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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아이들을 옳게 사랑하는 방법

사람이 무엇이든 아낌없이 주는 사랑의 대상이 자식이다.  인간은 이기적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자녀에 대해서만은 조건 없이 이타적인게 보통이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자식을 아끼고 보호하며, 자식에게 무엇인가를 주면서 기쁨을 느낀다.  그런데 자식을 어떻게 사랑해야 좋은 것일까?  무엇이든 주는 것이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일까? 사랑을 잘못 표현하면 자식의 삶을 망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자식에게 무엇이든 주려고 한다.  많은 돈, 특별한 재능, 뛰어난 지능, 멋진 외모, 건강,  높은 지위, 일류대학 졸업장 등등이다.  왜 그런 것을 주려고 할까?  자신이 원했던 것, 실제로 누려보니 좋았던 것, 자신은 누려보지 못했으니 자식이 누려보기를 원해서.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 생각한다. 부모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자식의 행복한 삶이다.

 

자녀에게 자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강요한다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식을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자녀들의 존엄을 짓밟는 것이다. 자기결정권을 제약당하거나 빼앗긴 사람들의 인생은 행복할 수 없다. 부모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중대한 잘못은 자녀의 삶을 대신 설계하고, 자녀의 행복을 대신 판단하는데서 시작된다. 행복은 사람이 저마다 느끼는 주관적 만족감이다. 행복은 삶에서 기쁨을 느끼고 자기 삶에 만족하여 마음이 흐뭇한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언제 이런 흐뭇함을 느끼는가? 스스로 설계한 삶을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삶에서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성취했을 때 행복을 느낀다부모는 자녀가 자신이 행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지켜보고 격려하면서 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을 주는 선에서 머물러야 한다.

 

만약 자식이 행복한 삶을 살기 바란다면 두 가지를 가지도록 도와줄 수 있다.  행복을 느끼는 능력, 그리고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이다행복을 느끼는 능력을 가지려면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자녀 스스로 이것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식은 부모의 꿈이나 희망을 실현하는 수단이 아니다.  자기가 옳다고 믿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강제해서도 안된다. 자녀는 부모의 그러한 요구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의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을 누리는 능력을 기를 수 없다.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초의 행위는 좋은 태교이다. 산모에게 강한 정신적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정보와 자극도 해로운 약물과 비슷한 악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식생활, 좋은 셍활습관, 평화롭고 따뜻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자녀에게 건강하고 우수한 뇌를 상속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유년기의 양육방식도 중요하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는 세 살 이전에는 말할 나위도 없으며, 그 이후에도 아이의 뇌에 미치는 부모이 영향은 아주 강하다.

 

좋은 양육은 예의범절을 익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이를 사랑해주고 부모가 스스로 좋은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양육의 핵심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의도적으로 가르치고 보여주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것까지 느끼고 이해한다.  부모의 꿈, 정서, 가치관, 감정, 부모가 외부환경의 자극에 대응하는 방식, 이 모든 것이 아이의 뇌에 영향을 준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道를 닦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따지고 드는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일찍 발달할수록 아이의 지적 재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끝없이 '왜?'를 쏟아내는 아이를 억압해서는 안된다. 아이를 기존의 규범으로 길들이면 호기심이 사라진다. 어떤 부모도 자기에게 없는 것을 자식에게 줄수 없다. 자녀에 대한 사랑과 훌륭한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부모만이 그것을 자녀에게 수 있다.  폭력은 어떤 것이든 정서발달을 왜곡한다.  승복할 수 없는 폭력에 어쩔수 없이 굴복하는 경험은 소통과 공감능력 발달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언어로 대화하는 것이다. 말을 하기 전에 아이들은 먼저 말을 알아듣는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완전한 문장으로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갓난 아이 때부터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큰 문제가 없으면 아이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이 모든 과정은 말과 더불어 진행된다.  인간은 언어로 사유한다.  부모가 반쪽 짜리 아기말을 쓰면 아기의 생각도 반쪽짜리가 된다. 사람의 경쟁력은 인지적, 정신적, 정서적, 신체적 능력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부모들은 이 가운데 인지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많은 부모들이 인지능력을 기르는데 아이를 밀어넣음으로써 아이들이 행복을 느낄 능력을 제약한다인지능력을 키우느라 정신적, 정서적 능력의 성장을 저해하고 신체적 건강을 해친다.  행복을 느끼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더 쉽게 게임이나 술, 폭력이 빠지기 쉽다. 삶의 의미와 기쁨을 인지하지 못해 스트레스에 짓눌리게 된다.

 

자녀를 사랑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그러나 잘못 사랑하는 것은 말려야 한다.  자녀를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 스스로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설계하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살게하는 것이다. 많이 사랑하고 그 사랑을 최대한 표현함으로써 작은 일에도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제대로 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나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은 아주 작은 일에도 쉽게 행복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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