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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길

인문학, 사회과학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표현 ( 정대현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물음 만큼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행위가 있을까?이게 뭐야라고 두 살배기 아기가 묻는다. ‘강아지야 하고 대답하면 강아지가 뭐야?‘ 하고 되묻는다. 아기 엄마의 대답은 아기의 다음 물음을 낳고 또 하나의 대답은 다른 물음으로 이어진다. 아기 물음 속에 인문학의 씨앗이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인문학의 또 하나의 계기契機는 문자다. , 석기, 자동차, 컴퓨터 같은 도구가 인간 삶을 바꾸었다면 문자는 인간존재의 양식을 바꾸었다. 문자 이전의 인간은 기억에 의해서만 정보와 지식을 유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은 바로 사라진다. 문자가 공동체에 도입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기억은 기록으로 대체되고 인간의 사유는 기록으로 더욱 정교하게 되었고, 의사소통은 객관성을 지니게 되었다.

 

인문학은 문자 문화를 통해 구체화 되었다. 정보와 지식의 확장으로 예측하게 되었고, 정확성과 객관성을 근거로 해서 토론할 수 있게 되었다. 주어진 것이 모든 것이 아니고 인간은 주어진 것에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니라, 세계의 가능성의 확장에서 자유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문자를 통해 인문적 상상력이 공유되는 물음이 되었다. 물음의 주제에 따라 분업이 이루어졌다. 자연에 대한 물음, 인간사회에 대한 물음, 인간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따라 나누어졌다.  자연과학은 자연에 대한 물음을 기반으로 하고, 사회과학은 사회현상을 관계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인문학은 인간의 가능성을 학문적 대상으로 한다. 인문학자는 현실의 조건을 성찰하고 모두가 자유로운 세상을 추구한다. 문학, 역사 철학, 언어, 예술, 종교는 상상력의 일반적 구조의 특성을 갖는다.

 

사회과학이란 무엇인가? ( 김광억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사회과학은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에 존재한다. 인문학적 사유와 자연과학적 사실을 연결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삶이 실천 되는 유무형 공간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이론 정립을 하는 학문이다. 그 공간은 자연 및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환경과 삶의 물질적 조건뿐만 아니라 제도, 가치와 이념. 권력, 계급과 범주 등으로 얽혀서 형성된다. 얽힘의 양상을 구조라 하고 이렇게 이루어진 공간을 사회혹은 사회적 현실이라고 한다. 사회과학은 사회구조적 특성과 구조의 원리, 그리고 유형과 체계를 분석하고 그것이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분석하고, 그 관계로부터 실천되는 현실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상정함으로써, 그 자체에 생성하고 흥성하고 소멸하는 힘과 법칙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이 근대 사회과학자들을 지배한 적이 있었다. 사회과학의 궁극적 주제는 사회를 구성하고 영위하는 주체로서의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자신의 외부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는 하는 물음에서 사회과학적 탐구의 출발이 시작된다.

 

사람이 사회적 환경과 구조라는 외적조건의 지배를 받는 측면에 상대적인 비중을 두어 설명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특정의 이데올로기나 세계관에 의해서 현실과 그 변화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설명을 하기도 한다. 즉 세상을 구성하고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떤 외적인 환경과 구조에 의한 것인지가 사회과학적 물음의 기본이 된다. 사회과학은 구조와 주체 사이에 일어나는 사회적 현실을 혹은 사실에 어떤 법칙이 있다는 전제에서 그것을 발견하려는 학문을 통칭한다. 과학이란 반복적인 실험을 통하여 가설을 사실로 증명하고, 조건에 따른 다양성을 설명하며 변화를 예측하는 방법의 체계이다.

 

사회과학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점에 위치하는 것이다. 동시에 사회과학의 각 학문분과는 그 특성상 종합적인 접근을 통하여 새로운 지식과 세계관을 창출하는 기초학문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준다. 사회과학의 목적은 사회의 주체인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사회과학은 목적인 동시에 방법이다. ‘어떤 이데올로기, 세계관 그리고 제도와 체제가 중요하고 효과적인가하는 문제의식에서 사회과학은 정책학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각국은 사회과학을 정책학문으로 취급한다. 국가마다 사회과학의 발전양상과 위상이 다르다. 한국처럼 식민지배와 분단, 그리고 폐허 속에서 현대화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국가적 수요에 응답하는 정도에 따라 학문의 중요도, 선후, 경중 또는 우열의 관계가 성립된다. 국가 건설을 위해 법학과 정치학, 행정학이 우선 되고 경제성장과 발전을 위해 경제학과 공학이 중시 된다. 발전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 동안의 제반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심리학, 사회학이 중요해진다. 종교는 인문학적 영역이 아닌 국가와 교회라는 정치학적 영역이며, 철학적 이데올로기도 사회과학의 중요한 부분이다. 역사학도 사회변천을 추정하여 분석하는 것이다. 역사학이란 사회과학의 물음을 시간 차원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역사는 인문학의 대상이라기보다 정체, 경제, 사회, 문화영역에서 일어나는 사회과학영역이다.

 

사회의 한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면적 접근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빈곤은 교육기회 문제와 연결되고 교육은 인적자원개발로 연결되며, 경제문제, 이데올로기 문제와 정치적 권력구조문제, 계층화가 가져오는 사회적 문제로 연쇄적이고 종합적 문제다발 속에 있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정치와 경제정책, 그리고 법적장치와 빈곤층의 문화형성 등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사회는 언제나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 변화의 맥락에서 역동성 정체를 밝히고, 한 영역의 변화가 전체 사회체제를 어떻게 구성하고, 다른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해야 한다.

 

오늘날 교통과 정보산업발달로 대중문화의 교류, 침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추세를 세계화라 한다. 문화 간의 자유로운 교류와 접촉은 기존 삶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새로운 성격의 공동체를 만들어 낸다. 이 공동체는 더 이상 동질적이고 단일한 체제와 제도 및 성향과 문화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서로 모순되고 상충되는 것들의 끊임없는 교류와 혼재 속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 오늘날 학문 연구분야에서는 인문학뿐 아니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기초학문분야는 의학, 공학, 법학 경영학 등의 실용학문에 밀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오늘날 사회과학자들은 국가경영의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는 조류에서 벗어나 개인이 세계를 파악하는 능력과 인식 틀을 개발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사회과학의 궁극적 관심과 주제는 사회와 인간 주체의 관계이며, 사회적 맥락이란 제도와 구조 그리고 물질적 조건뿐 아니라 이념과 역사와 세계관과 감정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이제 예술, 미학, 신체, 종교, 상상력, 역사 등은 인문학의 전유영역이 아니며, 주제와 방법론 그리고 서술의 방식과 기술에서 사회과학과 인문학 구별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오늘날 사회과학은 점차 인간적 삶의 질의 고양을 계획하고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환경, 인권, 민주화, 복지, 문화, 국가와 사회의 관계를 국가차원과 세계화 맥락에서 규명할 뿐 아니라, 개인이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세계관, 가치관 그리고 환경조건에 대처하는 능력배양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대사회가 전문능력을 중시하지만, 의사나 공학자, 법조인, 관료 같은 전문인력이 갖추어야 할 기본자질로서 사회과학과 인문학적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증대되고 잇다.

 

계량적 분석방법과 합리성과 경제적조건 위주의 분석이 가져온 한계와 오류는 문화, 역사, 감정, 인간관계, 전통적제도, 이념성향이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어떤 사회적 현실을 만들어 내게 하는지에 대한 고려와 균형을 이루면서 결합될 때 해결될 것이다. 인간과 사회의 결합 속에서 세계를 읽어내는 새로운 차원의 사회과학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시장원리, 사회적 수요, 생산성 등의 이름으로 사회과학의 기초학문 토양을 고갈시키는 현실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지식, 사상, 기술체계는 끊임없이 겉모습을 달리하면서 새로운 종속관계를 만들어 낸다. 사회과학적 시각과 이해 그리고 설명방법은 사람의 삶의 정당성과 의의 및 존재가치를 확인하게 해준다. 잘못된 지식과 지각으로 사회가 오도되고 발전이 저해되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 속에서 무수히 찾을 수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과학적인 그리고 전체 속에서 부분을 조망하는 시각을 가져야 하며, 사회과학은 그것을 훈련시키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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