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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기운

청남대. 무덥고 짜증나는 날의 연속이다. 시원한물과 숲이 함께 있는 곳을 생각하다 청남대를 찾았다. 대청호 호수가의 시원한 숲길을 기대하며. 그러나 청남대내의 대청호수 산책길은 날파리 같은 벌레들이 이미 점령하고 있다. 바람은 막혀 있고, 물은 썩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면 오장육부가 작동하여 영양분을 각 기관에 공급한다. 오장육부가 건강하게 작동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좋은 기운이다. 햇빛, 바람, 물,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환경의 기운이다. 나는 삶에서 이 기운氣運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산을 자주 찾는 이유도 그러하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따스한 햇살, 계곡 물소리, 새소리, 나무, 꽃, 풀의 향기.  내 감각기관을 통해 느껴지는 이러한 기운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하지만 인간이 산에서만 살 수는 없다.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삶의 현장, 인간이 모인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인간이 모여 사는 이 사회의 기운 또한 중요하다. 삶의 기운이란 인간과 인간사이, 가정에서 직장에서, 길에서 내가 있는 어디에서 느껴지는 기운, 분위기다. 그것은 문화이고, 관습이고, 우리가 듣고 말하는 이야기다. 그것이 희망이 되고 절망이 된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자식과 나 사이에 믿음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나는 자식을 공갈협박으로 그리고 훈계로 통제하려 했다. 인간에게 가장 좋은 기운은 믿음이다. 믿음이라는 기운이 없다면, 우리가 그러한 기운을 느끼지 못한다면, 정서적으로 불안하다. 우리 사회에 흐르는 믿음이라는 기운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조직의 지도자가 구성원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민주국가의 지도자는 더욱 그러하다. 민주국가의 지도자는 믿음으로 일한다. 그래서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먼저 국민의 믿음을 얻는 것이다. 오로지 믿음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 믿음없이 공갈협박과 훈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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