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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봄이 올 듯 말 듯 하면서 아직도 움추리고 있다. 오직 노란 개나리와 산수유만이 만발하였다. 모든 생명은 자기 법에 따라 순환한다. 봄의 햇살이 반짝이면 우리 마음도 새 옷을 입고, 몸에서 꽃이 피고 새싹이 돋는다.
 
인간은 환경적 구속을 받고 살아간다. 내가 어떤 시대,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고 한다. 요즘 초등아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과목이 사회과목이다. 사회과목의 기반이 역사와 지리다. 사회란 인간들이 어느 시간, 어느 공간에 모여 사는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다.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한 지식과 시간에 대한 지식이 기반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리고 역사다. 아동센타에서 초등 4,5학년 아이들에게 역사독서지도를 해달라는 요구를 받게 되었다. 나 역시도 역사에 대해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거부했으나, 나도 제대로 역사공부를 해보려는 생각에 승낙하게 되었다. 인물이나 연도, 특정사건을 암기하는 것이 아닌 역사에서 무엇을 읽어낼 것인가라는 공부해 보고 싶었다. 선사시대는 ‘우리 조상이 정말 곰일까?’라는 호기심으로, 삼국시대는 ‘왜 고구려도 백제도 아닌 신라가 최후의 승자가 되었을까?’라는 주제로, 고려시대는 ‘왜 우리나라를 코리아라고 부를까?’라는 질문으로, 조선시대는 ‘조선은 어떻게 건국 되었고, 왜 멸망했는가?’라는 질문으로, 근현대는 ‘왜 우리는 남북으로 갈라졌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역사는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일본 작가 사토 마사루의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를 읽고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세계화로 인해 어떤 국가의 상황은 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람과 물자와 돈이 국경을 넘어 어지러울 만큼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지구촌의 일원으로, 어느 사회, 국가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살아가기 위해서는 국내 상황은 물론이고 세계상황에 대해 올바로 인식할 수 있는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역사가 축적되어 현재의 사건이 발생했는지 올바르게 인식하여 나름대로 상황을 꿰뚫어 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가의 주권을 가진 주인으로 살아가자면 현재의 어떤 사건을 자신의 시각으로 유추하며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읽고, 현재 벌어지는 현상들을 살피는 감각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체득하고 있다면, 미지의 사건에 대해서도 이 상황은 과거에 경험했던 어떤 사건과 연계하여 냉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역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해지는 것도 있지만, 누군가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전해진다. 인간은 결코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한 자들이 공민왕이나 신돈을 좋게 표현할리가 없다. 일본이 조선을 좋게 이야기할리 없다. 그들은 조선인을 천성적으로 지저분하고 게으르고 미개하므로 그들이 계몽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의 지식인들이 그들에 동조하였으며, 망한 조선을 두고 우리 백성들도 패배주의에 젖어 절망하며 우리가 그렇다는 것을 인정했고, 해방 후에도 오랫동안 우리는 스스로가 그렇다고 비하하며 오로지 일본과 미국이 선진국이고, 그들이 우리보다 우월한 존재라 생각하며 무조건 그들을 모방하려 했다.
 
인간이 이성을 바르게 사용했다면 인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진보했을 것이다. 인간은 진보했는가? 과학과 산업이 발달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유럽의 문화가 더 진화했는가? 현재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전쟁과 문제들은 예전에 일본과 유럽의 제국주의들에 의해서 지질러졌던 문제들이다. 오랫동안 제국주의자들의 식민주의 이론인 ‘문화적으로 지적으로 더 진화한 그들이 야만스러운 국가들을 지도하고 발전시켜야한다’는 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었다. 이성적인 문명을 가진 더 우수한 지성인들인 그들이 한 것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었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민주주의 체제가 되었는데, 왜 세계는 평화롭지 못하고 전쟁의 시대는 끊이지 않는가? 세계 여기저기서 이념, 영토 또는 종교문제를 둘러싸고 무력 충돌할 위험이 긴장을 높여가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한 역사를 통찰하려면 역사를 해석하고 유추하는 훈련과정 필요하다. 인간사회에서 전쟁은 수천 년간 지속되었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시작이 어디며 누가 종지부를 찍을 것이며, 어떻게 종지를 찍을 것인가? 어느 나라든 모두 연결되어 있다. 우리 모두는 그칠 줄 모르는 전쟁에 연결되어 있다. 별 생각 없이 뉴스를 보는 정도만으로 역사가 반복되는 사실을 깨칠 수 없다. 제국주의의 특징과 논리를 알고 더불어 그 지식을 현대의 상황과 연관하여 살펴봄으로써, 현시대에도 제국주의를 되풀이하고 있음을 비로소 통찰할 수 있다. 현대가 어떠한 시대인가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과거의 역사적 상황을 유추함으로써 현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서사란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나 사상 체계를 말한다. 지금까지의 현 시대의 서사는 ‘인류는 무한히 진보한다는 것과 민주주의와 과학기술이 인류발전에 기여하고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서 히틀러 정권이 태어났고 과학기술에서 원자폭탄이 만들어졌다. 아직까지도 특정 인종이나 국가, 종교, 이념, 민족에 대한 혐오와 적대시로 서로 대립으로 국가가 유지되고 있다. 지식인들이 올바른 현대의 서사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기괴한 서사가 그 간극을 메우고 만다. 심각한 문제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정말 치졸하고 기괴한 이야기들을 수많은 그 나라 주권을 가진 국민들이 쉽게 믿는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역사의 관점들이 있다. 미국 관점에서 구성한 역사가 있는가 하면, 일본 관점에서 엮은 역사가 있고, 중국관점에서 만든 역사가 있고, 러시아가 만든 역사의 관점이 있고, 이슬람 국가들이 만든 역사의 관점이 있고, 기독교 사람들이 만든 역사의 관점이 있다. 우리나라 관점에서 우리는 어떤 역사를 만들었는가?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되었지만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문제들로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 기득권자들에게 불편한 진실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우리 역사는 곳곳이 뚫려 있고 왜곡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의 역사에 대한 인식은 희미하다. 
 
20년 전쯤에 전자교환기 수출관련 타당성 조사를 위해 루마니아를 방문했다, 그들의 저녁 식사시간은 오로지 한 자리에서만 4시간동안 계속 되었다. 그들의 문화, 역사 등 그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우리 중 아무도 제대로 우리 역사를 이야기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역사를 외국인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 국민 중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의 거대한 서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제국주의적 경향이 다시 강화되어가는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일본은 아베정권이 발족한 이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대응에 대해,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해외정치가들과 언론의 지적이 끊일 줄 모른다. 일본은 점점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가고 있다. 아베 정권이 일본의 고립을 초래하는 이유는 역사를 올바르게 유추하는 사고력의 결핍 때문이다. 일본국 위안부 문제에서 서구사람들이 ‘내 딸들이나 여동생이 위안부로 끌려가 성적 봉사를 강요당했다면 .. ’ 같은 생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한다. 일본 정치가들이 아무리 어느 시대나 그런 공창제도가 존재했다고 주장한들 그들은 공창제도는 인권을 짓밟는 행위라고 이해할 뿐이다.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고 뻗대봤자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달리 표현하자면 아베정권은 동네 불량배처럼 편의점 앞에 한데 모여 담배를 피우는 패거리와 같다. 그들끼리는 서로 이해하고 있지만, 세계가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모른다. 제대로 역사를 유추하는 사고를 훈련하지 못하면 외부세계를 잃고 외톨이가 되고 말 것이다”
(사토 마사루의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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