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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FLOW) 칙센트미하이 지음

즐거운 일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우리들도 생계를 위해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 신체에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칼로리가 그저 식탁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집도 차도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엄밀한 공식은 없다. 초기 수렵채취인들은 -오늘날 아프리카나 호주의 황량한 사막지대에 사는 그들의 후손처럼- 하루에 단지 3-5시간만 이른바 일하는데( 음식, 은신처, 의복, 연장을 구하는 것)에 할애했다. 나머지 시간에 그들은 대화를 하거나 쉬거나 혹은 춤을 추었다. 이와 반대로 극단적인 경우는19세기 산업노동자 들이다. 그들은 일주일에 6일씩 하루에 20시간을 혹독한 공장에서 또는 위험한 광산에서 고생을 해야만했다.

 

노동이라는 것은 만인이 다 행하는 것이면서도 그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는가? 아닌가?'에 따라 개인이 느끼는 전반적인 만족감에 막대한 차이가 생긴다. 자신의 일을 찾는 이들은 복있는 사람들이다. 그 이상 축복은 요구하지 말자노동이 언제나 힘든 것임에는 틀림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노동도 즐거운 것이 될 수 있으며 때때로 인생의 가장 즐거운 부분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이탈리아 알프스의 작은 부락에 살고 있는 세라피나 할머니는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일을 한다.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 무엇이나고 물으면, 소젓짜는 일, 소떼 모는 일, 과수원 가지치기, 양털에 빗질하는 일.. 등을 이야기 한다. 사실상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일들은 평생동안 줄곧 자신이 해온 일이다. 할머니는 자신의 일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 그 일들은 제게 큰 만족을 줍니다. 집밖에 나가는 것,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 동물들과 함께 있는 것.... 나는 모든 것들과 이야기를 합니다. 꽃. 나무. 새 그리고 동물들 모두와 말이죠. 그러면 상쾌하고 행복한 기분에 젖어 듭니다." 할머니가 도시생활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멋지고 편리한 생활 방식도 할머니에게는 별 매력을 주지 못했다. 그녀는 이 우주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너무 만족하며 고요한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20, 30대의 그녀의 자녀들은 노동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여주었다. 즉 기회만 된다면 일은 더 적게하고 더 많은 시간을 독서, 운동, 여행, 최신 쇼 관람 등 의 여가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세대간의 차이가 나는 것은 연령 때문이다. 대체로 젊은 사람들은 변화를 갈망하고, 반복되는 일상의 제약을 참기 어려워한다. 알프스 마을사람들의 생활이 쉬웠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매일매일 생존해 나가기 위해서는 고된 단순 노동에서부터 기술이 필요한 수공예, 노래 등과 같은 복합적인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는 일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숙달해야 했다. 그러나 이 문화는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이 그러한 일을 즐기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왔다. 그들은 고딘 노동을 해야 하는 현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가 인터뷰한 대부분의 용접공들은 모두 자신들의 직업을 가능하면 빨리 벗어나고 싶은 부담으로 여겼다. 이들은 매일 저녁 일이 끝나자 마자, 공장주변 곳곳에 위치하고 있는 술집에 모여 맥주와 동지애로서 지루했던 하루를 잊으려 한다. 그러고 나면 집에 가서 텔레비전 앞에 맥주를 좀 더 마시다가 아내와 다투다 보면 하루가 간다. 모든 면에서 이들은 서로 비슷한 일과를 보낸다.

 

알프스의 농촌 할머니, 용접공, 그리고 중국의 요리사든 일이 즐거운 이유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즉 그들 모두 고되고 매력적이지도 못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별 의미가 없는 일로만 보이는 직업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해야만하는 자신의 일을 복합적인 활동으로 변화시켰다. 그들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사람은 찾지 못하는 행동의 기회를 파악했고 기술을 개발했으며 자신이 그 순간에 하고 있는 행동에 온 신경을 집중시켰으며, 그러는 과정에 그 자신을 완전히 몰입함으로써 자아를 더욱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렇게 변화되었기 때문에 노동이 즐거워졌다.

 

18세기 이전까지 농한기 농부들의 여가 시간중 대부분을 차지했던 가내 수공업은 플로우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합리적으로 잘 고안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직조공들은 집에다 베틀을 갖다 놓고 온 가족이 함께 일을 했다. 그들은 생산목표를 자율적으로 정했으며 각자의 생산능력에 따라 그 목표를 조절해 갔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베를 짜지 않고, 과수원이나 채소밭에 나가 일을 했다. 기분내킬 때 노래를 하기도 하고, 천이 완성되면 음식을 놓고 모두 축하를 했다.

 

그들은 직조일이 가장 재미있다고 하면서 여행보다도, 낚시보다도, 그리고 텔레비전을 보는 것 보다도, 훨씬 더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베짜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는 이유는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들은 자신만의 디자인을 고안해 내고, 한 종류를 충분히 생산하게 되면 다른 디자인으로 바꾸기도 한다. 가족들 각자가 어떤 종류의 천을 만들 것인가?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 그리고 어디에 팔 것인가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분좋을 때라도 일은 안하는 편이 더 좋으며 직장에서의 성취동기는 낮다고들 한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다. 어렵게 얻은 여가를 즐길 때도 사람들은 놀라우리 만큼 기분이 저조하다고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 많은 여가를 계속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가를 즐길 때보다 오히려 직장에서 플로우를 경험하는 빈도가 훨씬 더 높다고 한다. 직장에서 사람들은 훨씬 많은 기술을 사용하고 직면하는 도전들도 많다고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 더 행복하고, 강하고, 창의적이라고 느끼며 더욱 큰 만족감을 갖는다. 여가 시간에는 대체로 별로 할 일도 없고 자신의 기술이 많이 쓰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스스로 우울하고 지루하고 불만스럽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일보다 여가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순된 양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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