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몰입(FLOW) 칙센트미하이 지음

삶의 질 향상하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우리가 채택할 수 있는 주요 전략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외적 조건들을 삶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외적 조건들이 우리 목적에 잘 부합하도록 우리가 경험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병원의 대기실에는 사오십대의 부유하고 성공한 환자들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은 호화스러운 주택, 값비싼 차 그리고  미국 최고 대학인 아이비리그 학력조차도,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는데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어느날 직시하게 된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외적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이 행복의 열쇠를 제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를 계속 소망하고 있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더 멋진 외모를 갖춘다면' 또는 '더 이해심 많은 배우자를 만났더라면 ..'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물질적 성공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물질적 목표가 삶의 질을 조금은 향상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끝없이 투쟁하고 있다. 삶의 질이라는 것의 실체는 타인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가 혹은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느끼는가'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경험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돈, 외모 또는 명성이 반드시 성공과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들이 축복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에게 행복의 느낌을 줄 때만 그러하다. 그렇지않다면 그것들은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우리 삶에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는 것들이며, 심지어는 행복한 인생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많은 돈을 벌거나, 친구를 사귀거나 또는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따위는 우리에게 심각한 고민꺼리가 될 수 없다. 그보다는 일상생활이 어떻게 조화롭고, 더욱 만족스러워질 수 있는지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즉 사회적 목적들을 쫓기만한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을, 체험을 통해 직접적으로 성취하는 것이 더욱 유익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이란 쾌락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먼저 생각한다. 예컨대 맛있는 식사, 멋진섹스,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안락함과 편리함 따위가 그것이다. 우리는 해외여행이나 멋진 친구와의 만남 또는 값비싼 편의시설 등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을 상상한다.  쾌락이란 생물학적 프로그램이나 사회적 환경에 의해 설정된 기대 수준이 충족되었다는 정보를 우리가 의식하게 될 때 느끼는 만족감이다. 우리가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은 생리적 불균형을 해소시켜주기 때문에 기분을 좋게 한다. 쾌락은 삶의 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나, 그 자채로는 행복을 가져오지 못한다. 잠, 휴식, 식사 그리고 섹스는 신체적 욕구가 발생시킨 정신적 엔트로피를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에 우리의 의식에 질서를 가져다주는 회복 기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들이 정신적 성장까지 일으키지는 못한다.

 

가끔씩 사람들은 뚜렷한 이유없이 극도의 기쁨이나 황홀한 절정감(엑스터시)을 경험한다. 음울한 음악이 나오는 술집 분위기가 이를 만들어내기도 하며, 훌륭한 경관이 그러한 경험을 주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하루하루의 지루한 틈을 메우기 위해, 또는 걱정이 엄습해올 때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의 편법을 개발한다. 어떤 사람은 쉴새없이 낙서를 하며 또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운다. 이러한 것들은 일정한 패턴을 가진 행동을 수행함으로써, 의식에 질서를 가져오기 위해서이다. 다시말해 일상의 우울함이나 따분함을 경감하는 작은 플로우 활동이다. 생활 속의 사소하고 자동적인 게임들은 지루함을 감소시키도록 도와주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경험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다. 긍정적인 경험의 질을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더욱 고차원적인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테니스 시합은 두명의 상대가 서로 실력이 비슷하지 않으면 즐겁지가 않다. 실력이 부족한 선수는 불안함을 느끼고, 월등한 선수는 지루함을 느낀다. 다른 모든 활동도 마찬가지다. 즐거움은 지루함과 불안의 경계 사이에서 도전이 그 사람의 기술과 균형을 이룰 때 나타난다.

 

어떤 상황의 도전에 응하기 위해서 이와 관련된 모든 능력이 필요할 때 사람의 주의는 그 활동에 완전히 쓰인다. 그 활동이 제공하는 것 이외의 어떠한 정보도 처리할 심리 에너지는 남지 않는다. 모든 주의는 관련된 자극에만 집중된다. 플로우를 경험할 때 그토록 완전히 몰입이 가능한 까닭은 목표가 명확하고 피드백이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테니스 선수가 해야할 일은 볼을 상대편으로 넘기는 것이다. 볼을 한번 칠 때마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알게된다. 매 순간마다 목표가 달성했는지 알 수 있다. 하찮은 목표를 선택하여 성공을 거둔다면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생활 속에서 날마다 우리는 의식에서 원하지 않는 강요된 사고와 근심의 포로가 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직업과 가정생활은 잡념이나 불안이 자동적으로 배제될 만큼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일상적인 마음의 상태는 원활한 심리에너지를 간섭하는 엔트로피의 요소를 포함한다. 등반하고 있을 때는 삶의 다른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다. 등반 자체가 나에게 중요하고 유일한 세계가 된다. 이것은 집중의 문제다. 일단 그 상황에 들어가면 매우 생생한 경험을 하게 되며 모든 책임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등반이 자신의 전체가 되어버린다. 바다에 아무리 많은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사람들의 염려는 수평선 뒤로 육지가 멀어져감에 따라 마음에서 사라진다. 일단 바다에 나가면 걱정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다음 항구에 도달할 때까지 일상의 문제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순간에 우리의 삶에서 인위적인 요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람과 바다의 상태와 하루동안의 항해거리에 비교하면 속세의 문제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즐거움은 종종 실제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게임, 스포츠, 기타 레저활동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경기에서 지거나 취미생활에 서투르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는 다르다. 거의 모든 즐거운 활동은 중독 될 수 있다. 의식적 선택이 아니라, 다른 활동을 방해할 정도로 빠져든다는 의미에서다. 플로우를 생산하는 즐거운 활동은 잠재적인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이 우리 마음의 질서를 가져와 삶의 질서를 향상시키는 반면, 그 일 자체가 정도 이상으로 중독되게 되면 우리 자아는 특정 활동에만 몰입하게 되고, 그 결과 삶의 다양성에 대처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자기 목적적' 이라는 용어는 자기를 의미하는 auto와 목적을 의미하는 telos라는 두 개의 그리스 단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단어는 '미래의 이익에 대한 기대 없이 단순히 그 자체를 수행하는 것이 보상이 되는 행동'을 의미한다. 돈을 벌기위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자기 목적적 경험이 아니다. 그러나 향후 추세를 예측하는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그것은 자기 목적적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은 완전히 '자기목적적'인 것도 '완전히 외부 기인적'인 것도 아닌 둘의 조합이다. 외과 의사들은 보통 외적동기로 인해- 사람을 돕고, 돈을 벌고, 명성을 얻는다는-오랜기간 훈련에 들어간다. 운이 좋으면 얼마 후에는 자신의 일을 즐기기 시작하고, 수술은 넓은 의미에서 자기 목적성을 갖는다.

 

우리가 보통 하는 일의 대부분은 어떠한가? 일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또는 앞으로의 혜택을 기대하기 때문에 일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에 소비하는 시간을 본질적으로 낭비되는 것이라고 느낀다. 따라서 이들은 일로부터 소외되어 있고, 일에 투자된 심리에너지는 자아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꽤 많은 사람들에겐 자유시간도 역시 낭비가 된다.리는 이 세상의 어떠한 것도 완전히 긍정적인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모든 힘은 오용 될 수 있다. 사랑은 증오로 바뀔 수 있으며 과학은 파괴를 낳는다. 최적 경험은 에너지의 한 형태이며 도움이 되거나 파괴될 수 있다. 우리는 한때 인정 받았던 과학적 기술적 활동이 훗날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활동들이 원래는 즐거운 행위였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문제는 한층 더 복잡해진다.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 개발 연구를 매력적이라 했으며, 신경가스 제조나 스타워즈 계획도 관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으며, 유용할 수도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험에는 대처법이 있다. 그것은 수영을 배우는 것이다. 이 말은 플로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즉 플로우의 유용한 형태를 극대화하고 해로운 형태를 극소화하는 방법의 발견 말이다.

 

'몰입(FLOW) 칙센트미하이 지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적 활동을 통한 몰입  (0) 2009.12.09
플로우의 조건  (0) 2009.12.08
의식, 의도, 주의  (0) 2009.12.03
행복얻기  (0) 2009.12.02
플로우 와 행복  (0) 2009.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