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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다고지( 파울루 프레이리, 남경태 옮김)

문제제기식 교육

설명의 내용이 가치관이든 현실적 경험이든 상관없이 설명되는 과정에서 생명력을 잃고 무미건조한 경향이 있다교사의 임무는 학생들에게 자기 설명을 주입하는데 있다. 교사 이야기는 공허하고 구체성이 결여되기도 하고 장광설에 불과할 수도 있다. 설명은 학생들이 내용을 기계적으로 암기하도록 한다. 학생들을 교사가 주입하는 용기用器로 만든다. 그 내용을 잘 채울수록 다 나은 학생으로 평가받는다. 이렇게 해서 교육은 예금행위처럼 된다. 이것이 은행저금식 교육 개념이다탐구정신과 프락시스(실천하여 익혀야한다 의미))이 없으면 진정한 인간이 되지 못한다. 지식은 창조와 재창조로 생겨나고, 인간은 지속적인 탐구정신으로 세계 속에서 세계와 더불어 타인과 더불어 살갈 수 있다. 은행 저금식 교육관에서 지식이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아는 것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상을 무지하다고 가정하는 억압 이데올로기 특징이며 탐구과정으로서의 교육을 부정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무지하다고 간주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 한다. 교사는 학습 과정의 주체이고 학생들은 단지 객체일뿐이다. 그렇게 교육받은 학생들은 비판의식이 약하다. 비판의식이란 학생들이 그 세계 속으로 개입해야 얻을 수 있다. 은행저금식교육은 학생들의 창조성을 위축시키고 학생들을 단순하게 만들어 세상을 변혁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 억압자의 이익에 일치된다. 비판적 능력을 함양하거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문제와 문제, 쟁점과 쟁점을 연결시키는 교육에 본능적으로 반대한다억압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피억압자를 억압하는 상황 자체가 아니라, 피억압자의 의식을 변화시키는데 있다. 피억압자가 복지 수혜자로 여기게 만든다. 피억압자들은 건강한 사회에서 병리적 존재이므로 사회는 이 무기력하고 게으른 사람들을 변화시켜 사회에 적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억압자는 주변인이 아니다. 그들은 언제나 사회 안에서 그들을 타인을 위한 존재로 전락시킨 구조안에 있다. 그 구조를 그들이 자신을 위한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변화는 억압자의 이익을 참해한다.

 

학생들은 체험을 통해 현재 생활방식이 완전한 인간성을 향한 소명과 화해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 은행저금식 교육에서 교육은 인간과 세계를 이분법으로 전제한다. 인간은 세계 속에 있는 것이지 세계나 타인들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의식적 존재가 아닌 의식 소유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은행저금식 의식개념으로부터의 결론은 세계가 학생의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규제하는 것이 교육자 역할이다. 교사는 자신이 참된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학생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교욱받은 개인은 세계에 잘 어울리기 때문에 적응에 성공한 사람이 된다이러한 객체들은 억압자의 목적에도 잘 부합한다. 억압자의 삶이 평온하려면 억압자가 창조한 세계에 민중이 잘 적응하는 것이다.

 

지배적인 소수가 부여한 목적에 다수가 완벽하게 적응하면 할수록 소수는 쉽게 그 지위를 유지할수 있다. 은행저금식 교육의 이론과 실천은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구술강의, 필독서, 평가방법, 교사와 학생간의 거리, 진급기준 등을 이용한다. 참된 교육의 기반은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의사소통이다. 은행저금식 교육자들은 의사소통을 두려워 한다. 학생이 세계와의 작용에서 사고를 하게 되면 교사에게 복종하지 않는다생명은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성장을 그 특징으로 한다. 네크로필리형 인간은 성장하지 않는 것, 기계적인 것만을 사랑한다. 살아있는 모든 사람을 사물처럼 여긴다. 네크로필리형 인간은 대상을 소유하여야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 소유를 방해하는 것은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다. 소유를 잃으면 그는 세계와의 잡촉을 잃게 된다. 그는 지배를 사랑하며 지배 행위로 생명을 죽인다. “(* 바이오필리 biophily :생명체에 대한 사랑, 네크로필리 necrophily : 사물에 대한 사랑)

 

억압은 생명이 아니라 죽음 먹고 산다. 책임있게 행동하려는 노력이 좌절될 때, 자신을 사용할 수 없을 때 고통을 겪는다. 세계에 관해 인간이 행동하고 성찰하는 목적은 세계를 변혁시키기 위해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세계와 관련된 의식을 지녀야 한다. 세계와의 관계 속에 있는 인간존재의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자기자신에게 향하는 의식, 의식에 대한 의식으로서의 의식이다. 해방교육은 정보전달이 아니라 인식행위다. 문제제기식 교육이다. 인식행위자들이 같은 인식대상으로 서로 협력하기 위해 서로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가 성립하러면 학생과 교사가 존재하지 않고, 학생인 동시에 교사, 교사인 동시에 학생이라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도 배우면서 가르친다. 서로를 성장 시키는 공동책임을 진다. 누구도 가르치지 않으며 누구도 혼자 힘으로 배우지 않는다문제제기식 교육은 교사-학생의 행동을 이분화 하지 않는다사는 인식대상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지 않고 자신과 학생이 함께 성찰할 대상으로 여긴다. 학생들은 유순한 청취자가 아니라 교사와 대화속에 비판적 공동 탐구자가 된다. 교사는 학생에게 생각할 자료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의견을 발표할 때 평가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재고해야 한다은행저금식 교육은 창조성을 마비시키지만, 문제제기식 교육은 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학생들은 세계속에서 자신들과 관련된 문제들을 대하기 때문에 점점 더 자극받고 총체적인 맥락 속에서 다른 문제들과 연관된 것으로 이해하며, 점점 비판적 인식을 갖게 되고 덜 소외된다. 자극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새로운 자극을 낳고 새로운 이해를 낳는다세계는 본질적으로 의식의 외부인 동시에 의식에 대해 상대적 관계가 있다. 의식 없이 존재하는 세계는 무의미하며 또 의식은 세계를 의식함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 존재해 왔지만 지각되지 않았던 것들은 문제의 특징과 그것에 의한 자극의 특성이 무엇인지 알게될 때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한다. 배경의식으로부터 요소들을 분리해내어 성찰할 수 있다. 이 요소들이 사고의 대상이고, 인간이 행동하고 의식하는 대상이 된다.

 

민중은 문제제기식 교육을 통해 자신들이 세계속에서 존재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게 되며, 세상과 더불어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이 택한 행동양식은 세계속에서 자신을 인식하는 방법과 밀접한 함수관계에 있다. 은행저금식 교육은 학생들을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지만 문제제기식 교육은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를 하게 한다. 문제제기식 교육은 인간이 변화과정 속에 있다고 본다. 인간은 미완성 현실 속에 그 미완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미완성 존재다. 인간존재의 미완성적 특성과 현실의 변화적 특성으로 인해 교육은 항상 진행중인 행위일 수 밖에 없다. 교육은 언제나 프락시스 속에서 재창조 돤다. 즉 존재하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 (프락시스 praxis 실천: 인간이 의식적으로 환경에 적용하여 이를 바꾸러고 하는 행위다.)

 

문제제기식 교육은 대중을 자신의 불완전함을 자각하게 하는 교육이다. 이 교육의 시작은 민중에게 있다. 이 교육은 인간과 세상의 관계에서 시작해야 한다. 은행저금식 방법은 인간의 숙명론적 상황인식을 직간접적으로 강화하고, 문제제기식 방법은 그 상황을 하나의 문제로 보고 제시한다. 상황이 인식의 대상이 되면,  숙명론을 낳았던 주술적 인식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인식으로 바뀌게 된다민중은 포기, 체넘 대신 변화와 탐구의 충동을 가지게 한다. 이러한 교육은 억압자와 피억압자의 적대적인 관계에서는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인간성의 성장을 방해하는 인간은 참된 인간이 될 수 없다개인적으로만 인간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이기적으로 소유하는 일과 연결된다. 나의 소유가 다른 사람의 소유를 막는 장애가 되어서는 안된다. 문제제기식 교육은 권위주의와 주지주의를 극복함으로써 교사들과 학생들이 함께 교육과정의 주체가 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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