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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생활 속의 명상

인간의 삶은 생각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생각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이 막혀버리면 궁지에 몰려 결국 파국에 처하고 만다. 이럴 때 그 생각을 보다 더 집중적으로 한다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명상이다. 복잡하고 분주한 현대인의 생활에서는 무엇에 정신을 집중하기가 어렵다. 정신적 소모가 많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일상으로 항상 피곤하며 해결되지 못하는 수많은 문제들로 정신분열증 같은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일상의 많은 문제들은 한 가지에 정신을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명상이 무슨 대단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수행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 공부에 관심을 가지면서 깨닫게 된 것은 공부에서 중요한 것이 관찰이고 집중이고 끈기다. 어떤 대상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여 자세히 관찰하여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알고자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이 진정한 공부다. 인간은 물려받은 생물학적 능력인 지능으로 삶에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익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므로 공부가 인간에게는 생존방식이다. 모든 인간은 자신이 의식하든 하지 않든 일상에서 학습하여 자신만의 생존방법을 익힌다.

 

좀 덜 후회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고 살아가려면 제대로 공부해야 하고, 공부를 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인성으로 대상을 관찰하고 그 대상에 집중하며 끊임없이 학습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 그러한 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훈련이 명상이다. 어떤 대상, 화두에 집중하여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이 명상이다.

 

무엇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안정시키고 선택한 대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관심을 끌어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거나, 피부로 느끼거나 생각하게 하여야 한다. 명상은 관심을 갖고  기분이 좋아지는 대상을 선택하는 것으로부터 기작된다. 일반 대중이 명상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것은 예전 수행자들의 경우 관심거리가 형이상학적 문제였기 때문이다.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삶이란 무엇이며 죽음이란 무엇인가? 영혼이 있는가? 등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의 일상을 텅 빈 공허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정신집중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야 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어야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고, 의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든 관계없다. 내가 의미있다고 의식하고 좋아하는 것이면 된다. 처음에는 잘못되고 허황되고 희미하지만, 끊임없는 명상으로 구체화 되어가고 내가 의식할 수 있는 어떤 형상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한 곳에 정신을 집중시키고자할 때 그와 관계없는 다른 생각, 잡념이 일어나서 그것을 방해한다. 잡념이란 인간이 살아있는 한 없애기 어려운 정신현상이다. 그러므로 잡념을 없애려 하지 말고 오히려 그와 친하게 지내야 한다. 잡념을 그대로 두고 나만의 어떤 대상에 집중하면 된다.

 

종교적 주문呪文같은 신비적인 것에 집중할 수도 있다. 또한 매일 아침 일어나면 그날 해야 할 어떤 일을 떠올리면서 집중하여  그것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게 하여 하루를 지내는 것, 하루를 계획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여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 이때 그 행위의 성공이나 실패의 결과에 대해 집착하지 않으며 초조해하거나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호흡을 통해 명상을 하는 방법도 있다. 먼저 눈을 감고 숨이 코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주의를 집중한다. 호흡을 길고 가늘게 하다 보면 마음이 안정된다. 숨이 들고나는 것에만 집중하는 리듬호흡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숨이 들어올 때는 교감신경이 반응하고, 숨이 나갈 때에는 부교감 신경에 자극을 준다. 교감신경에 자극을 주면 긴장하고, 부교감신경에 자극을 주면 신경이 안정된다.

 

또 보행 중에 명상을 할 수도 있다. 외부의 여러 가지 자극에 신경을 쓰지 말고 오직 움직이는 발걸음에 정신을 집중하다보면 ,어느 사이에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근심이나 우울한 기분이 사라지면서 어떤 저항감도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외부세계에 마음이 끌리게 되면 나와 그것 사이에 대립된 세계가 만들어지면서 갈등이 생긴다그로 인해 쓸데없는 것에 휩쓸려 피로가 더해지면 더욱 힘이 들고 에너지만 허비하게 된다. 그래서 일상에서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대한 관리를 잘해야 한다. 나의 정신적 건강과 마음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체의 것을 끊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내 감정의 에너지를 쓸데없는 곳에 허비하게 되며 삶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물론 외부의 어떤 자극이든 수용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수양이 필요하다. 인간사회에서 열린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이나 생존메커니즘으로는 범부凡夫가 행하기는 힘든 일이다.

 

걸음걸이에 정신을 집중하고 호흡을 맞추어 걷게 되면 나와 그 행위가 하나가 된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발걸음에 정신을 집중하여 걷게 되면, 나의 온 마음을 그것이 점유하고 있으니 아무것도 들어올 수 없다. 오직 한 걸음 한 걸음에 정신이 집중하게 되면 발의 움직임과 걷는 내가 하나가 되어 편안함과 자연의 조화 속에 있을 뿐이다.

 

명상의 대상으로 주기도문이나 만트라(眞言)와 같은 상징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은 사유를 초월한 세계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말들이다. 짧은 말소리나 뜻을 알 수 없는 말소리로 되어 있다. 만트라를 명상하면 그 한 가지 생각만을 한결 같이 밀고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생각들이 우리 마음을 점유할 수가 없다

 

명상 훈련에 일정한 대상이 있을 수 없다. 어떤 대상이든 우리 주의를 끌기만 하면 된다. 그러므로 어떤 화두, 관념 또는 사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명상으로 들어가는 기본이다다시 한번 더 강조하면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조해 하지 않으며 꾸준하게 행하는 것이다. 중용의 가르침 지성무식至誠無息, 이것은 인간의 삶에서도 가장 중요한 삶의 태도이고, 삶의 기반이 되는 인성이다. 공부하는 것도 일하는 것도 꿈을 이루는 것도 꾸준하지 않으면 아무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명상은 집중력과 꾸준함을 기르는 훈련이다

 

소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길 수 있다. 그때 상념은 소나무와 나를 하나로 이어주게 된다. 이렇게 되면 소나무가 소나무이면서 소나무가 아니고, 내가 '나'이면서 내가 아니다. 소나무와 나는 대립되니 주체와 객체 관계이면서 주체와 객체를 하나로 승화한다. 모래 알 하나라도 그것이 어디서 왔으며 지금 그것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그것들은 신비한 존재가 된다. 한 알의 모래가 차지한 시간적 공간적인 존재, 그 의미를 관찰하면 무한한 시간과 공간속에 위치한 우주적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도달하면 일체의 탐욕도 없고, 너와 나의 차이도 없고, 갈등도 없는 평등심을 얻게 된다.

 

우리의 생각이 어떤 대상에 몰입되면 모든 감각이 대상으로부터 자기 자신에게 들어와서 몰입되는 것을 알 수 있다계곡에 흐르는 물소리, 나무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가 내 귀에 젖어 들어서 나의 호흡과 더불어 하나가 되면, 바람소리 물소리는 나의 일부일 뿐이다. 한 떨기 꽃에 깊이 빠져들게 되면서 무아無我의 세계로 들어갈 때에 시인은 를 쓰게 되고 화가는 한 폭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꽃 한 송이가 내 몸과 하나가 되고 그 향기가 나의 숨이 되면, 나의 마음은 평온함 그대로요, 사랑과 희열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자기가 존경하는 옛 성자나 위인을 생각하며 명상하는 것은 자기 속에 집착된 좁은 마음을 넓고 거룩한 세계로 활짝 열어놓는 것이다. 범부凡夫로써 그릇된 생활에 얽매여 있고 좁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자아를 해방시켜서 넓고 큰 세계로 나가게 하기 위해서도 명상이 필요하다. 위대한 인물상은 명상을 통해서 자아를 확대시킨다. 어려서부터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그 아이의 삶의 질에 있어 하늘과 땅 차이다. 아이에게 인물전을 읽게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아이 마음속에 내가 존경하는 인물의 형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아이가 명상할 대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속에 그 형상을 가지고 있으면 몸이 도와준다.

 

아이가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하고,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 좋은 대학을 가야하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생각에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러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 인성이 끈기고 인내고 집중이다. 어떤 인물을 존경하여 내 마음속 두고 살아간다면, 그 인물의 가치관, 성격, 능력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아이의 몸은 그 인물의 무엇을 닮아 가려고 노력한다.

 

기도祈禱는 신앙인이 행하는 종교 의식만이 아니다. 평범한 인간의 의식이 보다 높은 세계. 보다 넓은 세계로 가고자 하는 적극적인 표현이다. 기도하는 대상의 형상을 그리면서 명상에 잠기면, 자기가 바라는 그 대상과 기도하는 자가 일체가 될 수 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어떤 일을 하는 동안에 그 일에 빠져들 수만 있다면, 그것은 명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없다. 하나를 끝마치고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에 집중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마음이 산란하여 집중력이 없는 사람은 어떤 일을 끝마치지 못하고 다른 일에 손을 댄다. 남의 말을 듣고 그 말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명상의 훈련이 필요하다.

 

보는 것, 듣는 것, 먹는 것, 잠자는 것 등 일상생활의 다반사 중에서 그 순간에 해야 할 한 가지 일에 열중할 수 있어야 한다. 한 가지 일에 열중하는 사람은 열 가지 일에 열중하는 사람이다. 한 순간을 명상에 잠길 수 있는 사람은 온 생애를 명상 속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삶에 집중해서 즐겁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명상을 생활화하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 10-30분 정도의 명상 시간으로 시작된다. 매일 반복되는 삶에서 자기가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은 그 일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이고,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허공과 같이 텅 비어 있어야 한다. 마음 속의 온갖 잡다한 생각을 치워 마음이 안정되어야  한다. 그것 또한 명상을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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