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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힘(장우석)

수학은 학문의 원형이다.

지금까지 논리(연역추론과 개연추론), 도형(기하학)과 수(대수학)라는 수학의 세요소와 변화를 이해하는 수단, 구조를 이해하는 수단으로서의 함수, 변화률과 변화의 총량에 대한 이해인 미적분까지 수학의 여러모습과 발전과정을 살펴보았다. 그것은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도형과 수'라는 언어로 구성된 개념들이 여러 가지 문제상황을 거치면서 새롭게 개념화 되고, 그를 통해서 여타 영역에 영향을 주고 새로운 사고를 불러일으키며 확장되는 과정이었다.

 

수학은 자연과학도 사회과학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사고의 다양한 가능성을 포괄하고 길러주는 사고방식(철학)으로서의 학문으로 외부환경을 분석하고 이론화해서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의 전형이기도 하다. 수학으로 내적인 사고역을 높이고 동시에 외적인 문제해결역량 또한 높일 수 있다.

 

수학은 다시 구체로 내려가기 위한 중간단계이기 때문이다. 이론화의 목적은 이론화 자체가 아니다. 구체적인 상황과 결부되어 응용되지 못하는 이론은 의미가 없다추상은 다시 구체에 접목된다는 전제하에서만 존재 의미가 있다. 구체는 느낌이고 추상은 구조다느낌에서 시작해서 구조로 발전하면서 정체가 분명해지며 보편성을 가진다.  과정은 인간 정신의 성장과정이다.

 

개념의 세계는 구체적 현실이라는 구속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그것을 관조할 수 있게 된 세계이다인간의 내적 자유는 개념형성을 숙달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일관되면서도 자유로운 개념 조작이 전혀 다른 세계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것이다. 수학은 구체와 추상의 통합이며 내외의 통합이자 논리와 자유의 통합이다. 구체로 시작되어 추상으로 꽃핀 자유로운 개념적 사고는 독립적 인격 형성으로 이어진다. 개념적 사고야말로 스스로의 힘으로 구성해 내는 자신만의 세계임과 동시에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의 세계이다. 개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만이 스스로 서고 더불어 살 수 있다.

 

학생의 개념적 사고력은 결코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며, 교사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의식적으로 훈련되어야 가능하다. 10대에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형성되지 못하면 나이들어서도 추상적 개념을 통해 시대를 보거나 분석하지 못하고, 문제상황에 대한 근시안적 생각과 논리적인 모순으로 인지능력이 결여된 즉흥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

 

논리적 사고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문제상황에서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에 있다즉 질문을 던지는 힘의 크기가 바로 사고력의 크기다. 지식이 만들어지는 추상의 과정도 바로 질문의 과정이다. 끝까지 묻고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수학에서만 필요한게 아니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는 사회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스스로 이해되지 않을 때 질문을 던지고 이해될 때까지 답을 추구하는 태도와 그러한 태도를 존중하는 문화가 없는 한 그 사회는 죽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생존경쟁에서 잠시 탈피하여 소박하고 일상적인 가치에 주목하고 그러한 관조로 부터 얻은 여유를 통해 다시 살아낼 힘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인문학이 가진 힐링적 가치를 전적으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인문학의 핵심은 문제 상황을 바라보는 구조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길러주는 것이며, 이는 수학적 사고와 긴밀히 맞닿아 있다. 주변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새로운 눈을 갖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