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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길

수학, 생물학

수학( 박세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

 

수학은 과학기술의 기초인 동시에 철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지식기반으로서 대단히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학이라는 말은 수와 도형에 관한 학문으로 20세기 중반부터 수리과학이라는 넓은 뜻의 이름이 쓰이고 있다. 피타고라스학파 학과는 정수론, 기하학, 천문, 음악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는 논리적인 수학이 탄생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학은 교육의 근간이다. 데카르트의 좌표도입으로 구체적 과학이던 기하학이 추상적 과학으로 바뀌고 미적문화의 창시로 운동, 변화, 공간에 관한 수학이 생겨났다.

 

19세기 말부터 칸토르의 집합론 위에 신질서가 전개되는 수학은 수, 도형, 운동, 변화, 공간 및 이러한 연구에 쓰이는 수학적 구도와 도구에 관한 연구로 발전했다. 20세기 들어와 수학은 대수학, 기하학 해석학, 응용수학의 모든 분야에 걸쳐 세분화, 전문화가 이루어져 몇백 개의 서로 다른 이론이 모여서 이루어진 학문이 되었다. 수학은 기본적인 사물의 패턴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논리적 체계로 조직한 것이며, 모든 과학의 언어로서 자연과학, 공학기술, 인문사회과학, 예술의 모델이며 이들에게 방법론을 제공해 준다. 컴퓨터의 개발로 데이터 분석과 정보처리를 위한 정보과학의 기반이 되었고 21세기 IT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대수학은 연산이 주어져 있는 집합들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대수는 원래 수 대신 문자를 써서 문제해결을 쉽게 하고 수학적 법칙을 간명하게 나타내는 것을 뜻하며, algebra는 방정식의 이항을 의미하는 아랍어다. 19세기 이전까지 대수학은 정수론과 방정식 해법이었다. 방정식 해법은 계수들로부터 사칙연산과 거듭제곱근을 써서 근을 이끌어내는 대수적 해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5차 이상 일반 대수방정식은 대수적 해법으로 풀 수 없음이 증명되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갈루아 이론이다. 갈루아는 군의 개념을 써서 5차 이상 대수방정식 해법을 증명하였고 오늘날 추상 대수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정수론은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등에서 비롯된 오랜 역사를 가진 학문으로 소수분포와 부정방정식이 주된 연구 분야였다. 최근에 암호학이나 부호이론 등에 응용되고 있다. 해석학은 미적분학을 확장하고 세분화한 여러 분야를 가리키는 말이다. 해석학은 오늘날의 과학기술의 기초가 되었다. 처음에는 미적분에 나타나는 함수, 극한, 연속과 같은 개념이 명백히 정립되지 않았지만, 코시와 바이어슈트라스 등이 해석학 기본개념을 정립했다. 실변수의 실함수뿐만 아니라 복소변수의 복소함수 성질을 연구하는 분과를 복소해석학이라 부른다. 실변수 함수에 관한 미적분학의 개념들을 확장하고 측도의 적분이론 등을 다루는 분야를 실해석학이라 한다.

 

공간의 수리적 성질을 연구하는 기하학은 유클리드에 의해 초등기하학체계가 완성되었다. ‘한 직선 밖의 한 점을 지나 원 직선에 대한 평행선을 무수히 그을 수 있다를 쓰는 기하학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라 하고 그러한 평행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기하학을 리만의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라 한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평면대신 유클리드 공간 안의 특수한 곡면 위에서 성립하는 기하학이다. 위상수학에서는 도형을 접거나 늘리거나 줄이거나 뒤틀리게 해서 가까이 있는 점들이 가까운 다른 점들로 옮겨가는 연속변환을 다룬다. 이 분야는 점 집합위에서의 연속변환과 도형의 위상적 성질을 연구하는 일반위상수학과 대수학 방법을 이용하는 대수적 위상수학, 그 외 미분위상수학이 있다.

 

Boole이 기호논리를 연구하여 논리형식을 명확히 하고 프레게, 러셀, 괴델이 체계를 세우고 본성을 밝혀낸 후 논리학은 수학화 되었다. 칸토르가 집합론을 창시하여 무한 개념을 정립하고 여러 가지 의문들을 해결하여 수학의 기초를 확고히 하는 노력에서 수학 기초론이라는 분야가 생겨났다. 이 연구는 논리학, 철학, 전산학, 인공지능 등에 영향을 주었다. 전통적인 응용수학이었던 확률론과 통계학은 인구조사, 일기예보, 교통의 흐름 등 일상적 문제에 응용되고 게임이론은 경제현상 등을 비롯한 새로운 적용대상이 늘어나고 있다. 그밖에도 응용수학은 수치해석학, 동역학계, 수리물리학, 수리경제학, 산업수학, 금융수학 등 여러 분야가 있다.

 

학문이란 한 때만의 결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 세대의 학문이며, 그 후손 세대에 의해 면면히 이어져 미래의 초석이 되는 것이다. 수학은 모든 학문의 언어로서 역할을 하며 모든 합리적 사고의 기반이 된다. 부단히 자기지식을 연마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내고 그것을 가르치거나 발표하고, 인류공동의 재산인 학문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학자의 바른 길이다. 어떤 직업을 택하든 다양한 분야에서 수학의 진리를 추구하거나 수학의 원리를 응용하고, 격조 높고 깊이 있는 수학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다면, 그것도 예술의 경지에 살아가는 것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생물학( 최재천 생물학 박사)

 

생명은 언제, 어떻게 그리고 왜 탄생했는가? 왜 우리 주변의 다른 행성들에서는 지구와 같은 생명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는가? 어떻게 하나의 세포로부터 인간이 만들어지는가? 왜 이렇게 많은 종류의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은 외워서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물학은 생명의 거의 모든 것을 연구하는 자연사에 대한 연구로 시작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대표적 생물학의 시조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생물학은 자연사, 유전학, 실험발생학 세 분야로 발전했다. 생물학은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분야들과 달리 태생적으로 위계구조를 지닌 학문이다. 생물학이란 모름지기 궁극적으로 생명의 다양성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고의 뇌를 갖춘 대표적인 동물로 간주된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뇌를 가진 동물은 나름대로 사고능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귀납의 영역은 한 두 영역에서 제한되어 나타난다. 인간은 모든 현상을 독립적으로 경험하며 서로 다른 현상들의 귀납들을 한데 묶어서 의미를 축출한다. 신화를 창조하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다. 예술과 종교를 창조할 줄 아는 동물이 인간이다.

 

이제는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일관된 이론의 실로 모두를 꿰는 범학문적 접근을 해야 할 때다. 이것이 통섭의 시대다. 수학과 과학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기본이 되어야 하고, 인문학 역시 모든 배움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인문학 바탕 위에 자연과학을 학습해야 한다. 21세기는 감성과학 시대이다. 부분에 대한 연구를 모아 전체를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돈을 버는 학문도 중요하지만 돈을 절약하는 길을 찾는 학문, 같은 돈을 제대로 쓰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도 중요하다. 황지우 시인은 길은 가면 있다고 했다. 일단 길을 찾았다고 생각하면 그냥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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