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지리산 화대 종주할 때 천왕봉 일출사진이다. 왜 모두들 지리산 천왕봉 일출을 이야기하는지 그 순간을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다른 어떤 곳의 일출에서도 볼 수 없는 풍광이다. 해가 뜨기 전에 먼저 하늘과 땅이 정확하게 분리된다. 이 순간은 해가 뜨기 직전이다. 개벽開闢이란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종주는 못하겠지만, 다리를 끌고라도 가서 다시 한 번 천왕봉 일출을 보고 싶다. 좋은 추억은 사그라지는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어떻게 하다 보니 초등 4, 5학년과 중1학년 독서지도를 하게 되었다. 한 학년에 한 달에 2권씩 책을 읽고, 책의 내용과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주제는 생명, 자연, 가족, 환경, 공부, 꿈, 진로, 삶의 의미, 역사, 난민, 다문화, 페미니즘, 빈곤, 예술 등 정말 다양하다. 모든 학년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꿈, 진로이다. 그 주제에 대해 준비하다보면 나 역시도 많은 공부가 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가 깊이는 다르지만, 결국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인생이란 내 삶의 이야기다. 이러한 주제로 누구와 언제 이야기해 본 적이 있었던가? 나이 들어 아이들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해본다. 삶은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평생 동안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것이 성찰하는 삶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인간에게 생각이 에너지다.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아니다. 내 의지로 어떤 대상에 집중하여야 한다. 이것이 생각하는 능력이다. 내 생각이 있어야 쉽게 외부에 흔들리지 않는다. 생각은 내가 세우는 원願이고 꿈이고 상상력이고 비판력이고 의견이고 이념이다. 절실한 생각이 형상을 만들면 몸은 그 형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서서히 변한다. 그 형상을 이루기 위해 무엇에 관심이 생기고 탐구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 몸은 조금씩 변해 그 형상을 현실로 만든다. 우리 몸은 그 형상에 구속된다. 나의 형상은 대부분의 경우 사회, 집단이 만든다. 내 스스로 짓는 경우에 자아실현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 형상은 유연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살아가는 환경 따라, 살아온 경험 따라 점점 굳어진다.
내 마음속에 내가 형상을 짓지 못하면 그 형상은 내가 존재하는 시공간, 집단, 환경, 본능이 주도적으로 짓게 되고, 거기에 ‘나’는 없고 나는 좀비가 된다. 형상은 나의 내부에서 만들기도, 외부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형상은 개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직, 사회, 국가에게도 있다. 그 시대의 국가시스템, 법제도, 사회문화가 그 형상이다. 자신의 형상을 자기 스스로 만들지 못하면, 내 속에 나의 기반에 없으면 외부에 쉽게 휩쓸리게 된다. 사회가 그 구성원을 좀비로 만들면 통치하기는 쉽지만, 그 사회는 쉽게 무너진다. 그래서 아이들 교육이 중요하다. 아이들 마음속에 꿈이든, 존경하는 인물이든, 가치관이든, 신념이든, 그 무엇을 품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거기에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생각하는 능력이 있어야 외부환경에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가난하지만 꿈도 많고 그 꿈이 구체적인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꿈, 장래 희망,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싫어한다. 부모가 원하는 꿈이 아이들의 꿈이다. 그리고 그 꿈은 모두 공부와 돈과 연결된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 공부가 하기 싫은 아이들은 꿈에 관련된 이야기를 싫어하며 ‘꿈이 없다’며 대화하기를 거부한다. 삶을 일찍부터 포기할 수도 있다. 요즘 많은 아이들의 꿈이 건물주라고 한다. ‘왜 건물주가 되려고 하니?’라고 물으면, ‘힘든 일 하지 않고 편하게 놀면서, 하고 싶은 것 하고 살 수 있잖아요’ 실제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다. 어떤 아이는 재벌2세가 꿈이지만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우리 꿈을 아이들이 이어받았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고, 부모들이 자식을 그렇게 키우고 있다. 당신은 우리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가? 어떤 일을 했으면 좋겠는가? 이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어느 책의 제목처럼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아마 당신은 의도하지 않는 곳으로 가게 될 것이다‘ (If you don’t know where you’re going, you’ll probably end up somewhere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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