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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길

인류학, 교육학

인류학 (한국학 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교수 문옥표 )

 

왜 지구상에는 이토록 다양한 이름의 종족, 부족, 민족 집단이 존재하며 각기 다른 방식과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사회문화적 차원의 설명을 찾아내고자하는 학문이 인류학이다. 인류학은 문화적인 존재로서의 인간과 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인간을 연구한다. 문화란 일정집단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생활양식, 사고방식체계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지만 동시에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변화한다.

 

19세기 서구국가들은 제국의 영역을 넓히고 식민 지배를 경쟁적으로 확정시키면서 아프리카와 동아이사 등 비서구 사람들을 원주민, 토착민이라 부르고 그들의 생활방식 풍습, 종교, 예술 등을 미개한 것으로 보고 그들을 미개인 야만인으로 분류하였다. 20세기에 들어와 현대적 의미의 인류학자들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문화의 다양성은 환경에 따른 사회제도와 기술체계의 특성 때문이라는 견해가 대두되었다. 어떤 옷을 입고 벗는 것은 기후라는 생태조건에 적응하기위한 것 일뿐 윤리적 우월성이나 지능과는 관계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사회에서 흑인 범죄율이 높은 것은 지능이나 도덕성이 낮기 때문이 아니며, 사회가 그들에게 공평하지 못한 것은 구조적 상황에서 그들이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환경과 조건, 백인중심 사회의 배경이 무시되고, 결과만을 가지고 인종적 편견이 형성된다. 우리는 타민족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우리사회에서도 신분계급, , 종교, 지역에 따른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인류학은 그런 편견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타자의 이해를 통해 자기성찰을 시도하는 학문이다.

 

현지조사는 인류학자가 조사 대상 세계에서 그들의 문화를 습득하는 과정이다.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고 일상생활을 함께 하며 그들의 문화를 읽어낸다. 다른 사람들의 문화 속에서 그들을 객관화하여 보는 경험을 자신의 문화도 객관적으로 보게 해준다. 인류학자들은 타문화 속에서의 일상생활을 통한 직접경험으로 자신의 삶을 다시 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어떤 나라 사람들이 이러하다는 것은 어느 시기 어느 지역사람들이 이러하는 것과 왜 그러한가를 말해야 하는 것이 생략된 주장이다. 현지에서 함께 산다는 것은 그들의 행동과 말, 신념, 주장, 풍습 등이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가를 알게 해준다. 사람들은 문화적 구속에 대해 저항하거나 적응하며 타협하면서 살아간다. 인류학자들이 현지조사와 일상에 직접 참여하여 관찰방법을 통해 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민족지ethnography’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 문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실천하고 또 만들고 변화시키는가하는 것이다. 인류학자들이 문화를 연구할 때 기본이 되는 철학 즉 차이와 차별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를 문화상대주의라고 한다. 사람들은 문화의 차이를 직면하면 무의식적으로 어떤 기준을 적용하여 우열 또는 좋고 나쁨의 판단을 하려는 버릇이 있다. 문화는 실천되는 맥락에서 그 나름의 논리와 합리성 유용성이 있으며 절대적인 판단기준은 없다. 문화를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봐야하며 또한 인간행위는 한 가지 동기나 이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면적 의미를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행위의 의미를 복합적으로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읽어내고 설명하는 방식을 총체적 접근이라고 한다.

 

2차세계대전후 아시아, 아프리카 식민지역 대부분이 독립하여 신생국가를 이루었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지식생산과 세계문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시도되고, 서구인에 의해 타자화 대상이 되어왔던 자기문화에 대한 왜곡을 바로잡고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사회가 동질적 요소로 이루어져 잘 통합되어 기능하는 단위가 아니라, 이질적 요소들이 각각의 정당성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면서 새로운 주류를 형성해 나갔다. 하나의 문화 안에서도 다양한 문화들의 경쟁과 타협 그리고 문화의 주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인간이 단순히 문화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문화를 선택하고 교류하고 생성하는 과정 속에서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

 

국가와 개인의 관계도 인류학에서 다루는 새로운 주제다. 즉 국가와 자본, 권력이 일상의 세계를 어떻게 규정하고, 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개인이나 집단이 국가와 자본의 지배에 저항하는 방식은 사회에 따라 어떻게 다른가 등에 대한 관심이다. 오늘 날 사회는 이러한 문제들과 관련하여 국가의 독점적 권력행사를 거부하며 개인의 삶의 질이나 시민운동, 사회운동을 통해 가시화 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발견되는 모든 유형의 사회적, 정치적 갈등이나 권력투쟁에서 문화적 자원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 정보, 대중문화, 기술, 자본 등 끊임없는 이동과 교류는 이제 문화를 하나의 경계 지어진 틀 안에서 이해하는 것을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 외국에서 들어온 이주 노동자들의 이주현상이 기존사회의 문화변동을 가져온다.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경제, 정치, 사회적으로 상호의존, 경쟁 갈등 등의 다양한 관계가 발생하고 있다.

 

상품의 마케팅에서 성패를 결정하는 것 중 하나가 소비자 문화에 어떤 호소력을 갖느냐, 어떤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느냐가 중요하므로 인류학이 필요하다. 상품개발에 특정 문화의 메시지가 핵심적일 수 있고, 동시에 모든 문화적 차이를 넘어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요소를 넘어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요소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할 경우도 있다. 인류학자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 조건은 사람 사는 모습에 대한 관심이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 감수성이 중요하다. 항상 자신의 삶의 틀과 자신의 신분과 정체성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한다.

 

교육학 (문용린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인간의 이기적 마음은 하얀 종이와 같이 텅 비어 있는데 여기에 아름답고 훌륭한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 교육이라는 존 로크의 백지설 창조주의 손을 떠날 때 세상 모든 것은 선했다. 그러나 인간의 손으로 넘어오면서 타락하기 시작한다. 교육은 자연상태의 모습으로 보존시키는 것이어야 한다는 장자크 루소의 에밀 교육관 등은 나를 흥분하게 했다. 교육이야 말로 국가를 부흥시킬 유일한 수단이라는 신념을 갖게 했다. 교육이 엄청난 힘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 왜 진작 그 교육의 힘을 이용하여 국가를 중흥시키지 않았는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교육적 이상을 실천하려면 이론과 기술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잘 모른다.

 

모든 학문은 나름대로의 고유한 연구대상을 가지고 있다. 천문학은 우주의 운동현상,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의 작용과 그 마음에서 비롯하는 행동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교육학의 연구대상은 무엇인가? 교육학의 연구대상은 교육활동과 현상이다. 인간을 성장, 발달,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교육활동이고, 그런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교육현상이라 말한다. 따라서 교육학은 인간의 성장과 발달 그리고 변화를 도모하려는 활동과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예측하려는 학문이다. 학교는 인간성장, 발달, 변화를 위한 활동이 가장 중심적으로 활발하게 벌어지는 곳이다. 학교교육은 교사와 학생들만으로 전개되는 곳이 아니고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교육학자도 필요하다.

 

모든 종류의 조직과 단체는 그 구성원들의 성장, 발달, 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교육학은 이런 조직과 단체들의 교육과 훈련을 이해하고 설명하며 예상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교육전문가를 기르고자 애쓰고 있다. 교육학은 이런 평생교육의 현상도 이해하고 설명하며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활동은 엄청나게 복잡한 체제를 가지고 있으며 그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결코 쉽지 않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 그리고 가치를 연구하는 교육철학, 학교교육의 역사를 연구하는 교육사, 교육제도와 행정 및 재정을 연구하는 교육행정학, 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연구하는 교육사회학, 교육활동에 내재된 심리적 측면을 연구하는 교육심리학, 학생들의 적응문제와 진로탐색을 연구하는 교육상담학, 장애우 교육을 연구하는 특수교육학, 평가와 측정을 연구하는 교육평가, 유치원과 그 이하 연령아동의 교육을 연구하는 유아교육학, 컴퓨터를 포함한 교육방법과 매체 및 수단에 대한 연구를 하는 교육공학, 교육내용을 선정하고 조직하는 원리를 연구하는 교육과정, 기업과 조직의 교육, 훈련을 연구하는 인적자원개발, 국민들의 평생학습과 체제와 방법을 연구하는 평생교육론 등이 그것이다.

 

교육은 사람의 성장, 발달, 변화를 의도적으로 촉진하기위한 노력이므로 사람에 대한 관심과 변화과정에 관심이 높아야 좋을 것이다. 교육학의 궁극적 보람은 인간의 성장과 발달 그리고 변화를 위한 노력에 일조했다는 느낌에서 온다. 교육은 개인의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보든 사회발전과 혁신의 수단으로 보든 간에 교육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일 필요가 있다. 교육학은 교육현상에 대한 이해와 연구능력을 고양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회과학이나 인문학과 공부하는 것은 동일하다. 교육전공자는 인간에 대해 특히 아동과 청소년 및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아야 하고, 교육을 통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이 강하다. 교육학이 최근 동향은 IT산업과 컴퓨터 성능의 발달로 교육수단과 매체의 효율성과 편의성이 증가하고 있어 교육공학과 학습효과를 추구하는 연구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의 정착으로 인적자원의 질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인간의 변화를 통해 사회변화가 자연스럽게 유도되어야 한다는 자아실현형 교육이론이 주요 주제로 대두되고 있다. 교육학은 학교교사 외에도 평생교육과 청소년 지도사가 될 수 있으며, 교육관련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 기업체 교육 분야의 일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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