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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길

학문의 세계

물음이 사유의 경건함이다. 學問은 배우며 묻는 것이다. 물음은 사유에서 비롯된다. 기술은 과학기술 외 예술도 포함된다. 이제 예술도 제품이 되어버렸다. 인간은 에너지를 토해내는 배설구를 찾아야 한다.

 

“... 대학은 그 사회와 국가가 필요로 하는 그 시대의 가장 바람직한 의식을 형성한다. 대학은 오직 진리만을 탐구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다. 대학의 목적은 지적욕구실현이다. 진실은 학문 탐구를 통해 추구된다. 진리는 심오한 인간정신을 형성한다.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주관적 판단으로 필요한 지식을 재창조해내는 능력이며, 사실의 핵심을 파악하고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야스퍼스 대학의 이념’)

 

대학의 현실, 대학의 미래 (서울대 총장 정운찬)

대학 위기의 원인은 첫째가 세계화로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국가의 경계를 넘어 상호작용 빈도가 급증하였고 많은 영역에서 글로벌스탠다드의 강화현상으로 기존제도 관습들이 위기를 겪게 되었다. 둘째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발달에 따른 사회변화이다.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적 경쟁 논리의 확산이다. 시장과 경쟁을 강조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논리가 큰 힘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교육비가 가정경제의 큰 부담이 되는 사회,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유난히 강한 곳이 한국이다. 반면 한국 사회에서 대학의 존립기반은 취약하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대단하지만 대학의 자율적 역량과 지적 권위는 외적문제들에 휘둘려왔다. 때로는 정치, 때로는 기업, 시장으로부터, 때로는 학부모로부터 다양한 요구를 받고 있지만 대학답게 만들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기업들은 점점 더 당장 쓰여 질 기술교육, 전문교육을 대학에 요구한다. 그로 인해 대학교육은 더욱 파행하고 있다. 대학은 중요한 지식산출기관이 되어야 한다. 대학과 사회 간에 서로요구하는 내용과 기대치의 편차가 커지고 혼란과 불만이 야기되면서 대학은 자기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대학문제는 대학, 사회, 정부가 한 데 얽혀 있다. 오늘날 대학교육은 너무나 기능 위주로 변모하고 있다. 대학이 고등교육소임을 다하기 위하여 개인의 명예나 출세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 사회전반과 인류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하는 진지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대학교육은 학생들의 잠재적인 지적재능을 키워내고, 그들의 창의적이고 건강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길러내는 가르침이어야 한다.

 

역사적 분기점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를 사고할 줄 아는 식견과 혜안을 길러주어야 한다. 뛰어난 인재들은 고시공부, 의대로 몰리고 있으며 당장에 쓰일 효용과 개인적 안락만이 중요시 되며 사회발전 잠재력은 약화되고 있다. 대학에서 직업교육은 부차적이다. 세계화, 정보화로 대변되는 시대는 늘 새로움과 변화를 추구하는 자세를 요구한다. 이런 시대를 대비해 준비해야 할 것은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목민 정신이다. 특정한 가치 지향을 벗어나 다양한 가치와 사고를 통합하는 자유로운 창조정신이 유목민 정신이다.

 

학문의 세계 (학문의 정의와 역사) 이명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자신의 능력과 소질에 맞게 살아가며,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에 자기 몫을 다하며 살기 위해 우리는 배우는 것이다. 한국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육내용의 대부분은 고대 그리스 전통에 뿌리를 둔 서양학문이다, 그리스 학문의 관심은 신화의 시대를 지난 다음 자연 혹은 우주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존재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환경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우주는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 그리고 자연현상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 시대를 자연철학시대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서 나타난 사람이 소크라테스이고 그 제자가 플라톤이고 플라톤의 아카데미에서 배출된 탁월한 인물이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순수이론적 탐구활동에 기독교전통이 결합되어서 서양학문의 중추를 형성했고 그 학문을 형이상학이라 불렀다. 이 학문은 16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러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갈릴레이같이 새로운 눈으로 자연을 보는 사람들의 출현으로 그때까지 중심의 목적론적 세계 설명이 흔들렸다. 종교적 세계관과 과학적 세계관의 충돌이 일어났다. 새로운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학문은 인류역사를 중세에서 근대로 전화시키는 핵심적인 축을 형성하게 되었었다.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의 핵심은 정신을 사유를 특성으로 하는 하나의 독립된 세계로 보고, 물질은 공간성을 특성으로 하는 독립된 존재 쳬계 라는 것이다

 

그 후 나타난 뉴턴은 자연의 움직임에 관한 설명을 체계화하였다. 그 이후 백년이나 지나 칸트는 서양학문을 정신에 관한 학문과 자연에 관한 학문으로 이원화하였다. 오늘날 한국 대학이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오늘날에는 정신세계도 자연세계와 마찬가지로 연구될 수 있다는 학문방법론적으로 일원론 입장이다. 우리가 사회과학이라 부르는 것은 이러한 방법론적 일원론이 제안하는 인간탐구 명칭이다. 자연법칙이 설명의 학문이라면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은 의미를 이해하는 학문이다. 오늘날 학문은 크게 세자기 영역으로 나누고 있다. 인문학, 사회과학 그리고 자연과학이다. 또 오늘날 대학에서는 응용학문을 탐구하는 분야가 많다. 세 학문의 영역에 속하는 이론들을 응용하여 새로 구성한 학문들이다. 응용분야 학문은 아론 학문을 토대로 하여 인간 삶에 유용한 것들을 만들어 내거나 실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구체적인 행동절차에 관계된 것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예술적 기술을 연마하는 것도 대학에서 수행하는 학문의 한 분야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이성을 지녔다는 특성 때문이다. 이성의 주된 기능은 진리탐구다. 인간존재의 품격을 높이는 것은 이성의 기능을 최대로 발휘하는 진리탐구에 있다. 그것이 학문 탐구이다. 오늘날 대학에서 많은 학생들이 모이는 곳은 응용분야 학문이다. 응용학문은 삶에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 유용한 물질의 생산을 통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학문이 많은 사람들을 대학에 몰려들게 한다동양학문에서는 삶에 대한 성찰 전통을 가지고 있다. 동양의 학문은 과학적 진리와는 거리가 있으며 다분히 형이상학적이다. 그것이 지향하는 것은 인간의 자기변화와 함께 수반되는 깨우침이다. 단순히 어떤 대상이나 현상이 어떠하다는 과학적 탐구와는 다르다. 인문학은 단순히 무엇을 앎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탐구자 자신이 어떠한 존재로 됨에 그 진정한 목표가 있다. 옛 동양전통에서 배움은 단순히 무엇에 관한 앎의 활동에 머물지 않고, 배우는 자가 어떠한 존재로 변화됨을 겨냥하고 있다. 배움은 지식의 대상에 대한 앎을 넘어서서 인식자의 인식을 통한 존재의 상승을 그 목적으로 한다.

 

자연에 관한 탐구가 단순한 이론적 탐구수준을 넘어서서 인간의 삶에 유용한 도구를 만드는 기술과 결부됨에 따라 학문탐구 행위가 지니는 의미가 크게 변화되어 왔다. 그것이 바로 과학기술의 등장이다. 과학기술은 학문이론으로부터 도출된 기술이다. 인간은 자신의 능력과 소질에 맞게 사는 일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에 자기 몫을 다하며 살기위해 배우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일정한 시간에 태어나서 일정한 시간을 살다가 떠나는 유한한 존재이다. 학문탐구는 나 혼자만의 탐욕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일 어느 시점에서 탐구된 진리가 절대적이라면 대학의 진리탐구 행위는 더 이상 지속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탐구되어야 할 진리가 이미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탐구해 놓은 진리는 완전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얼마나 무지한 존재인지를 깨닫는 것이 인간 최고의 지혜라고 가르친 소크라테스는 우리의 참 스승이다. 학문의 탐구야 말로 가장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활동이다. 생명의 지속은 인식활동의 지속에서만 가능하다. 인식활동이 없는 생명은 지속이 불가능하다. 인간의 세포는 삶의 한 축소판이다. 학문의 탐구는 인간존재의 숙명이요, 인간 삶의 과정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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