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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FLOW) 칙센트미하이 지음

일의 플로우 경험

일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직접 경험의 질은 무시하고 일에 대한 깊은 문화적 고정관념에 의거하여 자신의 동기를 결정짓는다. 일이란 부담이고 구속이며, 자신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피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직장에서 느끼는 플로우가 즐거운 것이기는 하지만, 높은 도전들을 항상 직면하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람들은 집에서 심신을 회복해야 하며 재미가 없을지라도 매일 몇시간은 텔레비전에 앉아 있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무감각하게 되는 것은 심신이 지쳐서가 아니다. 문제는 현대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직업과 그 직업에 관련된 목표를 인식하는 방법이 있는 듯하다.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과업에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고 느끼면, 그것은 심리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을 어쩔수 없이 해야만 하는 것으로, 외부에서 강제된 부담으로 그리고 인생의 큰 부분을 앗아가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일을 도중에 긍정적인 경험을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장기적 목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가장 많이 지적되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는 불만족의 첫 번째 원인은 다양성과 도전감의 결여다.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문제가 될 수 있으나, 특별히 단조로운 작업을 하는 하급 직책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두 번째 불만은 직장에서 겪는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 특히 상관과의 갈등이다. 세 번째로 심신의 소모가 지적되었다. 압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자신을 위한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 그리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고위직,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문제였다. 이러한 불만들은 객관적인 것들도 있지만,  각자의 의식의 주관적 변화에 따라 좌우되는 것들도 많다. 어떤 직업이 다양성을 갖추고 있는가는 궁극적으로 볼때, 실질적 노동조건보다는 그 직업에 대한 각자의 접근방식에 좌우 되는 것이다. 다른 불만들의 원인도 이와 마찬가지다. 직장동료들이나 상사와 잘지내는 것이 어렵기는 하겠지만, 노력만 한다면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자신의 특정 목표에 따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해주어야 한다는 기준을 설정해 놓고, 다른 사람이 그 기준에 따라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처럼 계획된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른 사람들도 나름대로 설정해 놓은 기준과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교착상태를 피해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상사나 동료들이 그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이 방법이 주변의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이해만을 추구해 나가는 것보다 덜 직접적이고, 시간은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없다.

 

최종적으로 스트레스와 압력은 직업에 따라 가장 주관적인 측면이므로 그만큼 의식의 통제를 받기 쉽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스트레스는 우리가 그것을 느껴야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완전히 지쳐버리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하고, 진정한 대책은 그러한 스트레스를 전반적인 경험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구의 하나로 보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말로 하기는 쉽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며 어쩔수 없이 정신이 산만해지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설정해 놓은 목표에만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껏 살펴본 바와 같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직장을 벗어나 집으로 가서 어렵게 얻은 여가 시간을 활용하고 싶어 하지만 막상 집에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생각이 나지않는 경우가 흔하다. 역설적이게도 일은 여가 시간보다 더 즐기기 쉽다. 직업은 목표가 있고 피드백, 규칙, 도전 등을 갖추고 있어서 당사자로 하여금 일에 더욱 열중하고 그 가운데 자신을 잊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가 시간은 일정한 틀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즐거운 것으로 만들수 있다. 기술이 필요한 취미활동, 목표와 한계를 정해 주는 습관, 개인적 관심사 그리고 특히 내적 훈련 등은 여가활동 본연의 목적인 재창조를 성취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사람들은 일하는 시간보다 오히려 여가시간을  즐길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리는 수가 더 많다. 지난 몇십년 동안 거대한 성장을 해온 산업은 여가시간을 즐거운 경험으로 채울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자원을 사용해 플로우를 경험하기보다는 많은 시간을 유명한 운동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자주 관람한다. 음악을 직접하기보다 듣고, 예술 활동을 직접하기보다 감상을 한다. 신념에 따라 행동하며 위험을 무릅쓰기보다 배우들의 연기를 몇 시간 지켜본다. 이와 같은 대리 참여는 시간을 낭비하는데서 오는 공허함을 일시적으로는 달래줄 수 있다. 그러나 결코 이것은 실질적 도전에 투자되는 주의력과 비교할 수 없다.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얻어지는 플로우 경험은 성장하게 해주는 반면, 수동적인 여흥을 통해서는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일이나 여가시간 모두 우리가 통제하지 못한다면 실망스럽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일과 많은 여가활동, 특히 대중 매체의 수동적 소비와 관련된 것들은 우리들을 행복하고 강하게 만들어 주지 못한다. 일과 여가를 우리 필요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일을 즐길 수 있고, 여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삶이 전반적으로 훨씬 더 가치있게 여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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