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필요성 때문이라도 유기체는 상처와 질병을 일으키는 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자기수정 메커니즘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인간이 하나의 종으로 존재해 온 대부분의 시간동안 우리에겐 서양의학이든 대체의학이든 혹은 그 밖의 무엇이든 간에 의사라는 존재는 없었다. 종의 존속 그 자체가 치유체계의 존재를 암시한다. 이 책을 쓰는 목적은 건강을 유지하고 병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몸의 고유한 능력에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려는 것이지만, 나는 솔직히 그러한 치유체계의 도식을 쉽게 제시할 수는 없다.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말할 수 없이 복잡하고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몸의 능력은 가장 복잡한 기능에 속한다. 정신과 육체가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치유경험을 통해 빈번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정신을 생물학적인 실재와 통합시켜 주는 모델이 없다.
DNA는 인간에서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기체 안에서 똑같은 형태를 취한다. DNA 안에는 오직 네 가지 형태의 유클레오타이드만이 발견된다. 이것들은 일종의 문자로 모든 생명의 건설과 작용을 지시하는 정보가 담긴 낱말들의 음소에 해당한다. DNA는 유전정보를 하나의 세포에서 다른 세포로 그리고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달하기 위해 스스로 복제한다고 말하고 있다. DNA는 또한 세포핵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또다른 고분자인 RNA한테로 자신이 가지고 잇는 정보를 전사한다. 그러면 RNA는 이 정보를 유기체 구조와 기능을 결정하는 특정한 단백질 제조과정속으로 번역한다. 이러한 세단계 과정 (복제, 전사, 번역)이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다. 이 과정은 또한 놀랄만큼 복잡하고 위험한데 중간에 일이 잘못될 수 있는 지점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DNA가 자신을 복제하거나 전사하려면 이중나선구조는 반드시 풀려서 서로 분리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DNA는 특정한 에너지 형태또는 돌연변이를 유도하는 화학물질에 의해 손상을 입기 쉽다. 또한 새로운 가닥이 형성될 때 뉴클레오티드의 배치가 잘못될 수 있다. DNA의 손상은 유기체에서 끔찍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가장 단순한 생명체라 할지라도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유전정보가 전달될 때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러한 유전자 수리를 위한 정교한 메커니즘을 발달시켜 왔다. 복제, 전사, 번역을 담당하는 모든 기술자들은 '효소'라고 불리는 특수한 단백질군의 지도를 받는다. 유전암호의 상당부분은 효소분자의 생성에 깊이 관여하는데 이렇게 생성된 효소분자들은 거꾸로 유전암호가 생물학적인 실제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반응을 감독한다. 어떤 의미에서 효소는 DNA의 자시를 수행하는 손이다.
효소는 생명의 화학반응을 촉진한다. 즉 효소들은 화학반응이 평형상태에 이를때까지 그 속도를 증가시키지만 정작 자신들은 그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다. 효소가 필요한 이유는 몸 속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그 반응이 생명을 지탱하는데 충분할 정도로 빨리 진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학자들은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하고, 산도나 알칼리도를 극단의 조건으로 만듦으로써 느릿한 반응에 속도를 가할 수 있다. 그들은 또한 반응에 화학적인 촉매를 부가할 수도 있지만, 이런 촉매들 역시 통상적인 온도와 대기압 상태, 거의 중성인 수소농도pH 상태에 살고 있는 세포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물리적인 조건 아래서만 최상의 작용을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세포내의 효소들은 온화한 생명의 조건속에서 반응을 촉진시킬 수 있다.
효소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효소의 형태는 효소 자신을 다른 분자 (기질基質)들과 극히 선별적으로 결합시켜 그들의 반응 경향을 가속화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이러한 결합은 효소의 특정한 지점에서 일어나며, 효소가 그 상대가 되는 기질에 대해 기하학적으로나 전기적으로 꼭 들어맞을 경우에만 일어난다. 수많은 효소들은 각기 오직 하나의 기질과만 결합하며, 그 기질과 다른 분자, 심지어 매우 유사한 분자와도 결합하지 않는다. 일단 하나의 효소와 결합이 되면 기질은 다른 반응체와 물리적으로 유사한 성질을 띠게 되거나, 아니면 특정한 화학적 결합을 강요하는 새로운 형태로 변해 버리기도 한다. 효소는 기질들의 화학적 결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효소들은 기질 분자들은 개조하는 만능 기계다. 자르고 결합하고 어떤 부분은 잘라내고 다른 부분은 갖다 붙이고 하는데, 이 모든 일을 짧은 시간동안 놀랍도록 정밀하게 해내는 것이다.
만일 내가 진료실에서 차를 타러 밖으로 나갈 때 모자를 쓰는 것을 잊어버린다면, 나의 대머리는 방사되는 자외선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 있고 계절이 여름이라면, 내리쬐는 자외선은 좀더 강하고 그 양도 많을 것이다. 그러면 몇 분도 채 안되어 다량의 자외선이 내 두피 아래 살아잇는 세포속으로 침투해 갈 것이고, 그 가운데 일부는 세포핵을 강타할 지도 모른다. 그 가운데 일부는 DNA를 강타할 것이고, 또 어떤 것은 복제나 전사를 하고 있는 DNA분자의 중요한 부분에 충격을 가헤서 뉴클레오티드의 비정상적인 결합을 야기할지도 모른다. 이런 변화는 이중나선 구조의 한 가닥이 얽히게 되는 유전적인 과실을 낳을 수도 있다. DNA가 받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손상을 치유하기 위해 실로 여러가지 효소가 다양한 메커니즘으로 이용되고 있다. 대장균에서 SOS반응이라고 하는 매우 정교한 체계가 발견되었다. 일단 이들 박테리아 내부에서 DNA가 손상을 입게 되면, 치유효소의 생산을 촉진하는 복잡한 변화가 일어나 더 이상의 세포분열을 막고 손상된 DNA를 회복시키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 단계에서는 면역체계도 없고, 두뇌의 명령을 전달하는 신경섬유도 없다. 이 단계에서 몇가지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 치유는 생명체의 타고난 능력이다. DNA안에는 자신을 보정할 효소 생산에 필요한 정보가 들어있다.
* 치유체계는 쉼없이 작용하며 언제든지 작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 치유체계는 자가진단 능력이 있다.
* 치유체계는 손상된 조직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정성적인 조직을 배치할 수 있다.
* 치유체계는 심각한 손상을 중화하는 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매순간 일상적인 교정을 지도함으로써 정상적인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도록 한다.
* 치유는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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