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일본 그림책작가 오나리 유코의 ‘말의 형태’라는 책을 읽으며 말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다. 이 책은 어린이 인문학 그림책이다. 어른들도 관심 없는 이야기에 오히려 아이들은 진지하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건 인간은 생각하고 말을 한다는 것이 아닐까? 인간이 생각하는 것이 말이 되고, 행동이 되어 세상이 되고 세상만물을 창조하는 것 아닐까?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이 그 사람을 만들고 그의 세상을 만들지.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야. 말이란 눈에 보지 않는 주고받는 아주 소중한 무엇이란다. 그런데 그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이 사실은 형상이 있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로 인해 분노하고 즐거워하고 상처받고 슬퍼하기도 하지. 그럼 내가 하는 말의 형상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하는 말은 어떤 나를 만들고, 어떤 세상을 만들까?
말言의 형태 (오나리 유코, 허은 옮김, 봄봄출판사)
만약 말이 눈에 보이면 어떤 모습일까?
혹시 아름다운 말은 꽃 아닐까?
형형색색 꽃잎이 되어 입술에서 팔랑팔랑 떨어져 내릴거야.
크고 부드러운 꽃은 어떤 말일까?
작고 귀여운 꽃은 어떤 말일까?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는 장미 같은 말도 있고
흔하지만 예쁜 토끼풀 같은 말도 있겠지.
목소리에 따라 색이 변할까?
단호한 목소리라면 주황색. 조용한 목소리라면 파란색. 상냥한 목소리라면 분홍색.
이런 식으로...
예를 들어...
누군가를 상처 주는 말이 못처럼 생겼다면 어떨까?
말할 때마다 뾰족한 못이 입에서 나가 상대방에게 꽂히는 것이 눈에 보인다면
눈앞에서 꽂히는 못.
생각도 못한 말이 상대방에게 꽂히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몰라.
못에 찔려 피로 얼룩진 상처까지 보인다면, 내가 하는 말은 달라질지도 몰라.
그렇지만
아픈 상처를 입히는 말이라도 그것이 중요한 충고인 것을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예를 들면 그런 말은 나무 열매 모양을 하고 있다면
맞을 때는 아프겠지만, 주워서 키우면 나무가 자라 열매가 열릴 거야.
보고 바로 알 수 있다면 순순히 받을 수 있을지 몰라.
예를 들면 ...
사랑하는 사람이 속삭이는 사랑하는 말은 어떤 색과 모양을 하고 있을까.
우아한 색의 장미 꽃다발? 달달한 향의 맛있는 과일?
아니면, 아주 부드럽고 얇은 리본? 둘을 이어주는 황금 열쇠?
팟 하고 터지는 무지개색 비눗방울?
만약 말이 눈에 보인다면, 만약 말이 눈에 보인다고 한다면
즐거운 말은 탬버린! 슬픈 말은 차가운 물방울.
스스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말이 금방 빛을 잃어버려서
모래처럼 시들어 가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몰라.
부드러운 이불 같은 말이 꽉꽉 돌돌 말려서 숨 막히게 되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몰라.
사람을 억누르는 강력한 말이 탱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말에
끝도 없는 빽빽한 숲이 펼쳐져 있을지도 몰라.
말이 보이지 않아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
말이 눈에 보여서 기쁜 점은 무엇일까?
내가 하는 말은 어떤 모양을 하고, 어떤 색을 띠고 있을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라면, 그것은 분명 조용하고 부드러운 담요가 되고,
눈물을 씻어내는 말은 빛나는 소나기 구름처럼
밝게 소용돌이쳐 비를 내리고 무지개를 만들거야.
그리고 짧고 솔직한 말이 마음속 호수 깊은 곳에 스윽 들어와
투명한 빛처럼, 꽃이 노래하는 것처럼, 빛이 웃는 것처럼,
슬픔이 촉촉하게 젖은 초록 나뭇잎처럼
지켜질 수 있도록.
매일 사라져 가는 이야기 저편에 마음의 형태를 찾는다.
소중한 사람에게 꽃 같은 말을 전할 수 있도록.
건네준 말이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처럼
웃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