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어려운 과목이다. 학창시절에 힘들게 공부한 수학이 현실에서 얼마나 소용이 있을까? ‘졸업하고 나면 수학은 별 쓸모없어’ ‘돈 계산만 정확하게 할 줄 알면 되지’ 수학 전문가들은 수학은 논리적 사고력을 증진시킨다든지 현대문명의 모든것은 수학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한다. 현대 문명이 수학으로 이루어졌다는 말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그 원리를 모두 알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수학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것은 근본 원리와 사고방식이지 개별적 지식이 아니다. 개별적 지식, 세분화된 운영원리들은 그 분야 전공자들만 알아도 충분하다. 수학이 논리적 사고력을 증진시킨다는 옳다. 하지만 논리적 사고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논리적 사고력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동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의식적으로 훈련해야 할 그 무엇이다.
현실 교육에서 학생들은 문제유형과 풀이법을 암기할 수밖에 없고, 결국 수학공부는 극기 되고 만다. 사회의 주도권은 어른의 몫이다. 어른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보편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사회에서만 아이들도 그렇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수학 학습의 의미를 대학 진학에 두는 사회에서 아이들이 의미있는 공부를 하리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모든 공부가 마찬가지겠지만 수학 학습과정 또한 새로운 깨달음의 시간, 스스로의 사고력이 풍요롭게 성장하고 체화되는 행복한 경험의 시간이어야 한다. 계산능력 확보는 수학 학습의 핵심 목적중 하나이다. 그것은 틀리지 않고 계산을 수행하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상황을 이해하고, 그 관계 또는 규칙을 적절한 식으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수학은 계산하는 학문이 아니라 헤아리는학문이다. 헤아림이란 문제의 본질을 읽어내는 것이다. 학교 졸업후 음악 지식은 얼마나 사용될까? 역사 지식은? 영어는? 지리는? 학창시절 학습한 내용중 일상에서 사용되는 지식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면 왜 이렇게 복잡다단한 지식을 긴 시간동안 배워야 하는것일까?
음악 수업은 음악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인가? 음악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소양을 기르기 위해서 아닐까?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도 개개의 역사 지식 습득보다 역사 의식과 그에 상응하는 퍈단력을 갖게 위해서가 아닐까?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상황을 수학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계모가 아이를 학대한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이 사건으로 계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생길 것을 우려한 어느 신문기자가 실제로는 계부모에 의한 학대보다 친부모에 의한 사례가 더 많다는 기사를 데이터를 제시하며 쓴 일이 있었다. 희귀한 질병을 95% 정확도로 검진해내는 기계가 있다고 하자. 어떤 사람이 이 기계에 의한 양성반응이 나왔을 때 그가 실제로 이 질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겠는가? 이 경우 우리는 95%의 정확도라는 말에 현혹되기 매우 쉽다. 이런 문제들은 고등학교에서 조건부 확률이라는 개념으로 학습하는 내용이다.
20세기 미국 교육심리학자 브루너는 수학 학습의 목표가 '지식 획득이 아니라, 지식을 만들어내는 구조의 내면화'라고 말한 바 있다. 구조는 곧 본질이며 논리가 작동하는 길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문제상황에서 본질(구조)를 파악하고 지식을 구성해낼 수 있는 능력이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의 삶은 사소하거나 또는 중요한 문제들과 만나고 고민하면서 진행된다. 나이들고 삶의 경험이 넓어지면서 만나는 문제도 그만큼 다양해진다. 문제를 만나고 이를 올바르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논리가 발전하고 생각이 구조화 되고, 체계화 된다. 인간의 정신, 그 사회의 문화가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자 포퍼는 '인생을 문제와의 끊임없는 만남'이라고 선언허기도 했다. 수많은 개인적, 사회적 문제 상황들은 수학적 사고를 통해서만 해결가능하다. 우리가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살아가면서 만나는 각종 문제 상황을 합리적으로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삶의 구체적 상황과 결부된 문제라 할지라도 그것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상황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에서 문제의 범위를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지적 충동도 훌륭한 문제상황이다. 문제해결이 실용적 이득을 주지 못하더라도 순수한 지적 호기심으로 출발한 문제 또한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그 자체로 가치있는 문제라는 말이다. 수학문제를 잘 푼다고 일상생활의 문제상황에 직면해서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근거없는 관습, 관례 또는 눈앞의 이익에 따라 임의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면, 그 사람은 수학을 공부한 의미가 없다. 칸트에 따르면 윤리는 과학보다 상위개념이다. 도덕과 예술세계는 그 사회에서 수학적 논리가 존중되고 지켜지는 바탕에서만 의미를 지니며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개념적 사고력이 있어야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처럼 眞의 바탕에서만 善과 美가 꽃필 수 있다. 교육자 페스탈로찌는 '운동을 통해 근육이 튼튼해지는 것처럼 , 수학 학습을 통해 인간정신이 고양되고 아름다워진다고 말했다. 제대로된 수학공부가 종교나 윤리보다 인간을 더 정직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 주는 측면이 있다. 수학적 이성은 감성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감성이 고도로 집약되고 절제된 형태다. (문제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이성, 논리, 사고력을 위해 수학이 필요하고, 이러한 능력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수학의 힘(장우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자로 추론하는 힘, 대수력 1 (0) | 2020.09.17 |
---|---|
모든 것은 정의에서 시작되었다.* (0) | 2020.09.14 |
직관으로 추론하는 힘, 기하력 (0) | 2020.09.07 |
생각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힘, 논리력 (0) | 2020.08.31 |
수학의 기본요소 (논리, 도형, 수) (0) | 2020.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