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한강을 지니는데 불덩어리가 서울 하늘을 덮고 있다.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울려나?
인간은 항상 성장 시기에 따라 어떤 역할을 한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어느 집단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
그 역할이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게 한다. 삶의 의미를 갖게 한다. 자식으로,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부모로, 남편으로 살다가 어느 날 노인이 된다. 하지만 노인은 특정 역할이 없다. 있는 듯 없는 듯 다른 사람에게, 이 사회에 폐만 끼치지 않으면 된다. 환갑을 넘기면서 사회에서 완전히 은퇴를 했다. 한 동안 의미 있는 삶을 찾기 위해, 내가 원하는 새로운 역할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채소협동조합도 기웃거렸고, 인문학 독서지도, 청소년진로 등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노인 티 내지 않으려 열심히 적극적으로 하려 했다. 세상 어디든 그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그곳을 지켜온 무리들이 있다. 어설프게 설치는 것이 오히려 말 많고 쓸데없이 나서는 주책없는 노인이 되었다. 그래 ‘이제 나도 노인이지’ 노인은 그냥 노인일 뿐이다.
코로나 시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지내겠지만, 면벽수련을 한지도 5년이 되어 간다. 가족들과 아이들을 만나는 것 외는 거의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는다. 그래도 그러한 일상을 통해 나름대로의 성찰이 있었고, 삶의 의미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독서지도를 하는 것이 내 나름대로의 삶의 의미가 되었다. 그것이 아직 내가 사회에서 하는 어떤 역할이고,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다. 사실 아이들도 나도 서로에게 구속되는 것은 없다. 서로 싫으면 언제든 그만두면 된다. 처음 독서지도를 할 때는 나도 아이들에게 실망하고 힘들었지만,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도 할배쎔이 재미없어 중간에 그만두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서로가 필요에 의해 만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괜히 마음이 울컥해진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힘든 일이다. 머리가 멍해져 책에 집중할 수 없다. 특히 우리 아이들 대부분은 정말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스스로 알아서 어딘가로 대피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줌으로 독서지도가 가능하겠는가? 특히 나는 책을 읽고 나면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리고 꼭 이렇게 마무리 한다. “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해 ? 너는 무엇을 느꼈어? 너라면 어떻게 할래? ”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정말 싫어한다. 나는 책 한권을 읽어도 아이들이 뭔가 생각하고 느껴서 이야기하기를 기다리며 집요하게 질문한다. 아이들이 싫어해도 결국 학습해야 하는 것은 '아이들이 생각하여 자신의 의견과 느낌을 표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할배쎔을 좋아할 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 복지사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아마 무더위 때문에 얼마동안 수업을 쉬자는 이야기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무더위 속에서도 나무그늘이나 카페에서 스마트폰으로, 아이스팩으로 더위를 식이면서 독서수업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이런 아이들과 시간을 함부로 보내겠는가? 아이들을 소홀히 대하겠는가? 이 세상에 나를 필요로 하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존재감을 갖게 하고, 스스로 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너무 고마웠다.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아이들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제대로 공부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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