정을 일으키는 감정이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 너무 많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이 일이 나중에 어떤 결과와 영향을 가져울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을 느낀다. 막연한 불안감은 성장하는 동안 하나씩 경험하고 배워나가면 점차 감소한다. 그 어떤 일이라도 당장 세상이 끝날 만큼 큰 일이 아니고 아무리 크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던 일도 훗날 돌아보면 별것 아님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든 일이 지나간다는 것을 깨우치기 때문이다.
걱정하는 위협이나 위험의 영역은 다양하다. 개나, 쥐나, 피 등 특정한 대상을 두려워하는 것을 특정 공포증이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부정평가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처럼 사회불안이 심하면 사회공포증이라 한다. 특정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불안을 회피하려는 강박증도 있다. 불안이나 두려움을 느끼면 신체적으로 근육이 긴장하고 호흡,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식은땀이 나고 소화가 잘 안되며 손발이 차가워진다. 온통 두려워하는 것에 신경이 쏠리고 걱정이 자꾸 떠오른다. 화와 마찬가지로 불안과 두려움 또한 생존과 적응을 위해 존재한다.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위험, 위협을 알리는 기능을 한다. 적당한 불안은 삶에 도움이 된다. 적당한 불안은 미래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알맞은 대책을 세우게 한다. 시험기간에 불안을 느끼면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심한 불안을 느끼게 되면 감정 장치가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반응한다. 그러면 집중도 되지 않고 공부도 잘 되지 않으며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다.
* 슬픔
살다보면 슬플 때가 종종 있다. 슬픔은 무엇을 잃어버렸을 때 느낀다. 잃어버린 무엇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때 슬픔은 더욱 크다. 자신이 바라는 목표와 이상을 이루지 못했을 때 슬프다. 슬플 때 신체적으로 모든 것이 느려진다. 혈압이 낮아지고 근육이 이완되고 활동성이 줄어든다. 슬플 때는 전반적으로 침울하고 의기소침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하고, 가슴 한 구성이 뻥 뚫린 것처럼 공허함을 느낀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흐리기도 한다. 슬픔 또한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한다. 슬플 때 보통 혼자 있으려 하고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피한다. 그 시간을 통해 슬픈 경험을 받아들이고 떠날 보낼 수 있게 된다. 이때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등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생각할 기회를 갖는다. 또한 슬픔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보호와 돌봄을 끌어내기도 한다. 슬퍼하는 사람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며 예기를 들어주고 따뜻하게 챙겨주려 한다. 이때 친밀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 수치심
자의식이 점차 높아져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진다. 수치심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놀림, 멸시, 비난, 창피를 당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수치심은 가장 고통스러운 감정 중 하나이다. 수치심을 느끼면 괴롭고 고통스러우며, 어디론가 숨고 싶은 마음이 든다. 수치심 자체는 다른 사람에게 놀림이나 멸시를 받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키가 작을 수도 있고 뚱뚱할 수도 있으며 실수할 수도 있다. 그것은 결함도 비웃음을 살만한 것도 아니다. 우리의 불완전한 모습이다.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면 수치심을 덜 느낄 수 있고 극복 할 수 있다.
* 행복
기쁨과 행복을 느끼면 느낄수록 우리 삶은 풍요로워지고 몸과 마음도 건강해진다. 어떻게 하면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불쾌한 감정과 달리 기쁨과 행복은 특정 사건이나 상황이 아니라 그 사건, 상황을 주관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행복을 느끼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만족감이다. 그래서 사소한 것으로 만족을 느끼는 연습이 필요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엄마 아빠와 함께 있어서, 나는 운동을 잘해서, 그림을 잘 그려서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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