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오세정 서울대 자연과학대 물리학과 교수)
물리학의 物理는 사물의 이치를 의미하며 영어로 물리학을 의미하는 physis는 그리스어로 자연이라는 의미다. 물리학이란 자연에 대한 지적호기심으로 출발한 것으로 자연의 이치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고대로부터 사람들은 해와 달과 같은 천체의 운행이나 지구상의 계절변화, 물질의 구성과 그 성질의 근원 등에 관심을 가지고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탐구에서 물리학이 발전하였다. 중세에 이르기까지 물리학 (자연철학)은 주로 연역적 사고방식을 따랐고 종교적, 철학적 요소가 많았다. 중세까지 종교적 세계관에 맞추어 천동설이 받아들여진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중세이후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면서 베이컨 등이 실험과학방법론을 제시하면서 시험과 관찰에 따른 근대과학의 귀납적 방법이 확립되었다. 문명의 근원이 된 근대과학의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실증한 것은 갈릴레이와 뉴턴 등이 행한 물리학 연구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서 시작하여 케플러, 뉴턴으로 이어진 천체운동연구 결과는 인류의 세계관을 바꾼 인류사상사의 혁명적 사건이다. 사람의 이성으로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 물리학이다. 물리학 이론은 자연을 이해하는 인류 인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와 더불어 물리학은 인류생활을 풍요롭게 하는데도 큰 기여를 하였다. 오늘날 반도체와 전자혁명의 산물인 휴대전화, 컴퓨터 없는 생활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과거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 중에서 용도에 적합한 것을 골라 쓰는데 거쳤지만, 이제는 필요에 따라 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물질, 성질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학생들이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배우는 물리학은 고전물리학이다. 뉴턴 역학, 맥스웰 전자기학, 볼츠만 등이 발전시킨 열역학, 통계학 등이 주요내용으로 하는 고전물리학은 19세기 말에 완성되었다. 고전물리학은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대부분의 물리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으며 기계공학, 전기공학 등 많은 공학의 기초가 된다. 19세기말 20세기초반에 걸쳐 러더퍼드나 톰슨 등에 의해 원자핵과 전자존재가 알려지면서 그것은 뉴턴역학이나 맥스웰의 전자기학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원자와 같은 미시적 세계에서의 물리현상은 과거 물리학개념으로 이해할 수 없고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다. 양자역학은 전자나 여러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가 파동성질도 지니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가설과 실험의 결과는 확률적으로만 예측가능하다는 가설에 기초한다. 양자역학이론은 미시적 세계의 실험결과를 잘 설명하고 있다.
반도체 트랜지스터 등은 이러한 양자이론에 기초하여 발명되었고 전자혁명을 주도했다. 20세기 물리학의 또 다른 전기는 특수상대성 이론이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은 뉴턴의 역학으로 이해할 수 없고 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시간이 절대적이 아니라 물체의 운동에 따라 개념이 달라진다. 어떤 물체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상황은 우리가 일상적인 상황에서 얻는 직관과 다를 수 있다. 고전물리학도 실험사실을 집대성 한 것이기 때문에 실험사실들을 취합한 상황과 같은 조건하에서 참이 되는 것이다. 양자역이나 상대성이론으로 대표되는 현대물리학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극한 상황에서의 물리현상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으로 우리의 인식지평을 넓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물리학자들이 연구하는 분야는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핵과 소립자 물리학이다. 물질구성요소가 무엇인지 이들이 어떻게 원자핵을 이루며,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분야이다. 둘째 응집물질 물리학이다. 응집물질이란 고체와 액체를 총칭하는 말로써 그들의 성질이 어떠한지 또한 그러한 성질을 나타내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분야다. 대표적인 예로 어느 임계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없어지는 초전도현상, 액체의 점성이 없어지는 초유동현상, 금속과 비금속 혹은 반도체 성질, 자기적 성질을 띠는 물질의 연구 등을 들 수 있다 이 분야는 신물질의 탐구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셋째 光學이다. 레이저를 이용하여 각종 분광학 연구가 매우 활발하고 최근에는 femto second 레이저를 이용하여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는 물리화학현상을 연구하는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 넷째가 통계물리학이다. 물질의 구성요소를 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어떻게 모이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성질들이 발현된다. 수많은 개체가 모였을 때 나타나는 특이한 성질들을 연구하는 것이 통계물리학이다. 최근에는 카오스, 비선형현상, 생명체를 포함한 복잡한 시스템complex system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다섯째 플라스마plasma 물리학이다. 플라스마란 상호작용하는 하전荷電 입자들의 집단상태를 말한다. 고체, 액체, 기체와 다른 물질의 제4 상태라고 일컬어진다. 우주전체 물질의 99%이상이 플라스마 상태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층권 전리층은 플라스마 상태이며 전리층은 무선통신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물리학을 공부하게 위해서는 독자적인 생각을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물리학의 중요한 법칙을 자기 나름대로 소화하여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파인만 교수는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자기 애인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물리학을 쉽게 설명할 줄 알아야 그것이 자기의 지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도전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끈기를 가지고 한 분야에서 정진하는 것이다.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좌절이 굴하지 않는 끈기가 매우 중요하다. 물리학은 기초과학으로 모든 자연과학과 공학의 기반이 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할 필요는 없다.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내는 물리학에서의 논리적 방법은 여러 분야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