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에 왜 그림이 도움이 될까? 전체 50명에게 지난 휴가때 산과 바다 중 어느 곳을 갔는지 물었다. 산에 간 사람은 18명, 바다로 간 사람은 27명 이었는데 둘 중 어느 곳도 가지 않은 사람이 7명이었다. 산과바다 모두 다 간 사람은 몇 명인가?이 문제는 조건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 이외에 별도의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머릿속에서만 추론하려니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상황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상황이 보다 잘 보인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복잡한 상황을 시각화함으로써 직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보다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림은 도형으로 발전했다.
직관의 세축은 닮음, 같음, 그리고 극한이다. 땅geo과 측량metry인 것으로 알 수 있듯이 '기하학geometry'은 땅의 길이와 넓이를 구하는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측량의 시작은 길이 구하기다. 그리스 현인 탈레스는 만물의 원질은 물이다라는 선언으로 서양철학사의 아버지가 되었다. 서양철학의 아버지가 된 이유는 변화하는 현상을 통해 변화하지 않는 그 무엇,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으면서 그 모든 변화를 가능케 하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는 발상을 했기 때문이다. 미지의 길이를 구하는 문제에서 성립한 닮은 삼각형의 변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정한 비율이라는 지식은 이후에 서양에서 삼각법이라는 체계적인 지식으로 발전한다. 도형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는 길이 구하기보다 훨씬 중요하고 현실적 필요성을 지닌 문제였다. 인도, 중국, 그리스 등의 국가에서 땅의 넓이는 세금 수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넓이는 직사각형과 관려 있다. 선분의 정의가 단위 길이(1)의 개수인 것처럼 직사각형의 넓이는 단위넓이(가로 세로 1인 정사각형)의 갯수로 정의할 수 있다. 넓이의 모든 것은 이 단순한 정의로부터 시작되었다. 직사각형의 넓이가 그 속에 들어있는 단위 정사각형의 개수이므로 직사각형의 넓이 공식은 가로 길이 x 세로 길이가 된다. 이 공식은 넓이의 정의에서 이끌어져 나온 결론이다. 직사각형의 넓이로부터 넓이라는 개념이 생겨났기 때문에 모든 평면도형의 넓이는 직사각형 모양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고의 방향이 되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유사함과 같음을 발견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잡는다. 삼각형의 넓이 공식으로부터 다각형은 모두 그 넓이를 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곡선으로 둘러싸인 도형의 넓이는 원에서 시작되었다. 원은 하늘과 땅 인간 모두에게 이상적인 도형의 하나였다. 자연에는 둥근 모양이 많았다. 자연에서 힌트를 얻은 인간은 원 모양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성 운동을 이해하고 수레바퀴를 만들었다. 그리고 원모양의 땅넓이를 구해야 했다. 원 모양의 넓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직사각형의 모양으로 변형시켜야 하는데, 이것은 이전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작업이었다.
원은 그 정의에 있어서 반지름이 일정한 도형이다. 따라서 중심에서 반지름을 긋고 많은 조각피자 모양의 도형들로 분해한 다음 사각형의 모양으로 재조립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하지만 테두리가 결코 직선이 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조각피자 수가 많을수록 테두리가 점점 더 직선에 가까워진다. 여기서 조각피자를 무한히 쪼갠다는 발상이 나오게 되었다. 극한limit이라는 발상이 나왔다. 현실적으로 원을 무한히 쪼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상할 수는 있다. 극한 개념을 사용하여 원을 직사각형으로 바꿀 수 있다. 그리스의 에우독소스나 아르키메데스는 극한 개념을 통해서 곡선이나 곡면으로 둘러싸인 도형의 넓이와 부피를 구했으며, 중국에서 조충지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원의 넓이의 근사값을 정교하게 구한 기록이 있다. 곡선은 아무리 쪼개도 곡선이다. 하지만 곡선 도형을 무한히 쪼개서 다시 합치면 직선도형으로 변한다. 무한히 쪼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논리적으로는 가능하다. 이것이 수학이다.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 능력의 결과물인 이 극한 개념이 17세기에 함수와연결되면서 미적분이라는 신세계의 문을 열었다.
모든 원은 닮은꼴이며 그 닮음의 정체는 둘레 길이와 지름길이의 비율이다. 이 비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원은 그 모습이 동일하다. 이 비율을 원주율로 부르고 그리스 문자 π( 3.14)로 쓴다. 모든 원에서 '둘레길이/지름길이= 일정한 값 π'이다. 곡선을 직선으로 만들어주는 극한개념의 놀라운 효능은 원뿐만 아니라 곡선으로 둘러싸인 임의의 평면도형을 다양한 방식으로 직사각형들의 합으로 훤원할 수 있게 해주었다. 도형의 넓이를 구하는 것이 주로 세금문제와 관련이 있었다면, 부피를 구하는 것은 건축물 쌓기, 용역비용 계산 등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넓이가 직사각형에서 시작되었듯이 부피는 직육면체에서 시작한다. 넓이가 단위 넓이의 개수였듯이 부피의 정의는 단위부피의 개수이다. 입체 속에 들어있는 단위 직육면체의 갯수라는 부피의 정의로 연역된 결론이 ‘기둥의 부피= 밑면 넓이x 높이’라는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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