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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유 (앤드류 와일, 번역 김옥분

놀라운 치유체계(2)

세포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세포 밖 환경과의 경계이자 접촉면이 되는 것이 세포막이다. 세포막은 지질과 단백질로 구성된 독특한 단층 구조를 하고 있고, 단백질은 유연하고 유동적인 지질층에 박혀있거나 들러붙어 있는 모습이다. 세포막은 세포 밖에서 세포 안으로 물질의 능동수송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고, 그 바깥 면에는 수용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 수용기는 특정한 호르몬과 영양물을 결합하도록 고안된 전문화된 단백질 구조였다. 게다가 세포막은 미세한 통로들로 이루어진 세포내의 거대한 체계를 연결하고 있으며, 세포가 원하는 물질을 받아들이고 원하지 않는 물질을 방출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별견되었다. 새로운 막은 끊임없이 세포 안에서 합성되고 있었고, 낡은 막은 끊임없이 흡수되고 있다. LDL은 혈관으로부터 세포 속으로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분자다.  콜레스테롤이 혈관 속에서 LDL과 결합하게 되면 그것은 동맥벽에 퇴적되려는 경향을 갖는 좋지 않은 형태가 된다. 동맥벽에 퇴적된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와 관상심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많은 세포들은 LDL을 붙잡아 순환계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수용기를 가지고 있다. 세포막의 외부 표면에 있는 LDL 수용기가 LDL분자와 결합하면, 그 수용기는 세포막 위의 또다른 특수한 구조로 이동하는 데 수용기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동맥에 어떤 해도 미칠 수 없다.

 

세포들은 실제로 자신들의 신진대사를 위해 어느 정도의 콜레스테롤을 필요로 하며,  남은 양은 없애버릴 수 있다. 이 분류과정에서 LDL수용기는 세포막의 표면으로 재순환되어 돌아오고, 반면에 LDL은 리소좀이라고 불리는 구조로 운반되어 분해처리된다. 리소좀은 거대한 분자를 작은 조각으로 잘라 분해해 버릴수 있는 강력한 효소를 지니고 있다. LDl 수용기의 구조와 기능이 쇠퇴하면 리소좀으로 가서 분해되고, 그 자리엔 새로 만들어진 수용기가 들어선다. 세포표면의 수많은 지점에서 막이 끊임없이 세포속으로 빨려들어가고 검사받고 분류 되고 표면으로 다시 순환된다. 이런 과정의 한 단계가 바로 리소좀을 통한 결함을 가진 세포막 구조의 인지와 제거다. DNA 수준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우리는 여기서 다시  끊임없이 작동하면서 결함이 생긴 구조와 기능을 인지(진단)뿐만 아니라,  제거하고 대치(치료)하는 능력을 지닌 타고난 자연치유체계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세포 수준에서 우리는 또한 치유체계가 매순간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 재생의 능력도 볼 수 있다. 막 수준의 치유는 특히 중요한데, 그 이유는 세포의 표면이 혹사 당하기 쉬운 장소이고, 바로 이곳에서 세포들이 다른 곳에서 생산된 분자를 가진 수용기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정보교환을 하기 때문이다.

 

세포가 모여 조직을, 조직이 모여 기관을, 기관이 모여 체계를 이룬다. 조직의 단계에서 치유는 좀 더 복잡해지지만 일반적인 특징은 똑같다. 상처난 곳 치유는 잘 알려져 있고 연구도 잘 되어 있다.  가령 칼로 손가락을 베이면 통증은 금새 가라앉을 것이다.  통증을 통해 살해를 알리는 말초신경의 활동을 지각한다.  피는 멈추고 덩어리는 굳어서 상처를 보호하는 딱지가 될 것이다.  조금은 얼얼하고, 붉게 부어오르고 약간의 열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백혈구가 상처부위에서 세균의 침입을 막고,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는 세포를 정리하게 위해 그곳으로 이주하여 생긴 면역반응이다. 상처부위로 침투해 들어오는 면역세포의 첫 부대는 가장 흔한 백혈구인 호중성 백혈구로서 이들은 신체방어군의 보병해당한다. 그 뒤를 이어 대식세포들이 들어오는데 이들은 엄청난 양의 세포찌꺼기를 삼켜 소화시킬 수 있다. 이 면역반응 활동과 동시에 상처의 가장자리에서는 정상적인 표피세포가 번식을 시작한다. 이러한 세포들의 분열은중앙에서 마무리 되도록 딱지 아래 가장자리에서부터 생겨 얇긴 하지만  새로운 피부가 될 연속적인 층을 형성하게 된다.

 

DNA와 세포막의 수준에서 보았던 그 모든 특질에 덧붙여 방금과 같이 생명유기체의 더 복잡한 수준에서, 우리는 치유체계는 세포 성장과 번식에 영향을 미치는 자극인자와 방해인자의 대등한 상호작용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종류의 균형은 상처에 대한 치유반응에서뿐 아니라, 건강한 조직의 정상적인 생활의 밑바탕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다시 한번 치유체계가 상해와 질병의 관리에 필요한 특별한 기능에 덧붙여 순간순간 건강의 유지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손상 되었거나 상실된 구조의 재생,  우리는 이것이 이제까지 검토한 모든 수준에서 치유체계가 지닌 능력이다. 이것이야말로 일부 조직,  특히 끊임없는 자극에 노출되어 있는 표면조직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다. 우리의 몸은 끊임없이 가장 바깥쪽에 있는 피부를 떨어내고 있으며, 그 바로 아래쪽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피부가 만들어지고 있다. 창자의 모든 내벽도 매일 벗겨지고 새로운 내벽이 돋아나온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상실된 조직을 재생하는 간능력이다. 간의 대부분을 잘라내더라도 남아있는 조직이 정상이라면 상실된 부분이 복구된다. 바이러스성 간염이나 화학 독소에 의해 간세포가 부분적으로 파괴 되었을 때도 이와 유사한 구조와 기능의 복구가 일어난다. 신체의 다른 기관은 재생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심장마비시 혈액공급 장애로 상실된 심장근육은 근육으로 대체되지 않는다. 두뇌의 뉴런도 마찬가지다.

 

강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매우 다양한 매커니즘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고 말했다. 강물에 쓰레기를 버릴 경우 어느 정도까지는 강은 스스로 독성을 해소하고 건강한 상태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강에 쓰레기를 계속해서 버린다면,  어느 시점에선가 자연적인 정화능력이 한계에 달해 기능이 정지해버리는 분기점에 이르게 된다.  식물과 이로운 미생물이 죽고, 물의 흐름이 변하고, 강은 병들게 된다.  오염물질을 강에 버리는 일을 중단하면 결국에는 오염의 수준이 자연적인 치유메커니즘이 회복되는 지점까지 떨어지게될 것이다.  산소처리 작용이 증가하고, 햇빛이 물속으로 더 깊숙이 비쳐 들어가고 유익한 유기체들이 돌아오고 강이 스스로 깨끗해지는 것이다. 동맥체계가 이와 똑같이 작용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실제로 지금 우리는 만일 당신이 동맥경화증을유발할 있는 음식물 섭취를 중단하고, 당신의 정신(울화증이나 정서적인 소외 등)으로 치유체계를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동맥경화증도 되돌릴 수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은 이때 치유체계가 사용하는 메커니즘이 어떤 것이나 하는 것이다.

 

나는 질병을 만들어낼만한 생활방식을 끊어버리고, 자연적인 치유에 도움이 될 생활방식을 따르기 시작한 다양한 종류의 환자들이 신속하고 극적인 신체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보아왔다. 나는 의학자가 아니다.  나는 의술을 행하는 임상의사로서 나의 주된 관심은 건강한 사람은 건강하게 해주고 아픈 사람은 낫게 해주는 것이다. 슬픔을 모델로 삼아서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하나의 상실은 모든 상실과 연결된다. 하나의 죽음은 자신의 죽음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슬픔에 잠기는 것은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은 상실을 받아들이고 변화된 상황과 새롭게 정서적인 균형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다슬퍼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일종의 치유이자 치유체계의 한 작용이다.  슬픔은 여러 양상들이 있다.  가장 우선하는 것이 충격과 부정이다.  부정은 자연적인 마취제이다. 부정은 슬픔의 전체 충격이 너무 클 때는 기초수준의 기능을 발휘하는 점정적인 메커니즘으로서 매우 유용할 수 있다.

 

부정 뒤를 찾아오는 것은 분노인데  나는 이것을 상처의 통증과 출혈이 가라앉는후 곧바로 찾아오는 염증반응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감정은 종종 우울단계로 이어진다.  우울은 비록 질병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슬픔의 전체 과정중 한 단계이다.  우울은 상실에 대한 무의식적인 수용을 나타내며, 상실의 회복에 대한 환상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수용이 의식적인 것이 될 때 슬픔도 끝나고 상실은 온전히 자기 것이 되며, 다시 정서적인 안정이 가능해진다. 적절한 감정 표현을 북돋움으로써 그 과정의 완결을 향해 한 걸은 더 다가가게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