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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힘(장우석)

생각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힘, 논리력

논리는 수학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의 합리적 해결에 필수적인 조건이다.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줄여서 '논리력'이라 한다. 논리력이란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이다. 추론이란 무엇일까?

 

상황1. 사건 당시 피해자의 개가 짖지 않았다. 따라서 범인은 피해자와 아는 사이다.

상황2. 두 물체 무게가 서로 같다면 각각의 물체에 같은 무게를 더해도 두 물체의 무게는 같다.

 

상황1의 경우 결론이 확실(필연적)하지 않지만, 그럴듯하며(개연성이 크며) 상황2의 경우는 결론이 확실하다. 하지만 모두 어떤 사실로부터 새로운 결론을 끌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와 같이 확인된 사실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이끌어 내는 것을 추론이라 한다. 추론에는 결론이 필연적이지는 않지만 그럴듯한 개연추론과 결론의 필연성이 보장되는 연역추론이 있다. 개연추론에는 순수 논리 외에 직관이나 상상력 또는 주관적인 경험 등이 가미되기 때문에 결론이 필연성이 줄어든다정보가 부족하거나 문제가 난해해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초기상황에 개연추론이 사용된다연역추론은 전체에서 결론으로 가는 과정에서 조금의 비약이나 억지도 끼어들지 않는다.

 

인간의 사고를 분석대상의 대상으로 삼아 탐구함으로써 논리학이라는 학문의 체계를 세운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추론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올바른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사람이며,  그 과정에서 연역이라는 개념을 정립하였다. 전체에서 결론으로 가는 필연적 사고의 루트 라는 연역추론의 틀은 수학자 유클리드에 의해 수학지식 전체의 내부 설계도 제작이라는 업적으로 이어졌으며, 뉴턴에 의하여 동역학 체계 정립으로 이어졌다. 스피노자가 윤리학의 이론적 체계화를 이루게 했다. 전제 조건에서 결론의 필연성이 보장되는 연역추론의 방법으로 '삼단논법'과 '정의하기'가가 있다삼단논법은 대전제 AB와  소전제 BC다라는 두가지 전제로부터 결론 C를 이끌어내는 기초적인 연역이며, 중간지점 B를 매개로 시작A와 끝 C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삼단논법의 대전제와 소전제를 AB라는 하나의 전제로 던순화하고 그 의미를 A=B로 명확히 함으로써,  즉 AB가 곧 BA임을 함의한다. 방향성을 보다 자유롭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전제 속에 담긴 의미있는 결론들을 풍요롭게 이끌어내는 기술이다.

 

정의하기는 개념의 명확한 정의를 통해 결론을 유도해 내는 기술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성립한 제논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다. 논리에서 '역설'이란 일반적으로 인정된 것들과 근본에서 대립되는 주장을 말한다황당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어려운 명제들로 명성과 권위를 획득한 것들이다. 화살의 역설이 그 예이다. '화살의 역설'은 다음과 같다.

날으는flying 화살은 날지 않는다'. 화살을 쏘았다고 가정하자. 순간을 생각하면 화살은 매 순간 정지해 있다. 운동상태에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을 무수히 모은 것이다정지한 화살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거기서 운동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화살은 사실은 날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감각이 우리를 속이는 것일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운동의 정의를 물었다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운동'이란 일정한 시간이 흐를 때 위치를 바꾸는 것이다. 정지는 반대로 일정한 시간이 흐를 때 위치를 바꾸지 않는 것이 된다. 운동이건 정지건 모두 일정한 시간의 흐름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제논은 순간을 정지와 연결했다. 순간은 일정한 시간의 흐름이 없으므로 정지와 운동을 말할 수 없다. 제논은 잘못된 전제로 출발했으므로 결론 또한 무의미하다.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임을 증명하는 문제를 만났을 때, 내각의 합이나 180도가 아니라 삼각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문제 상황에서 개념의 정의 AB를 명확히 함으로써 그 속에 담긴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사고의 일관된 흐름, 즉 연역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방법이다. 정의를 통한 문제해결에는 적극적인 사고 과정이 반드시 개입되어야 한다개념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문제해결 주체가 적극적으로 정의가 품고 있는 메시지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다결론의 확실성은 삼단논법이든 정의하기든 모두 문제의 조건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달성된다이는 문제해결 주체의 적극적 사고를 통해 이루어지며, 따라서 노력과 시행착오를 필요로 한다. 연역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논리력의 핵심이다. 하지만 추론은 연역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개연추론 또한 전제조건에서 결론을 유도하는 과정이지만 연역추론과는 달리 아직 확실하지 않은 대략적 판단이다. 대표적인 개연추론으로 귀납과 유추가 있다. 귀납이란 관찰된 몇가지 사실속에서 공통된 규칙이나 패턴을 발견하여 일반적인 판단을 끌어내는 방법이다.

 

원금 200만원으로 연이율 5%인 복리예금을 들었을 때 30년후의 원리합계는 얼마일까? 1년부터 30년까지 하나하나 다 계산하기는 힘들다이런 경우 앞의 몇 년의 원리합계를 계산해 나가면서 공통된 패턴을 발견한 다음 일반화 하는 방법을 취하면 된다패턴찾기로 정리될 수 있는 귀납은 실제로 많은 수학 문제해결에 사용된다귀납이 단순한 관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관찰과 사고가 결합되어 아루어지는 것도 알 수 있다귀납과 함께 대표적인 개연추론으로 꼽히는 것이 '유추'이다. 귀납의 사례들에 내재하는 패턴의 발견이라면 유추는 사례들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의 발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추적 사고는 특히 과학에서 많이 사용된다. 뉴턴의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현상과 달이 지구를 빙빙도는 현상을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달도 사과처럼 지구로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현상들 사이에 공통된 그 무엇이 객관적으로 관찰되지 않는 데도 유사성이라는 이름으로 묶어서 볼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가진 직관이 서로 다른 현상들 속의 닮은 부분을 인지해 내기 때문일 것이다.

 

귀납이나 유추가 강력하고 확신을 준다고 해서 그 결과가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불확실한 개연추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개연추론이 필요한 이유는 연역추론이 어려울 때 초기 상황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개연추론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연추론으로 대략적인 추측을 하고, 그 다음에 연역추론을 통해서 이를 사실로 확정(증명)하는 것이다. 추론에는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며, 이 능력들이 상호관련되어 문제가 해결된다. 연역추론과 개연추론은 문제해결 과정에서 논리가 흐르는 통로이며, 두 통로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통로임을 알게 되었다. 수학의 언어는 도형과 수이다. 이제 도형과 수라는 대상에 논리력이 작동함으로써 어떤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며, 그 과정을 통해 정신이 풍요롭게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